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5-20 17:18:41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기고

의령 메밀국수의 비애

김정권의 의령 이야기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571호입력 : 2021년 07월 15일
 오늘은 의령 소바로 아점(아침과 점심의 경계)을 했다. 
 내친 김에 의령 소고기 국밥 자랑을 하면서 미
 
ⓒ 의령신문  
   
   
뤄 두었던 의령 소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지금은 의령 소바라는 상호가 대형 프랜차이즈로 성장해서 전국 어디를 가도 가맹지점이 있고 또 원조 의령 소바를 맛보기위해 식도락 여행가들이 의령을 찾아올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훨씬 이전부터 의령 사람들에게 소바는 우리 국수보다 친근한 편한 먹거리였다. 심지어 술 마신 다음날 해장으로 소바를 먹는다고 할 정도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겠나.

 소바는 메밀가루를 주재료로 한 면류의 통칭으로 한자어 교맥(蕎麥)의 일본식 발음이다. 의령이 어떤 이유로 소바의 유명지가 되었는지 그 과정에 몇 가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징용되어 갔던 이들이 해방 이후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일본에서 먹었던 맛의 기억으로 알음알음 소바를 해먹으면서 우리 식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또 의령지역에 메밀밭이 많고 메밀농사가 잘 돼서 재료를 구하기가 수월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의령 소바의 원조로 지금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다시식당>은 1945년 문을 연 해방동이다. 우려낸 국물을 뜻하는 일본말 <다시>와 <다시 시작하자>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는데 후자는 현대적 해석의 적절한 치장으로 보아줄만 하다. 돌아가신 김초악씨가 어머니와 신반마을 소바할매한테 배워서 문을 열었고 동생 김막내씨를 거쳐 지금은 아들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의 맛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일절 분점을 내지 않고 있으며 이런 고집이 76년 전통을 지켜낸 원동력이라 할 것이다.

 두번째로 오랜된 집은 <화정소바>다. 1978년 의령시장에서 그릇가게를 하던 김선화,이종선씨 부부가 국수를 해서 좌판에서 장사하던 상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주었는데 그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주변에서 아예 식당을 해보라는 권유가 이어졌고 이듬해 1979년 <화정식당>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김선화씨의 고향이 의령군 화정면에서 상호를 따왔다는데 유명한 작명소보다 낫지 않은가. 동기가 선하면 결과도 좋다는 말처럼 좌판 상인들 먹이자고 시작했던 일이 문전성시의 대박 식당이 되었다. 소바 종류에 따라 굵기를 달리 해 뽑고 직접 농사지은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화정식당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맛집이 되었다. 그러나 부인 이종선씨가 암에 걸리면서 위기가 닥쳤고 치료를 위해 2007년 결국문을 닫게 된다. 지금의 <화정소바>는 딸인 김나영씨가 2011년 다시 문을 열었다. 부모님께서 일궈온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한다. 이어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동생 동환씨는 예전 손님들이 "그 맛 그대로"라고 할 때가 가장 기쁘고 행복하다고 한다.

 세 번째로 소개할 집이 지금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의령 소바>다. 전통의 맛에 사업적 노력이 보태지면서 지금은 전국적으로 가맹지점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의령 소바>와 <화정 소바>의 인연은 각별하다. <의령 소바> 대표인 박현철 면장(麵匠)의 어머니가 <화정식당>에서 일을 하였고<화정식당>의 여주인이 병을 얻어 문을 닫게 되자 식당을 인수한 사람이 바로 박현철 면장이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하교길에서 어머니가 일하던 <화정식당>에 가서 소바를 먹고는 했는데 각고의 노력으로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소바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의령이라도 집집마다 소바 맛은 다르다. 메밀가루와 밀가루 전분의 배합비율이 다르고 육수를 내는 방식도, 멸치 육수와 고기 육수의 비율도 다 다르다. 고명으로 올리는 장조림의 조리방식도 다르고 고명의 재료들도 다 다르다. 그러나 비 오는 날 소바 육수를 천천히 목구멍으로 넘길 때의 그 시원한 따뜻함과 거친 듯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메밀면의 원시적 식감은 어느 집을 가더라도 무릎을 치게 할 것이다. 의령 소바 이야기를 하면서  못내 아쉬운 것은 왜 우리말 메밀국수를 놔두고 일본말 소바를 쓰고 있나 하는 것이다. 해방 이후 소바가 우리방식으로 정착 되는 과정에서 소바라는 말이 고유명사처럼 고착화 되었다 하더라도 이후에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옛날에는 밀가루가 귀해서 면 요리의 재료로 거의 메밀을 썼다. 메밀국수는 밀국수와는 달리 삶아도 잘 불지 않아 잔칫날 손님을 접대하기 좋은 음식으로 따끈한 고기육수에 말아 고명을 올려 대접했다고도 한다. 또 메밀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가뭄으로 먹을 게 없을 때나 춘궁기에는 서민들의 훌륭한 구황(救荒)식품이었다.
 이렇게 메밀국수에 대한 우리의 오랜 전통과 풍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방 이후 마치 전혀 새로운 일본의 식문화가 넘어온 것처럼 소바라는 명칭을 우리의 고유명사처럼 쓰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은 아니다. 더구나  의령의 메밀국수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개발하고 계승해온 우리의 음식이지 않은가.
나라의 독립과 한글의 독립을 지켜낸 수많은 독립열사가 잠들어 있는 이곳 의령이라 더더욱 그러하다.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571호입력 : 2021년 07월 15일
- Copyrights ⓒ의령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의령농협, 조합원 자녀 장학금 수여식..
의령 수월사 의령군장학회 장학금 300만원 기탁..
의령군가족센터 ‘의령박물관 및 충익사 탐방’ 진행..
의령교육지원청 진로 직업인 특강 올해로 3회째 열어..
의령홍의장군축제 성공은 `RED`에 있었네!..
의병마라톤 행사에서 함께 뛰며, 청렴봉사 활동 시간 가져..
의령소방서, 주거용 비닐하우스ㆍ컨테이너 화재 예방 당부..
오태완 군수 공약 평가...경남 군부 유일 2년 연속 `A등급`..
입식가구·생명박스·방역소독...의령군 경로당 `3종 세트` 호응..
의령군, 경남 드론측량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 수상..
포토뉴스
지역
"빛과 색으로 물들이는 도시"...의령군은 변신중 '의병탑' 영웅의 흔적 주제로 '홍색' 조명 설치 의병교 보행로·수변산책로 다채로운 '빛..
기고
김복근(국립국어사전박물관건추위 공동대표·문학박사)..
지역사회
최병진.전형수 회장 이.취임 최병진 회장, 재경 의령군 향우회장 감사패 수상 하형순 산악회 전 회장 공로패..
상호: 의령신문 / 주소: 경상남도 의령군 의령읍 충익로 51 / 발행인 : 박해헌 / 편집인 : 박은지
mail: urnews21@hanmail.net / Tel: 055-573-7800 / Fax : 055-573-78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아02493 / 등록일 : 2021년 4월 1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종철
Copyright ⓒ 의령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4,711
오늘 방문자 수 : 4,495
총 방문자 수 : 15,769,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