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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령 땅이름 이야기

정암 솥바구(鼎巖 : 솥바위)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1년 02월 24일

세 개의 바위기둥에 떠받친 풍요의 중심


 












남강(南江) 또는 정강(鼎江)으로 부르고 있는 큰 강은 의령과 함안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지정면 성산(城山)마을 앞에서 낙동강과 합류를 하게 되는데 그곳을 기강(岐江․거름강)이라고 한다. 의령땅의 동남쪽 70리를 감싸고 흐르는 남강에는 크고 작은 나루가 스무 남짓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정암나루는 가장 큰 나루이면서 경남서부지역 내륙과 호남으로 통하는 중요한 교통요지다. 옛 시절엔 부산, 구포에서 어물과 소금을 실은 배가 줄지어 오고 이 지역 토산품인 땔감, 옹기, 곡물과 피륙 등을 실은 배가 내려가는 등 큰 배가 줄을 잇고 왕래했던 정암나루다. 정암나리(나루의 토박이말)는 일제강점기인 1935년 현대식 구조의 철교가 가설되면서 나루터가 없어져 버렸는데 그 뒤 6․25전쟁 때에는 철교 일부분을 폭파해 버려서 한동안 배로 오가게 되었으니 옛 시절 그 나루터가 새로 복원된 듯한 시절도 있었다.


이 강의 한가운데에는 높이 약 4m의 천연바위섬이 물에 떠 있는 것 같은데 얼른 보면 가마솥의 뚜껑인 소댕(이지역말로는 소두방, 솥디빙이라고 함)처럼 보일 뿐 아니라 물밑부분에는 솥의 발처럼 세 개의 바위기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득한 옛날부터 솥바구(솥바위)라 불러 왔으며 한자로 적으면서 정암(鼎巖)으로 했고 동네이름도 정암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나루터였을 시절에는 강 양쪽에 주막이 여러 집 있었고 민물잉어, 붕어회가 유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붐비던 곳이기도 하며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1592년 4월 임진왜란 때는 전국에서 최초로 망우당(忘憂堂) 곽재우(郭再祐) 장군을 비롯한 17장령과 수많은 민중의병이 창의하여 바로 이 정암진에서 왜구를 섬멸하고 승전고를 울린 전승지이기도 하다. 한 길가에는 1958년에 건립한 충익공홍의장군전적기념비(忠翼公紅衣將軍戰蹟紀念碑)가 서 있고 그 옆에 정강재(鼎岡齋)가 있었는데 도로 확장공사로 뒤쪽 산자락으로 이건했다. 또 산꼭대기에는 군자감정 강우황(姜遇璜)공의 묘소가 있는데 썩 좋은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조선시대 중종 때 영의정을 지낸 용재(容齋) 이행(李荇)선생이 귀양살이를 했던 곳으로 그 시절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취원루(聚遠樓)가 있었다는데 바로 그 자리에 지금의 정암루가 앉아 있다. 원래 있던 정암루는 6․25전란에 소실되고 지금 있는 것은 1953년 지방유지분들이 재건한 것인데 꽃피는 봄이면 풍류객이 모여 시회(詩會)도 열었던 유서 깊은 누정이다. 동쪽 산기슭에는 유송간의대부여공제단비(有宋諫議大夫余公祭壇碑)를 모신 꽃집이 있는데 의령여(余)씨 시조공의 제단비각이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드럽게 흘러내린 산줄기가 강물을 만나면서 멈춰서 버렸고 강물 깊은 곳에 세 발을 달고 떠 있는 듯이 보이는 솟바위는 신기해 보인다. 이곳 마을사람들은 섣달 그믐날이나 가뭄이 계속될 때는 이 바위에 왼새끼줄(금줄)을 치고는 동신제, 용왕제, 기우제 등을 올리기도 했고 집안에 우환이 있는 사람들은 한밤중에 촛불을 밝혀 놓고 무당굿을 하거나 비손을 했던 곳이었으며 옛 시절에는 함부로 올라가지 못하게 말렸던 금기의 대상인 바위섬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풍수지리설이나 여러 속신에 의하면 솥(鼎)이란 비록 작은 그릇의 한가지이지만 왕자(王者)의 보물이므로 아주 귀중한 기물로 여겼고 솥발 세 개는 삼공(三公) 즉 삼정승(三政丞)을 뜻하여서 태정(台鼎), 정신(鼎臣)으로 부르기도 한다. 다른 것보다 훨씬 뛰어나고 성대하다거나 과거에 최우등으로 급제한 세 사람을 가리켜서 정갑(鼎甲), 정괴(鼎魁)라 부르기도 했다. 부귀한 집안을 정족(鼎族), 솥으로 밥을 해먹는 넉넉한 신분의 사람, 즉 귀족을 가리켜서 정귀(鼎貴)라고 했다. 결국 솥은 보기(寶器)로 삼는 기물이었고 제업(帝業)의 상징이자 부(富)를 뜻하는 것인 바 정재(鼎재 : 재상의 자리를 비유), 정보(鼎輔 : 삼공을 이름), 정식(鼎食 : 귀인의 음식, 진수성찬(珍羞盛饌 : 부유한 생활을 누리는 것), 정운(鼎運 : 제왕의 운수), 성운(聖運), 정족(鼎足 : 솥발, 삼공의 지위)이란 말처럼 예부터 솥은 식복(食福)과 높은 지위(地位), 넉넉한 재물(財物)을 뜻하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이 정암(솥바위)을 중심으로 사방 이십리 안에 큰 부자가 끊이지 않고 날 뿐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 위훈을 세운 인물이 많이 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역사상 큰 자취를 남긴 큰 인물과 함께 옛 시절 의령의 만석꾼 부자를 비롯하여 삼성, 효성, 럭키, 삼영 등 굴지의 재벌의 출생지가 모두 이 솥바위에서 동서남북 이십리 거리에 있다는 것은 우연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솥바구(솥바위, 정암)는 긴 세월동안 온갖 풍상을 다 겪으면서도 의연한 모습으로 강심에 세 발을 박은 채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의젓하다. 강물이 줄어들고 제방공사 등으로 주위가 어지럽고 조금은 초라하게 보이고 있지만 이 지역사람들에게는 정령(精靈)이 깃들어 있는 바위섬이면서 자연의 신묘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솥바구인 것이다.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1년 0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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