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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권의 의령이야기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1년 04월 29일


 
 (의령 인물 연구회 준비원 
  · 17∼18대 국회의원)
 
   
사람 내음이 있는 의령 전통시장

 
 의령은 예부터 인물의 고장이라고 했다. 임진왜란 때에는 곽재우, 근·현대에는 이병철 안희제. 의병으로, 경제로, 독립운동으로 
모두들 나라를 구한 인물들이다. 또 의령부자망개떡, 의령한지, 
의병의날 국가기념일, 소싸움,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0호 세계
기네스에 오른 큰줄땡기기. 의령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고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령을 17대, 18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정권 의령 인물 연구회 준비위원이 구석구석 다니며 보고 느끼는 
의령 이야기를 펼쳐낸다.   <편집자 주>


 의령은 경남의 한가운데 있다. 북쪽에 합천, 서쪽에 산청, 남쪽에 진주, 동쪽에는 창녕이 붙어있고 남쪽으로는 낙동강 동서로 남강이 지나간다. 물이 사방으로 흐르고 있는 의령은 동서남북 경남의 어느 외진 곳이라도 한 시간 안에 가닿지 못할 곳이 없다. 지리적으로만 본다면 경남의 수부도시는 의령이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터인데 불행히도 의령은 경남의 18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작고 소외된 것이 현실이다. 인구는 3만 명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고 지금은 2만 7천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대 당 인구수는 간신히 1.7명을 넘어 전국 평균 2.24명에는 한참 모자란다. 젊은이들은 다 떠나고나이 드신 어른신들이 충절의 고장 의령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세상의 속도와 반비례하여 느리게 흘러가는 의령의 시간이 속도로 인해 놓치고 사는 많은 것들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의식불명의 것들이 우리의 의식 속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순간과 마주하는 것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다.
 
 오늘은 하릴없이 장터구경에 나섰다. 의령장은 3일과 8일에 서는 5일장이다. 신반장과 함께 의령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날이다. 딱히 사야할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약속을 정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장터로 향하는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워 절로 콧노래까지 흥얼거린다.
 아직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장터 입구에서부터 위장은 다급히 구호의 신호를 보낸다. 다투어 내 후각을 비집고 들어오는 온갖 먹거리들의 공습이다. 코를 통해 들어온 냄새는 며칠째 시골길의 건조한 흙냄새에만 갇혀있던 내 후각 세포에 포착되어 전기신호로 변환되고 빛의 속도로 대뇌에 각인된다. 배고픔의 정도와는 무관하게세상이 정해 놓은 끼니때가 되면 무조건 반사로 위액을 쏟아내며 음식물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습관적 허기와는 차원이 다른 배고픔이 일시에 몰려든다. 이럴 때는 인간의 후각능력이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어묵 하나 입에 넣고 따뜻한 국물로 배를 채우고 천천히 시장을 구경한다. 의령 시장 안에는 차선처럼 흰 선과 노란 선이 그어져 있다. 의령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상인회장 주정용 씨가 고안한 것으로 금지의 의미를 담은 선이다. 바닥에 물건을 펼쳐놓고 파는 난전 상인들이 평일에는 노란 선을, 장날에는 흰 선을 넘지 못하도록 하여 노인네들이 시장을 다니는데 불편이 없도록 한 것이다. 할머니 손에 이끌려 장터 구경나온 갖가지 푸성귀들이 채반에 담겨 손님을 기다린다. 땅에서 뽑혀 나오는 순간 생명성을 잃었던 풀들이 할머니의 채반에서 다시 생명성을 회복하는 과정이 아름답다.

  의령 시장에는 아침 일찍 차를 타고 읍내 장터로 나온 어른들은 점심때가 지나면 하나둘 돌아갈 채비를 한다. 의령장을 도회지 5일장으로 생각하고 느지막하니 장구경 나왔다가는 낭패 보기 일쑤다. 시골 5일장은 점심때가 넘어가면 폐장을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다.
 의령시장의 대표적인 정찬은 소고기국밥과 의령소바다. 맛과 품위, 전통, 어느 면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용호상박이다. 의령은 소고기국밥이 유명한 만큼 국밥을 잘하는 식당도 꽤 여러 집이 있다. 나는 딱히 어느 집을 정해 놓고 먹지는 않는데 이상한 것은 의령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가는 집만 가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입맛의 차이인지 각각의 인연과 내력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의령소고기국밥의 첫 번째 매력은 국물의 시원함에 있다. 아니 시원함의 깊이에 있다. 어설프게 흉내만 내는 도회지 국밥은 아무리 오래 끓이고 졸여도 이 맛이 나지 않는다. 의령소고기국밥에는 역사가 있고 전통이 있고 애환이 있고 삶이 있다. 시원하면서도 속이 풀리면서 가슴이 멍해지는 맛 너머의 멋이 있다. 그래서 가마솥에 끓이지 않으면 그것은 소고기국밥이 아니다. 두 번째 매력은 큼직막하게 깍둑 썰기한  고기의 씹는 맛이다. 의령 말고는 이렇게 고기를 크게 썰어 넣는 것을 나는 어디에서도 본적이 없다. 고기를 입에 넣고 씹으면 입 전체로 퍼지는 고소함이라니 그것은 극강의 먹는 즐거움이다. 의령소바의 매력에 대해서는 다음에 충분히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몇 시간 동안의 짧은 분주함과 소란은 5일간의 나른함과 고요가 대신할 것이다. 물론 지금이야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의령시장도 번듯하게 아케이드가 설치되고 상설시장화 되었지만 어디에서도 5일장의 생동력과 활기를 찾아보기는 난망한 현실이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축제가 없었지만 의병제 등 축제가 있으면 축제장 부스를 활용하여 먹고 마시기 때문에 오히려 상인들은 힘들어 한다. 따라서 의령의 축제 등 큰 행사 그리고 문화 관광정책을 전통시장과 연계하는 고민은 계속 되어야 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 따라 나섰던 의령시장의 옛 모습이 나는 지금도 그립다.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1년 0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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