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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의 날과 의병정신

조광(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0년 06월 16일











▲ 조광 교수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일본의 통치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명분 없는 전쟁이었다. 조선왕조는 이 전쟁을 거의 예상하지 못했다. 조선을 침범한 일본군은 이미 많은 전투경험을 통해 강병으로 성장해 있었다. 조선은 전쟁의 개시 과정에서 강성한 일본군의 침략에 속수무책이었다. 조선의 관군은 초기전투에서 박살났다. 당시 조선군을 지휘하던 이일 장군이나 신립 장군은 상주와 탄금대에서 처절한 패전을 경험해야 했다. 조선의 운명은 절벽 끝에 이르게 되었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은 부산에 상륙한지 20일 만에 서울을 함락시켰다. 그리고 전쟁 개시 60일이 못되어 거의 전 국토를 석권했다. 임진왜란은 조선왕조가 마주했던 최대의 위기상황이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처에서 의병들이 봉기했다. 의병들은 왜적의 침입에 맞서서 자신의 향토와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 자진하여 봉기했던 민병들이었다. 경상도 의령에서 봉기한 망우당 곽재우를 비롯한 의병들의 활동으로 조선 정부는 비로소 정규군인 관군을 재편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었다. 그만큼 의병의 봉기는 전란의 극복에 있어서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한편, 임진왜란을 겪은 지 3백여 년 후 조선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직면했다. 일본은 침략을 노골화시키면서 이른바 을미사변을 일으켜 민황후를 살해했다. 이를 계기로 하여 도처에서는 의병들이 봉기했다. 또한 1905년 을사조약이 강제로 체결되어 외교권을 박탈당하게 된 마당에서도 의병들이 일어났다. 1907년에는 군대해산 등을 통해 조선의 식민지화가 더욱 촉진되어갔다. 이에 1907년 이후 우리나라 전국은 의병전쟁의 터전이 되었다.


이 의병전쟁은 ‘한일합방’ 이후까지도 지속되었다. 이 전투에 참여했던 의병들은 15만 여명에 달하고 있었으며, 일본군과 3천5백 여회에 걸쳐 교전했던 기록을 남겼다. 이 의병전쟁의 과정에서 의병 1만7천여 명이 전사했고, 부상자도 3만6천여 명에 이르렀다. 이렇게 의병전선에 뛰어들어 사라져 갔던 그 누구도 국가의 공식적인 부름을 받고 참전했던 사람들은 아니었다. 이들의 핏속에는 임진왜란 때 봉기했던 의병들의 기개가 그대로 흐르고 있었다.


이처럼 우리 역사에서는 국가가 위급한 처지에 처했을 때 자발적으로 봉기하여 무장부대를 조직하고 침략자에 맞섰던 소중한 전통이 있다. 유학은 조선을 문약(文弱)으로 흐르게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나, 유학의 훈도를 받아 충의를 소중히 여기게 되었던 당시의 사람들은 의병 대열에 자진하여 참여했다. 이 의병정신은 이른바 상무(尙武) 정신과는 다른 전통이며, 불의하고 부정한 행동이나 침략에 대한 도전과 거부의 용기를 뜻하고 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호국보훈의 달이 시작되는 6월1일을 ‘의병의 날’로 공포했다. 이제 우리는 국가기념일로 새롭게 제정된 의병의 날을 기념할 수 있게 되었다. 6월1일은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1592년 경상도 의령에서 망우당 곽재우가 처음으로 봉기했던 음력 4월22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짜이기도 하다. 이 ‘의병의 날’을 지정하는 데에는 경상남도 의령이라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컸다.


한 지방자치단체의 발의가 성숙되어 국가기념일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의병들이 간직했던 정신이 오늘날에도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병들이 보여주었던 일체감과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자 했던 결연한 의지, 그리고 고상한 가치를 위한 희생정신은 시공을 초월한 귀중한 가치였다. 자신을 희생하여 대의를 이루며, 불의와 부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그 결연한 의병정신은 오늘의 사회에서도 갈망되는 현재적 가치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그 첫 번째 의병의 날에 지난날의 의병정신을 새롭게 조명하게 된다.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0년 0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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