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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가집 가는 길

정상대(수필가)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1년 12월 17일











▲ 정상대
이 세상에 어머니 없는 자식은 없다. 태어난 후 일찍 운명하였거나, 아니면 기억에 남아 있지 아니하여서 일 것이다. 심지어 의학발달로 정자를 빼어내, 난자와 결합한 시험관 아이도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것이다.


시험관 얘기니, 몇 년 전 미국 콜로라도 주에, 유명(?)한 정자 의사가 있었다. 그는 결국 96명의 아기를 원하는 여자들을 의사자신의 정자를 사용해 아들, 딸을 낳게 한 것이다. 입으로 소문이 나자 아이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만나보니 모두가 기증받은 정자가 아니었고, 얼굴이 모두 비슷한, 의사정자였다. 그는 자기 본처 아이를 합하면, 100명이 넘는 아버지로, 기네스북에 올랐을 것이다.


우리 어머니 친정으로, 우리 뒷산 초계 재 넘어 조금 내려가면 만나는 정골이라는 마을이다. 어머니 외가는 문화 유(柳)씨로 양반 집안이라 불리었다. 김씨 집안으로 시집온 외할머니 얘기다. 한마디로 김씨들은 술 잘 먹으니, 좀 게을러 예의범절이 유씨 보다 못하고, 아들 3명 낳고 키워보니, 그 말이 맞는 듯하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버들 유씨들도 술을 먹지만, 적당히 먹고, 아침, 저녁으로 명심보감이나 좋은 책을 많이 읽는다 하셨다. 수년 전 미국 아들 부시 대통령이, 어느 날 전국 생중계 TV 앞에서, 학생 여러분, “TV나 전자게임에 너무 몰두해 시간 낭비 말라”, 대신 “매일 발행하는 신문을 읽어라, 나도 매일 몇 가지의 신문을 수십 년 읽고 있다.” 특히 고학년 때 신문 “사설”을 계속 읽어 가면, 대학 입시 에세이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경험담을 나도 시청했다.


나도 신문 읽고, 좋은 글은 스크랩 하고, 머리와 시각으로 심독하며, 매일 일어나는 생생한 산지식 중, 지식층이 쓴 논설을 읽으니, 나도 모르게 머리재산이 축적되어 감을 느끼며 산다. 각설하고.


여름 외할아버지 기일 때, 외갓집 가는 데, 큰 고개인 초계 재를 넘어야 한다. 어린 애니, 산중턱이면 힘 든다. 6시간 정도 걸어가야지 적중면 끝 마을 횡포리다. 고개 내려가면 내 어릴 때 친구도 보고, 어머니 외가 친척도 잠시 보고 가자며, 나는 동구 밖 큰 바위에 앉아 쉬어라 하신다. 시장하지 하시며, 아침 일찍 만드신 흰떡과 쑥떡을 먹고 있어라 주신다. 그때 먹었던 떡 맛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이웃가게 즐비한 떡 맛과 비교를 할 수가 없단 말이다.


무더운 날 여름, 우산 하나 없이, 이바지 떡보따리 머리에 이고, 먼 길 걸어오신 어머니와


나는 외갓집에 도착했다. 외가 2누나는 원두막에 가자며, 나를 데리고 갔다. 참외와 줄무늬난 속이 단단해 씹을 것이 있는 꿀맛 참외 맛은, 일 년 내내 내 입안을 침 나게 만든다.


큰 외삼촌도 유교 집안이라, 아침, 저녁으로 명심보감을 읽고, 혼자 외우시기도 하셨다.


글을 배우면 써 먹어야 한다. 너 작은 외삼촌 알지. 어릴 때부터, 서당에 다니고, 글을 많이 배웠다. 그러나 배운 것을 써먹지 못하는, 암글 즉 어두운 의미의 배움이니, 너! 작은 삼촌 닮지 마라! 훈육 하셨다. 지금 생각 하니, 우리 교육도 미국보다 먼저, “배우면 바로 사용하는 교육”, 실용주의 즉 Pragratism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천 또는 실행을 못하였다는 것이리라…. 어느 덧, 50여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오래 전 외갓집은 허물어 졌고, 외사촌들은 모두 부산으로 이사 가서 손자들이 수두룩하다.


가야산에서 내려오는 황강 줄기에, 큰 나룻배에 버스와 사람을 함께 싣고, 뱃놀이 하던 시절, 여름에는 고기 잡고, 수영 배웠던 곳, 겨울에는 얼음 썰매를 타고, 큰 망치로 얼음을 깨고, 잡았던 민물고기, 식당 하던 큰 누나가 매운탕 끓여 줘, 맛있게 먹었던 기억들이 그리운 것이다.


애기가 태어나면, 친탁이다 외탁이다 누구나 듣고 자란다. 어머니 말씀에 너는 외탁을 좀 했다는 얘기가 내 귀에 들리는 느낌이다.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1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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