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의 날이 국가 기념일로 지정이 되면서 그동안 군에서 해오던 행사를 정부주관으로 하게 되었는데 담당자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국가차원에서 행사를 진행하면 수월하고 고급스런 행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속빈강정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속빈강정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관건이지만 딱히 방법을 찾지 못하고 기념일은 다가오고 그야말로 갈 길은 먼데 해가 지는 꼴이다. 의령이 국제적인 재벌을 배출한 고장이라는 것이 자랑보다는 민망하게 들리는 것은 왜 일까?
인구 3만의 작은 소읍에서 의병의 날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받는 일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킨 지역이 의령뿐이 아니었을 것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의병은 있었다. 다만 그 시발점이 의령이라는 곳이기에 국가도 인정해 준 것이다.
국가가 인정하고 군민들이 원했기에 잔치는 벌려야 하는데 재정이 문제인 것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금액과 군비를 합한 금액이 4천만 원이다. 부잣집 잔치비용보다 못한 금액으로 행사를 하기는 녹록치 않다.
쉬운 예로 거창국제연극제는 군과 도에서 지원하는 금액이 5억이 넘는다. 그러나 처음 연극제를 시작 할 때는 지원금이라고 할 수도 없는 금액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어떤가? 백과사전에도 등록될 정도로 성공한 축제의 대표가 된 것이다. 연극제 집행위원장은 광고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거리 캐스팅을 했고, 배우들은 포스터를 붙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원봉사자들의 봉사가 있었기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을 수 있었고, 거창군민들의 고향사랑이란 이름으로 적극적인 홍보로 보다 탄탄하고 안정된 축제로 자리 메김을 한 것이다.
결국 재정마련을 위한 빠른 길은 탁상행정보다는 발로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수를 비롯한 관련 공무원들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제안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며, 조상덕분에 하사받은 구슬이 서 말이면 뭐하겠는가? 말보다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서는 가진 자들이 나서 주어야 하며, 의병기념사업회도 걱정하고 회의만 하는 것보다 발로 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치꾼 10명 100명이 무슨 필요인가? 단 한사람의 지도자, 군민들의 단합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세간리에서 북을 치며 처음 의병을 모집하던 홍의장군 같은 전략적인 지도자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북을 잘 치는 지도자라도 군민들이 귀를 닫아 버리고 시끄럽다고 한다면 말짱 도루묵인 것이다.
박은식(朴殷植)은 “의병은 우리 민족의 국수(國粹)요 국성(國性)이다.”라고 하면서 “나라는 멸할 수 있어도 의병은 멸할 수 없다.”고 말했듯이 군민 모두가 의병 정신을 가지고 주인이 되어야 한다. 가진 것이 많든 적든, 지위가 높든 낮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혼연일체가 되어야 축제는 흥겹고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차린 것이 적어 허기를 다 채우지 못해도 정성껏 대접했다면 돌아가는 손님들은 스스로 나서서 일하는 군민들의 표정에서 산해진미의 포만감을 느끼게 될 것이며, 희망을 생각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 첫 단추는 끼워졌다. 마지막 단추까지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길은 이름 없이 위기의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털어 스스로 나선 곽재우장군처럼 군민들 스스로 의병이 되어야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군의 재정은 열악하다. 불우이웃을 돕듯 군민들이 군을 도와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