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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해숙의 고사성어 풀이

四面楚歌(사면초가)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30일
장해숙의 고사성어 풀이

四面楚歌(사면초가)

 
ⓒ 의령신문
사면초가(四面楚歌)…. 사면이 모두 적뿐인 경우, 또는 자기를 돕는 이는 없고 비난의 소리만 높은 경우에 이 말이 쓰인다.
초나라의 항우(項羽)는 한나라의 유방과 5년 동안이나 천하를 놓고 싸웠다. 그러나 항우는 스스로의 힘과 기(氣)운만을 믿고 지략을 업신여긴 나머지 범증과 같은 모장(謀將)까지 그를 마다하고 떠나버렸다.
항우는 차츰 유장에게 제압되었다. 그러더니 드디어는 천하를 둘로 나누고 이어 강화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악운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군사를 정비하여 동쪽으로 돌아가는 도중 장량(張良) 진평(陳平)의 계략으로 한신(韓信)이 지휘하는 군대에 의해 해하(垓下)란 곳에서 이중 삼중으로 포위되고 말았다.
그때 항우가 거느린 군대는 오랜 싸움으로 지쳤고, 병사는 부족하고 군량은 바닥이 나있었다. 무수한 적군에 포위된 채 이윽고 밤이 되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모르게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노랫소리는 어느 때는 멀리서, 어느 때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동쪽에서도 서쪽에서도 남쪽에서도 들려오는 게 아닌가.
장량의 심리전 계략이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그 노래는 초나라의 노래였다. 저든 고향 초나라를 떠나 오랜 세월을 싸움판으로 돌아다녔던 초나라 군사들에겐 견디기 어려운 망향의 정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노래였다. 더구나 그들의 대부분은 전쟁에 나오기 전까지는 밭을 갈고 김을 매는 농민들이었다.
초나라 군사…. 농민들은 그리운 고향의 노래를 듣자 전의(戰意)가 꺾였다. 하나 둘씩 야음을 타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노래를 부른 것은 한군에 항복했던 초나라 九江의 병사들이었다. 항우는 사면에서 들여오는 초가를 듣고 놀라 소리쳤다.
“아아. 사면팔방이 모두 초나라 사람뿐이구나. 漢이 벌써 초나라를 빼앗았단 말인가!”
사면초가, 고립무원의 포위망 속에 빠진 것이다. 이제는 운이 다했다고 체념한 항우는 장막 속에 들어가서 결별의 잔치를 베풀었다. 항우에게는 우미인(虞美人)이란 애인이 있었다. 그녀는 물체에 그림자가 따르듯 언제나 항우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 군중(軍中)에도 역시 그녀는 따라와 있었다. 그리고 추(騅)라는 준마 한 마리가 있었다. 항우는 이 말을 사랑하여 언제나 타고 다녔다.
항우는 우미인의 앞으로의 신세를 생각하니 서글프기만 했다. 그는 비분과 비애를 이기지 못해 ㅆㄹ호 시(詩) 한 수를 지어 노래했다.

力拔山兮 氣蓋世
時不利兮 騅不逝
騅不逝兮 若奈何
虞兮虞兮 奈若何

힘은 산을 뽑고, 기운이 세상을 덮어도
시운이 불리하니 騅도 달리지 않누나
추가 달리지 않느니 어찌하리
우虞야 虞야 너를 어찌하리

이 노래를 몇 차례 반복해 불렀다. 우미인도 이별의 슬픔을 담은 노래를 흐느끼며 불렀다.

漢兵已略地 四方楚歌聲
大王義氣盡 賤妾何聊生

한나라의 병사는 이미 땅을 빼앗고
들리느니 사방에 초나라 노래로다.
대왕의 의기가 다했거니
천한 첩이 어찌 살기를 원하리오.

굳세기로 비할 데 없는 항우의 얼굴에 몇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좌우에 있던 신하들도 모두 울었다. 어느 누구도 얼굴을 들지 못했다. 비장한 기운이 온 장막 안에 가득 찼다. 우미인은 눈물에 젖은 얼굴을 항우의 가슴에 묻고 굳게 얼싸안았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어찌할 도리는 없는 것이다. 어찌 삶을 원하리오 하고 노래한 우미인은 과연 항우에게 보검을 달래어 자기의 백옥 같은 목을 찔러 자결했다.
그날 밤 고작 팔백여 명을 거느리고 탈출한 항우는 다음날 무수한 한군 속에 돌입하여 스스로의 목을 쳐서 죽었다. 나이 서른한 살이었다.
세월이 바뀌고 이윽고 봄이 돌아왔다. 우미인의 붉은 피가 떨어진 땅에서는 한 떨기의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그 꽃을 살아 있었을 때의 우미인처럼 다정스러웠고 우미인의 정결한 피처럼 붉었으며 영웅 항우의 운명을 슬퍼하던 우미인의 마음처럼 처량하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꽃을 우미인의 화신이라 생각하고 우미인초라고 불렀다.
끝으로 북송의 시인 증공(曾鞏)의 시 하나를 소개한다.

三軍散盡旌旗倒
玉帳佳人坐中老
香魂夜逐劍光飛
靑血化爲原上草
芳心寂寞寄寒枝
舊曲聞來似斂眉
哀怨徘徊愁不語
恰如初聽楚歌時
삼군은 모조리 패하고 군기(軍旗)는 쓰러졌다.
옥장(玉帳)의 가인은 앉은 채 늙었구나
향기로운 혼백 보검의 번뜩임에 날아가고
청혈은 들판의 풀이 되었다.
지금 가인의 혼백 앙상한 가지에 쓸쓸히 깃들고
붉은 꽃은 항우의 노래를 슬피 듣는 것 같고나
아아, 슬픔과 한을 안고 들판을 헤매이는 가인의 혼백은 말이 없다.
사면의 초가을 들었던 그 패권의 밤과 같이….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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