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낯설고 물선 의령 땅에 온지도 1년이란 세월이 흘러 이제 마음의 안정을 거의 찾을 수 있다.
막내아들이 의령군청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이곳에 왔다. 나는 이사 오는 날 와 보고 거의 오지 않았다. 손자를 합천으로 데려와서 보고 저희들이 왔다 갔다 하니 거의 올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가정형편으로 이곳으로 온 나는 매주 합천에 갔고 지나가는 합천버스만 보아도 가슴이 찡한 게 눈물이 핑 돌았다. 5살짜리 손자는 지금도 여기는 아빠 집, 우리 집은 합천이라고 합천 집에 가자며 때를 쓴다.
고향 합천에서 70평생을 살아온 나는 아는 사람 한분 없는 이곳이 낯설기만 했다. 고향 합천에서 요가와 한문을 배우던 나는 요가를 배우려 의령복지관에 나왔고 옆에 분의 소개로 합천복지관에는 없는 영제시조를 배우게 되었다. 합천복지관의 생활에 익숙해 있는 나인지라 별 기대 없이 복지관에 가보았다. 그런데 의령복지관을 가보니,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시조는 훨씬 어려웠고, 시조를 하시는 분들의 인격은 퇴직 행정공무원, 퇴직 교육자들로 이뤄진 단체라 어느 단체보다 수준이 높았고 인자하셨으며 나 같은 것도 정말 따뜻한 마음으로 진정으로 반겨주셨다.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사람이란 나를 반겨주는 곳이 있고 기다려 주는 곳 챙겨주는 사람이 있고 가족에게 말 못할 마음의 친구가 있는 곳, 그 곳이 바로 의령복지관이었다.
복지관은 여러 모습이 있다. 노인들이 천 원씩 내어 샀다며 소주잔을 기울이며 환담하시는 모습, 쿵작쿵작 울려나오는 음악소리, 게이트볼 함성, 구수한 음식냄새, 한적한 산책로와 맑은 공기... 붉게 물든 단풍잎, 주렁주렁 달린 망개알...
복지의 원조는 독일이라 들었다. 먼저 기독교인들이 운영하였다는데 너무 좋아 나라에서 하게 되었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영제시조 수업시간에는 “자네집 술 익거든 부디 나를 부르시고 초당에 꽃피거든 나도 자네 청 하옴세. 백년 듣 시름 없을 일을 의논코저”하고 시조를 읊다보면 일상생활의 번뇌는 간곳없고 오직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요가시간은 내 건강을 지켜주는 디딤돌이 되었고, 나는 복지관에서 만난 분들 덕분에 길에서나 시장에서 많은 분들과 교류를 나누며 특히 시조를 가르치는 이종록 선생님의 좋은 말씀에 흠뻑 젖어있다. 복지관의 프로그램이 아니면 내가 어디서 그분을 만날 수 있었을까?
복지관은 장소도 명당이다. 복지관 건물 앞으로 곽재우 장군의 영정을 모시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 밤이면 오색불빛이 찬란히 반짝이는 구름다리가 있다. 나는 이런 명당자리에서 5살짜리 손자를 자전거에 태우고 복지관 마당주위를 돌기도 하며 공도 차고 잔디밭을 마음껏 달리면서 건강도 챙긴다.
그리고 복지관에는 좋은 분들이 많다. 특히 복지관운영 담당아가씨의 예쁜 미소가 좋다. 얼굴도 예쁘지만 우리 요가인들을 챙겨주는 마음 씀씀이가 더욱 아름답다. 나는 이런 저런 분들의 사랑 속에 흠뻑 젖어있고 의령복지관 덕분에 의령 이곳저곳의 면민들과도 많은 친분이 생겼다.
어느 날 요가교실에 어떤 분이 알밤을 가져와 나에게 주었다. 서먹서먹했는데 잘 챙겨주어 고맙다고 했다. 어떤 이는 매실주를, 어떤 이는 고구마를, 어떤 이는 갓김치를, 어떤 이는 곶감을 가져와 나누어 먹었다. 또 어떤 이는 옷을 가져와 나누어 입었고 나는 사탕을 가져갔다. 우린 요가를 마치고 빙 둘러 앉아 “복지관 참 잘 생겼지?” “옛날에는 이런 곳이 없었는데 얼마나 좋노!” “참 잘 지었지?” 하며 담소를 나눈다. 나는 만사를 재껴 두고 요가시간과 영제시조시간을 챙긴다. 이렇게 따뜻한 분들의 사랑과 미소가 있었기에 나는 정착하고 싶은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지 모르겠다. 매주 가던 합천도 이제 특별한 일이 있어야 간다. 아들은 엄마 합천 집 팔아서 여기 큰 집 사서 같이 살자한다. 나는 처음 와서 합천군청으로 가자며 졸랐다. 아들은 “엄마 나는 여기가 좋다. 살아보래 의령사람들 참 좋다.”고 했다. 한 1년쯤 살다보니 정말 좋다. 복지관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마음이 변할 수 있었을까?
앞으로 복지관의 무궁한 발전과 여기 오시는 분들의 건강을 빌며 복지관을 운영하시는 소장님을 비롯하여 모든 직원들께 하나님의 영광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