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의병제전을 기해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렸다. 그중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의령지역의 임란의병활동을 재조명한 학술대회였다. 학술대회 당일 학자들이 총 8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그날 발표된 논문의 주류는 대체로 선비 곽재우의 사상체계에 대한 접근이었다. 즉 학문적 영역에서 문학, 철학, 사상과 같은 정신적 영역을 중심으로 학자들의 논문발표와 토론이 있었고 일본인 모리 데루모토 교수의 경상도를 점령한 왜군의 지배과정과 의병들의 활약상에 대한 주제발표도 있었다.
이날의 논문내용을 집약하면 곽재우 장군의 사상은 남명조식 선생의 문하생으로서 도교사상과 더불어 공자의 춘추대의론(春秋大義論) 그리고 유․불․선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영역에 걸쳐져 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필자는 이날의 학술대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의령인으로서 다소의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점은 과연 우리 의령인들이 서른 여섯 번째 의병제전을 치러내면서 망우당 곽재우 장군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었느냐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필자부터 곽재우 장군하면 전국에서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선비출신의 용맹했던 장군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것이 우리 의령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장군에 대한 전부는 아니였는지 다시금 생각해 볼 문제였기 때문이다.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장군이 남긴 시문(詩文)이 서른 여 편에 달하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 앞에 시인 곽재우로 불러도 아무런 손색이 없었기에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더욱 큰 충격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굳이 곽재우 장군뿐만 아니라 백산 안희제 선생님 등 그동안 역사적으로 드러난 위대했던 여러 의령사람들의 행적을 고찰하면 우리 의령인의 정신은 뭐니 뭐니 해도 바로 흩어짐 없이 “의(義)” 하나로 집약된다. 그것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옳은 일이라고 판단되면 언제나 목숨까지 담보했던 숭고한 조상의 얼 즉 “義”가 우리 의령인의 몸속에서 세세만년 도도하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