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밤 가을비에 만산홍엽(滿山紅葉)이 꽃인지 잎인지 알 수가 없네/ 동령(東嶺)에 걸린 달은 일 년 중 제일이요/ 벽공(碧空)에 펴인 구름 비단의 문채인지 고기의 비늘인지/ 아희야 국화주 걸러라 상풍완월(常風玩月) 하리라.
경남 영제시조 예능보유자인 도경 이종록 선생의 제9회 발표회가 21일 의령군민문화회관공연장에서 영제시조 회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발표회는 이종록 선생의 평시조 ‘청산은 나를 보고’ 등 모두 17곡으로 진행됐다.
이날 조순자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예능보유자이자 가곡전수관 관장이 특별출연하고,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 부산·동래시우회, 마산연합시우회, 진주통합시우회, 창원시지부, 영제시조 보존 전수원 회원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특히 마지막 순서인 ‘청산리 벽계수야’는 참석한 시우회원과 관람객이 어우러져 함께 불러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영제시조는 조선시대 경상도 지방의 선비, 양반, 사대부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으며, 궁중을 비롯하여 전국 각지에서 널리 애창되고 즐겼던 것으로 자랑스럽게도 우리 경남 의령이 본 고장이다. 특히, 영제시조가 하도 좋아서 ‘영판 좋다’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격조 높은 시조가 갖추어야 할 모든 조건을 갖추었으며, 그 가락이 경상도 사람들의 기질처럼 굳세고 여운이 강하게 남으며 구성진 맛이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종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