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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가 익는 계절


관리자 기자 / 입력 : 2005년 10월 18일


 


 


 


 


 


정 원 식


 


 


 우리 집 베란다에 조그마한 화단을 만들었다. 거기에다 단풍, 영산홍, 동백, 장미와 석류를 심어 놓았다. 예부터 가정에 석류를 심는 뜻은 다남(多男), 다복(多福), 다수(多壽)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오래 살고 자손이 많아야 농사도 짓고 땔감도 장만하고 사는 맛이 나는 것이다. 석류는 씨가 많아 다남을 뜻하고 불수감(佛手柑)은 그 모양이 부처의 손과 비슷하고 불(佛)과 복(福)이 비슷하다고 하여 다복을 뜻하며 선도(仙桃)는 3천년에 한번 열매를 맺으므로 장수 즉 다수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들 식물을 삼다 식물이라고도 하며, 민화 십장생도(十長生圖)에 곧잘 등장하기도 한다. 알이 많은 석류와 더불어 포도와 연밥을 민화에 그려 다남과 다복을 빌었던 것이다. 민화는 서민 대중의 보편적인 바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민화에 석류 등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다산이 민중들의 간절한 소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예전에 사랑채 앞뜰에 석류를 심었던 것도 같은 다산의 바람을 위한 것이다.



 요즘 TV 광고 등에 여성들의 건강식품으로 석류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석류의 씨 속에 들어있는 `에스트로겐'이라는 성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산을 바라는 잠재적인 욕망과 사회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석류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이며, 중국과 한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석류로 부르게 된 것은 페르시아의 한자식 이름으로 안석국(安石國)에서 온 류(榴)라고 해서 안석류라고 불리게 됐다고 한다. 문헌에 의하면 한(漢)나라의 장건이 서역에 서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가지고 왔다고 하며, 석류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통일신라시대의 석류당초문(石榴唐草紋)에 있는 것으로 보아 8세기 전후가 아닐까 추정할 뿐이다.



 1960년대 내가 보건행정을 담당하던 때의 일이다. 좁은 국토에 인구가 너무 많아 산아제한을 하기 위해 보건소에서는 간호사들이 각 가정을 돌며 가족계획을 하라고 외치고 다녔으며, 구청에서도 각 동마다 전 행정력을 동원하여 실적을 독려하던 국가 정책의 중대사업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40년도 못되어 지금은 아이를 낳으면 출산 장려금을 지급할 정도로 인구감소가 국가적 과제가 되었으니, 우리는 한 세대에 경제적 빈곤과 경제적 윤택함을 함께 맛보았다고 해야 하겠다. 석류처럼 가정마다 다자, 다복, 다수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앞뜰에 심어놓은 석류가 지난해에는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렸었다. 그런데 금년에는 해거리를 하는 탓인지 쨍쨍 내리쬐는 태양에도 여름 장맛비와 바람에도, 약한 산들바람에도 견디지 못하고 곱디고운 꽃 봉우리들을 땅바닥에 떨구어 버리고 주먹보다 더 큰 석류 두 개가 마지막 순간까지 매달려 버티고 있었다.



 한 개는 어느 날 손자 녀석이 와서 좋아하며 달라고 졸라대는 바람에 주어 버리고, 한 개만 남아 있는 것을 오늘따라 부산문예대학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니 아내가 마지막 남은 한 알의 석류를 들고 나왔다. 자르고 보니 알알이 빼곡히 박힌 석류 알은 수정과도 같이 맑고 고운 빛깔로 아름답고 입안에 절로 군침이 돌았다. 30여년전 큰아들 성환이와 작은아들 경환이를 잉태할 적 신 것을 먹고 싶다던 아내 생각이 문득 뇌리에 떠올랐다. 지금은 석류가 익어 가는 계절이다.


 


              약 력


 


● 경남의령 출생
● 부경대학교 대학원 환경공학과 석사과정
● 문예시대 신인상(수필)으로 등단
● 부산문예대학 동문회장
● 부산광역시 지방행정동우회 문인회 사무국장
● 한국 가람문학 회원
● 재부 의령군 향우회 자문위원
● 재부 부림면 향인회 회장
● 마산상업고등학교 부산동창회 자문위원
● 월남참전 유공 용사회 금정구 부회장
● 부산광역시 금정구 문화유산 해설사

관리자 기자 / 입력 : 2005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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