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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길 문학박사 <월간 신문예> 초대수필 - ‘국어학자 외솔 최현배 박사님과의 만남’ 화제

18살 국어과 중학교교원자격증
19살 국어과 고등학교교원자격증 취득
미국 유학지원 제의에
가정형편상 사양 후에도 깊은 사제관계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574호입력 : 2021년 08월 25일
ⓒ 의령신문
 
 의령군 칠곡면 출신 허만길 문학박사(시인)가 <월간 신문예> 2021년 7·8월호(서울)에 초대수필로 실은 ‘국어학자 외솔 최현배 박사님과의 만남’이 큰 화제를 낳고 있다. 17쪽에 걸친 회고 형식의 수필인데, 몇 대목을 소개한다.

 허만길 박사는 1960년 진주사범학교 3학년 재학 중 17살에 국가시행 중학교교원자격검정고시에 응시하여 수석합격으로 18살에 국어과 중학교교원자격증을 받았다. 그리고 1962년 19살에 국가시행 고등학교교원자격검정고시에 응시하여 수석합격으로 국어과 고등학교교원자격증을 받았다.

 중학교교원자격검정고시 및 고등학교교원자격검정고시는 1차 전공과목 학력고사(필기시험)에 합격하면 2차 구술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학력고사 출제위원이 구술시험도 담당하였다. 허만길 박사는 중학교교원자격검정고시 응시 때는 중학교 졸업장밖에 없었으므로, 학력고사에서 전공과목 국어과뿐만 아니라 공통과목으로서 교육학과 사회과목(정치, 경제, 법률, 사회, 문화, 교양 등 종합) 시험도 치르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에서 실지수업 시험도 치러야 했다. 중학교교원자격검정고시의 학력고사 및 구술시험 출제위원은 김형규 서울대학교 교수와 홍웅선 문교부 학무국장이었으며, 고등학교교원자격검정고시 학력고사 및 구술시험 출제위원은 최현배 한글학회 이사장과 김형규 서울대학교 교수였다.

 최현배 박사가 허만길 박사에 대하여 알게 된 계기는 허만길 박사가 1962년 3월 최현배 박사에게 학회 활동에 관한 문의를 서신으로 하게 되면서부터였다. 허만길 박사는 최현배 박사로부터 1962년 3월 26일자로 쓴 편지를 3월 28일에 받았다. 허만길 박사를 서울 자택으로 초대하는 내용이었다. 그때 허만길 박사는 19살이었으며, 부산중앙초등학교 교사였다.

 허만길은 4월 7일 서울역에 내려 신촌행 합승을 타고 대흥동에서 내렸다. 집 뒤편 현관 벨을 누르니, 한복을 입은 예순여섯 살의 최현배 박사가 허만길을 맞이했다.

 허만길은 최현배 박사에게 큰절을 올렸다. 최 박사는 허만길이 서울에 와서 대학 공부를 하겠다면 힘껏 도와주겠다고 했다. 허만길은 연세 많은 부모님의 외아들로서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님 곁을 멀리 떠나올 수 없다고 했다. 큰집에는 할머니, 그리고 슬하에 아무도 없는 큰아버지, 큰어머니가 계시는데, 자신마저 직장도 없이 멀리 떠나 있게 된다면,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열두 살 진주중학교 시절부터 고학을 하다시피 자립적으로 살아왔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큰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우선 부산에서 야간대학을 마치고서 그 다음 일을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겠다고 했다. 최 박사는 한글 연구에 어울리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를 찾기 어려운데 허만길이 한글 연구의 뒤를 크게 이어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허만길은 “박사님의 격려만으로도 고맙고 영광스럽기 그지없다.”고 했다.

 최 박사는 허만길이 최 박사의 집에 묵으면서 원고 정리를 한 대가로 학비에 사용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했다. 원하기만 하면 미국 유학까지도 보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허만길은 부딪쳐 있는 환경으로는 안정된 직장을 유지하면서 앞날을 열어 나가는 것이 떳떳한 일이 되겠다고 했다.

 허만길은 과일과 차를 들고 난 뒤, 최 박사와 함께 사모님 방으로 갔다. 최 박사는 사모님에게 “나는 열일곱 살에 국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허 군은 열일곱 살에 국어과 중학교교원자격고시에 합격했으니, 참으로 기특한 재주지요? 가정 형편만 된다면 서울에 와서 공부하면 좋을 텐데.”라고 했다.
 
 이튿날(4월 8일, 일요일) 아침식사 후 허만길은 사모님과 함께 자가용을 타고. 창경원 구경을 하고, 혜화동에 있는 맏아드님 집에서 점심을 먹고, 덕수궁 구경을 한 뒤 오후 4시 부산행 무궁화호 기차를 탔다. 이 뒤로 허만길은 최 박사뿐만 아니라, 최 박사의 가족과도 가깝게 지냈다.

 그해(1962년) 8월 3일 허만길은 부산 근처 일광해수욕장에서 최 박사, 최 박사의 친손자와 외손자, 안호상 철학박사, 최 박사의 제자인 부산고등학교 추월영 교장과 함께 만났다. 최 박사는 허만길에게 부산에서 야간 대학을 마치고 나면 대학원은 서울에서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1963년 10월 29일에는 최 박사의 내외분이 부산을 거쳐 고향 울산으로 가는 길에 최 박사는 허만길이 근무하는 부산중앙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최 박사는 부산 동아대학교에서 가끔 특강을 하였는데, 그때마다 최 박사는 허만길을 찾았다. 허만길이 불면증을 겪고 있을 때 최 박사는 1964년 4월 9일 국제시장에 허만길을 데리고 나가 불면증에 듣는 약을 알아보아 주기도 했다.

 허만길이 1966년 7월 16일 한글학회부산지회 주최로 부산여자고등학교에서 연구 발표를 할 때 최 박사는 찬조 강연을 하였다. 1967년 최 박사는 허만길의 결혼 살림을 보기 위해 부산고등학교 추월영 교장과 함께 부산 초량동 셋방에서 허만길의 장모님이 장만한 생선국을 들면서 매우 맛나다고 했다.

 허만길은 교원채용순위고사를 거쳐, 1967년 11월 23일 서울 영등포여자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부터는 최 박사를 자주 뵙게 되었다.

 그런데 1970년 3월 23일, 허만길은 출근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면서 ‘동양방송’(TBC) 라디오에서 나오는 아침 8시 뉴스를 듣다가 크게 놀랐다.

 “외솔 최현배 선생이 세브란스병원 별관 524호실에서 오늘 새벽 3시 35분경 별세했습니다.”
 최 박사는 1894년 10월 19일에 태어났으니, 76살 되는 해에 돌아가신 것이다.
 허만길은 9시 50분경 세브란스병원 별관 524호실에 들어섰다.
 “선생님…….” 하고, 허만길은 그만 목이 메었다.

 국무회의에서는 최 박사의 장례를 사회장으로 치르기로 가결하였다. 3월 27일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영결식이 있었다. 허만길은 장례지도위원석에 앉았다.

 허만길은 몇 사람과 함께 최 박사의 넋을 영구차로 모시고, 한글학회 직원 2명과 함께 정부의 문화공보부에서 내 준 차를 타고 행렬의 맨 앞장을 섰다. 하관이 끝나고 상주들은 먼저 서울로 가고, 허만길은 뒷일의 진행을 보고서 오후 6시경 승용차가 기다리고 있는 곳까지 걸어오면서 최 박사가 손 저으며 전송해 주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는 자꾸만 되돌아보았다.

“스승님, 편안히 쉬십시오.”라고 되풀이하면서, 고마웠던 일들을 곰곰 되돌아보았다.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574호입력 : 2021년 0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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