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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나는 세상을 기다리며


박해성본지회장 기자 / 입력 : 2001년 03월 17일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K대 대학원 석사학위 수여식장에 참석할 일이 있어 택시를 탔다. 빗속에 서울의 화려한 거리를 거북이 운행하던 택시기사와 이런저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택시운전 경력 5년이란 그 기사는 묻지도 않았는데 "아들 삼 형제의 학원비만 월 170∼180만원 들어 정말 세상살기가 힘들다. 정치인 기업인 모두가 미쳐 날뛰고 있는 세상에 함께 살 수 없다."며 앞으로 이삼년 열심히 재산을 모아서 미국으로 이민 가겠다고 했다.

 우리 국민의 해외 이민이 년간 1만5천300여명에 이른다는 말을 자주 들어본 적이 있어 이런 이유의 이민 이야기쯤이야 그리 생소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을 `뭣' 같이 아는 나라에서는 세금내면서 살고싶은 생각이 없어요."라고 내뱉는 그의 말 한마디가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게 들리는 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의령군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농어촌은 교육 직업 등의 문제로 이농·어촌 현상으로 마을 공동화의 위기에 처해 있는 터이다. 게다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위정자가 싫고 교육이 부담스러워 해외 이민자가 늘어만 간다면 미래의 한국은 `위정자만 있고, 국민은 없는 나라'로 전락한다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의 일이기 때문이다. 하긴 사람 사는 세상에 정신나간 사람이 많으면 제정신 가진 사람은 오히려 더 이상해지는 법이다. 마치 외눈박이 토끼 우화처럼 두 눈을 가진 토끼를 `병신'으로 보는 착각에 빠져들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지금 참으로 기막힌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경제가 하루아침에 20∼30년 뒤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은 정책부재로 일일대계도 못되어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된 일이다. 심지어 농촌에서는 농사도 정부가 시키는 반대로 해야 성공한다는 인식마저 팽배해 있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부모형제와 정든 벗이 있는 농촌과 조국을 탈출하는 기분으로 도시로의 이사나 제3국으로의 이민을 택하는 사람들이 점차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겠는가. 그런데도 권력과 금권을 가진 자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기는커녕 이 기막힌 세상의 책임을 국민의 과소비, 맹목적인 교육열 등의 탓으로 돌리며 걸핏하면 샴페인을 미리 터뜨렸다는 넋두리를 늘어놓고만 있다.

 힘은 없으나 착하기만 한 서민들, 심지어 코흘리개 고사리손에 이르기까지 IMF가 뭔지도 모르면서 나라가 부도 난다고 하니 전 국민이 앞뒤 안 가리고 기념으로 모아둔 금붙이 금덩이 등 외화라면 모두 내놓고 나라경제가 안정되길 기원했다. 그렇다면 큰 권력 작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지역과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그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위정자들은 겸허하고 솔직한 자아반성을 해 보아야 한다. 설마 금을 모두 수출하고 나면 나라에 금이 바닥나 저절로 금값이 치솟을 것이라며 금고 속에 꼭꼭 숨겨놓고 달러는 동전까지 끌어 모은 채 환율 인상만을 기다리는 파렴치한 일을 하지는 않았겠지. 주위로부터 비난과 욕을 듣더라도 무사안일로 임기만 채우면 그만이란 `월급 도둑'과 같은 처신을 하지는 않았는지...어쨌든 권력과 금권을 쥐고 있는 나라를 움직이는 소수의 가진 자들은 지금 배불리 잘 먹고 편안하게 잠 잘 자고 있으니 눈물겨운 농어민의 탈농어촌, 도시민들의 해외이민, 도심 길거리에서 신문지를 이불 삼아 새우잠을 자고 있는 노숙자, 150만 실업자 등의 불만과 고충을 실감하기 어려울 게다. 이런 가진자들이 바로 그 기사가 말한 `미친 사람'들이라면, 이농 이민 및 노숙자 등은 미치기 일보직전의 사람들일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을 이루는 중산층이 무너지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이것은 큰 정치 작은 정치, 큰 행정 작은 행정 모두가 전시효과나 인기몰이에만 급급한 나머지 겉돌고 있다는 것 외 달리 해석할 길이 없어 보인다. 지금도 `미친 사람들만 사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열변을 토한 그 택시기사는 서글픈, 그러나 이민이란 꿈을 안고 서울의 어느 곳을 힘차게 달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정치도 행정도 마치 병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대증처방(對症處方)으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명의(名醫)의 의술처럼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이 진정한 주인 되고, 정신 나간 자가 아닌 제 정신 있는 자가 지배하고 대접받는, 그리고 부담 없이 인간다운 교육권을 누려보고 싶은 그 택시기사의 작은 소망이 이 땅에 하루속히 꽃피는 날을 기원해 본다. 그게 바로 국민들이 바라는 신바람 나는 세상이 아닐까.
박해성본지회장 기자 / 입력 : 2001년 0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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