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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술년 새해맞이


편집부 기자 / 입력 : 2006년 02월 13일


  다사다난했던 을유년을 아쉽게 보내고 또 한해 병술년 새해를 맞아 이곳의 영산인 高峯山으로 친지들과 새벽잠을 설치며 평소 못 느낀 약간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맞이 등산길을 나섰다.


  회색안개가 짙게 깔린 어둑어둑한 여명을 뚫고 송진향기 그윽한 송림과 졸참나무 등 잡목이 지천으로 욱어졌으나 겨울이라 앙상한 수목의 정글로 좁고 가파른 산길을 따라 高峯亭을 지나 차가운 산바람의 저항까지 받으며 강행군으로 허겁지겁 오르니 숨이 차고 손과 귀는 시린데 등에는 땀이 스며드는 듯 산정에 다다르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산인해였다.


  1년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뜨고 지는 해가 예나 다를 바 없겠지만 오늘은 여느 때 보다 그 감회가 남달리 새로웠다. 짙은 안개 속에 구름이 하늘로 뒤덮어 시계가 흐린 동남녁에 위치한 한국의 알프스로 불리는 유서 깊은 명산 북한산(三角山) 남쪽 인왕산 영봉으로 점점 홍조(紅潮)를 띠워 새해 산야를 밝히며 떠오르는 해는 유난히 크고 둥글게 보였는데 새해맞이 인파의 환호하는 모습들은 무슨 축제행사장을 방불케 했다.


  나는 나름의 생(生)을 되돌아볼 때 고향을 떠나 부산에서 거주한지 반세기 또 다시 세월에 떠밀려 이곳 고양 땅에 칩거한 지도 해를 거듭하고 산업 활동을 접은 지 어언 10여년에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한 불청객의 실버인생이고 보니 덧없이 보낸 세월에 만사지탄의 회한을 느끼면서 무위도식에 이마의 주름살과 견치(犬齒)만 누가(累加)되는 삶의 뒤풀이라.....


  누가 말했던가? 인생은 여정 속에 세월을 벗을 삼아 한세상을 살아가는 지상의 나그네란 말이 실감 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뒤돌아보는 자성과 사색의 기회도 갖게 한다.


  이제 민법개정으로 호주제가 폐지돼 본적이 사라지면 ‘고향문화’ 및 망향의 정서도 퇴색되어갈 것 같은 시점이고 보면 어느 유행가사에 고향이 따로 있나 정들면 고향이지란 한 구절이 실감나게 향수를 느끼게 하나 또 한편 ‘故山終勝 他山好’란 한시 한 구절이 문득 떠올라 뜻을 풀이해보면 산천경계가 제 아무리 좋다한들 내 고향 산천만큼 좋은 곳이 있겠는가? ‘조상의 얼’이 지하에서 숨쉬고 또 유년기에 아름다운 추억들이 간직된 내 고향 산천을 꿈엔들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지난날을 회고 세속의 자화상을 그려 보건데 생의 절반을 이방인처럼 겉돌아 추억의 흔적을 앗아간 듯한 우직한 삶으로 희년(稀年)을 넘긴 나에게는 또 한해를 맞는 새해맞이의 순간이기에 만감이 교차해 삶의 소중함이 무엇인지 또 다른 소회가 뇌리에 감돈다.


  새해아침 하늘로 떠오르는 둥근 해를 바라보니 온 천하를 내 품에 안을 것만 같아 합장경배해 지난해 쌓였던 시름이나 스트레스의 원인들을 훨훨 날려 보내고 또 상극과 대립 갈등들은 참회하고 새 희망을 발원하는 소망을 빌며 호연지기를 길러 보았다.


  또 새해를 맞이한 기분이야 일상의 건강을 유지해 삶 그 자체가 축복인 것 같아 일시적이나 부귀공명도 잊게 하고 오랜만에 큰 부자가 된 것 같았다.


  나의 자문자답인즉 여러 종류의 부자가 있겠지만 노자의 무위자연의 생활 철학을 빌리자면 스스로 넉넉할 줄 아는 자가 정말 부자라고 했는가 하면 또 법정스님은 텅 빈 정신세계 속에 풍요를 안겨주는 무소유의 즐거움이 충만한 마음부자는 또한 부자가 아니던가. 지족자도 부자라 했다.


  고봉정 송림 속에 맑은 공기를 만끽하며 산림욕과 가벼운 웰빙건강운동으로 몸을 풀고 하산길목 일행들과 새해 아침인데 어찌 건배주가 없을소냐! 산기슭 해장국집에 들려 따끈한 오뎅국물에 순박한 정이 솟는 찹쌀동동주 한사발로 목을 축여 갈증을 해소 또 한 사발씩 주고받은 술잔에 거나하게 취기가 감도니 그 옛날 고향마을 앞 낙동강과 남강이 합류하는 기강 나룻가 주막에서 이제 대부분 고인이 된 두주불사의 죽마고우들과 두레상에 둘러앉아 막걸리 잔을 주거니 받거니 부어라 마시라 하며, 흘러간 옛 노래 번지 없는 주막. 노들강변. 낙화유수.....


  젓가락 장단에 독창 또는 합창으로 흥에 겨워 밤늦도록 목이 터져라 부르고 또 불렀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또 우거지해장국의 요기는 산해진미를 갖춘 그 어느 성찬 못지않아 일시적이나마 정신적 번뇌가 사라지고 삶의 재충전, 활력소를 안겨주는 듯 하고 새벽추위에 몸을 녹여 주는 데는 어느 명주(銘酒)에 비할 바 아닌 제격이였고 늦은 아침시간이라 허기증도 감돌아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옛말이 명언으로 실감났다.


  인간의 발자취가 있는 곳이라면 누구나 나름의 삶의 역사가 있기 마련인데 21세기 뉴밀레니엄 글로벌시대를 맞아 이 도도히 흘러가는 역사의 물결 속에 한점에 불과한 자신이것만 이 시대 주인공 아니 실버의 일원으로 어떻게 살아야 역사에 거슬리지 않는 보람 있는 삶이 될 것인가 나의 존재에 대한 인과응보의 두려움 속에 또 한해를 맞이하면서.....




일산 우거에서


재부의령향우회 고문 이종민(지정)


편집부 기자 / 입력 : 2006년 0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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