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의병 항쟁사 재조명․계승방안 전기 마련

기초자치단체 주도한

국가기념일 제정 처음

의령브랜드 상승효과

◆ 기념일 공포 의의

의병의 날 공포의 의의는 무엇보다 지금까지 흘러간 역사적 사실에 그쳤던, 이름 없는 의병들의 얼을 기리고 그들의 호국정신과 항쟁사를 역사의 틀 밖으로 끌어내 국가의 공인 하에 현대적으로 재조명하면서 계승방안을 찾게 됐다는데 있다.

또 하나의 의미는 일개 기초자치단체가 주민과 향우들의 뜻을 규합, 400여년 전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일을 추진해 기념일 제정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 국가기념일 제정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40개의 기념일과 개별 법률에 의해 10개의 기념일 등 총 50개의 기념일이 제정되어 있지만 ‘의병의 날’ 제정과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는 평을 받는다.

의령군은 당초 국회에 제출한 청원서에서 “외세의 침략에 대항했던 의병은 국난극복의 상징이며 우리민족 특유의 애국애족정신의 발현으로, ‘의병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해 국가차원에서 의병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고 애국애족의 의병정신을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계승토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한 전제로는 최근 우리사회에 물질만능의 배금주의와 개인주의 사상이 만연하고, 청소년들 사이에 국가와 민족에 대한 긍지와 사랑의 정신이 나날이 퇴색하고 있다는 시대적 현상을 들었다.

국회 청원심사소위와 상임위에서도 이 청원을 다루면서 현재의 경제위기 등으로 계층 간 소득격차의 심화로 인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경험하고 있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국민통합의 기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수용했다.

국회는 또 의병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고, 이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계승·발전시켜 이를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그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인정했다.

정갑윤 국회 청원심사소위원장은 지난 2월의 국회 제안 설명에서 "의병의 역사적 의의와 현재 한국사회에 제시하는 가치를 볼 때 기념일 제정이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며 ‘의병의 날’은 의병의 호국정신을 대표할 수 있는 날이어야 한다는 점과,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인 점에 비추어 6월 1일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 기념일 공포 과정

의병은 역사적으로 지역과 시대를 가리지 않고 국난이 일어날 때마다 그 가치와 존재를 드러낸 우리 민족 특유의 민초 항쟁사이지만 이를 일개 자치단체가 국가기념일로 만들겠다고 시도한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역사학계나 다른 자치단체에서의 관심이나 호응도 없이 ‘곽재우가 1592년 4월22일 의령에서 맨 처음 의병을 일으켰다’는 역사적 기록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험난한 작업이었다.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도 작은 의령군이 이를 독자적으로 추진해 옴으로써 그 시도에서 결실까지는 무려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소요된 것이다.

의령군이 의병관련 사업을 제일 먼저 추진한 것은 1971년 11월17일 의병기념사업회 발족 및 창립총회를 개최하면서였다.

이후 1972년 의병탑 건립과 의병제전 행사가 시작되고 처음으로 의병의 날 제정이 건의되면서 분위기가 조성됐다. 1975년 1차 청원을 거쳐 1977년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충익사 정화사업이 착공되고 1978년 완공됐다. 85년에는 의병의 노래가 제정됐고 충익사관리사무소가 경상남도 관할로 승격됐다.

기념일 제정 청원은 한동안 수면 아래에 머물다 2002년 본격적인 의병기념일 제정 서명운동을 벌였으나 다시 벽에 부딪쳤다. 그러다 지난 2007년 3월 의병제전 행사가 경상남도 4대 우수문화축제로 선정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김채용 의령군수는 당시 의병이 단순한 시대적 산물이 아니라 국가가 존재하는 한 살아 숨쉬고 계승해야 할 호국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유산이라며 ‘의병의 날’ 청원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 8월 4일 김채용 의령군수 등 15,586명의 서명서와 함께 국회에 접수했으나 지난해 4월 16일부터 국회청원심사 소위원회에서 ‘계속 심사’ 상태로 계류돼 왔었다.

올해 들어 드디어 지난 2월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결을 거쳤고 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사실상 확정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이후 정부로 이송돼 4월 5일부터 26일까지 입법예고 됐고 법제처 심사를 거쳐 18일 국무회의에 상정 의결돼고 25일 대통령령으로 공포라는 결실을 거둔 것이다.

의령군은 독자적으로 국가기념일 제정 추진을 하면서도 그동안 의병활동이 활발했던 거창, 합천군, 경북 고령군, 광주 북구, 전남 해남군, 담양군, 충북 옥천군, 제천시, 경기 안성시 등 전국 9개 시 군에 협조를 구해 뜻을 같이하겠다는 동의서도 받았다.

또 국사편찬위원회 등 관련기관의 자문을 받고 지난해 9월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에 국가기념일 제정 타당성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한편 국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하여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기념일 제정을 위하여 활발하게 움직여 왔다.

한편 의령군이 지난해 9월 여론전문조사기관인 (주)리서치 21에 의뢰해 시행한 ‘임진왜란 시기의 의병에 대한 인식과 호국의병의 날 제정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 전국 응답자 1천명 중 74.6%가 의병기념일의 필요성과 제정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바 있다.

◆ 향후 과제

6월 1일이 국가기념일로 공포돼 공휴일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의병과 관련한 기념식이 정부 주도로 치러진다.

지금까지 의령군에서 국한돼 진행돼오던 의병관련 행사가 정부의 공식인정 기념일로서 지위가 격상되면서 각종 사업지원 및 관련부처 협조를 이끌어낼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러나 의령군으로서는 숙원해결이라는 기쁨에 못지않게 앞으로 이에 발맞춰 추진해나가야 할 여러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지금까지는 오로지 기념일 제정이라는 숙원을 해결하는데 총력을 경주 해 왔지만 이제는 호국의병이라는 브랜드를 새로운 의령의 명품브랜드로서 만들어서 잘 활용해야 하는 몫이 남았다.

무엇보다 그동안 그 의미와 가치가 평가 절하되어 온 의병과 의병정신을 새롭게 재조명하고, 호국 의병정신의 계승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의병광장과 연계한 청소년교육원, 박물관 건립 등 관련 사업을 앞당기고 다양한 역사적 테마관광코스 개발 등으로 의병과 그 정신이 대한민국의 자랑거리로, 의령인과 의령정신의 상징으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의령군은 가칭 의병정신 선양회 발족, 의병정신 교육장 운영 등의 계획을 수립하는 외에 국사교과서에 ‘의병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과정과, 의병과 의령과의 관련항목을 구체화하는 등의 방안을 적극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