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할 수 있는 것
임다혜(의령군선거관리위원회)
최근 노력으로는 바꿀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하하며 금수저, 흙수저라는 신조어가 나왔으며, SNS상에는 수저계급론까지 떠돌고 있다. 부모의 재산이 자녀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까지 결정한다는 수저계급론에 따르면 금수저는 부모의 자산이 20억 원 이상이거나 가구 연 수입 2억 원 이상이 되어야 하고, 동수저마저도 부모의 자산이 5억 원 이상, 가구 연 수입 5500만 원 이상이 돼야 물 수 있다. 이 계급론에 따르자면 대한민국 국민의 11.5%만 동수저 이상이고 대부분은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이다.
내가 선택한 수저도 아닌데 수저가 마음에 안 든다고 다른 수저로 바꾸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렇다고 금수저라고 마냥 행복하고 흙수저라고 마냥 불행한 것은 아니다. 금수저는 행운아일 뿐 행운과 행복은 다르다. 금수저와 흙수저를 선택할 순 없지만 얼마나 행복할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그 방법은 바로 선거에 있어 매니페스토 정책선거(공약과 정책중심의 선거)를 하는 것이다.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를 대신해 법률을 제정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국민의 대표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나비의 날갯짓 한 번으로 폭풍우를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처럼 어마어마하다.
몇 년 전 흙수저들의 대표적인 공간인 노량진에서 공무원 수험생활을 할 때 맛있는 주먹밥을 먹고 근처 한강에서 산책하는 그 시간은 금수저도 부럽지 않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고시촌에서 공부하는 이들도, 주먹밥을 파는 이들도 각각 그들의 행복을 쫓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2017년 사법고시 폐지 결정에 일명 '도인'처럼 10년 가까이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이들은 수험생활을 그만 두고 다른 길을 찾아 떠나야했고, 그들이 떠나면서 도미노처럼 신림동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도 어려워지게 되었다.
국민의 대표자가 어떤 법률을 제정하고 어떤 정책을 이행하는지에 따라 이처럼 한 사람의 삶이 완전히 바뀔 수 있음을 우리는 실제로 보고 있고 또 알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대표자를 뽑는 일에 있어 남의 일인 듯 무관심한 사람이 많다.
당장 나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닫고 이번 국회의원선거부터 후보자들이 제시한 선거공약을 꼼꼼히 비교하여 선택하는 정책선거가 될 수 있어야한다.
정치인이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울고 웃는 사람들이 생긴다. 금수저와 흙수저를 선택할 순 없지만 내가 울지 웃을지는 내가 선택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