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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포항’하면 잊히지 않는 추억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587호입력 : 2022년 03월 11일
이 현 도
(칠곡초등학교 개교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 의령신문
 
 저는 1938년 의령군 칠곡면 산남리에서 태어난 이현도입니다. 한평생 살다보면 누구나 잊히지 않는 몇 가지의 추억들이 있을 것입니다. 곧 미수(米壽)의 나이를 맞게 될 저에게도 ‘경주, 포항’하면 잊히지 않는 특별한 추억이 하나있습니다.

 그 추억은 대구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제가 1978년 12월 27일 포항종합제철에 출장을 갔다 저녁 5시가 되어 귀가하는 도중, 포항과 경주의 중간지점인 안강에서 운명처럼 시작됩니다.
 당시 달리던 차 불빛에 어린 여자아이가 길가에서 손을 막 흔들고 있었습니다. 순간 저 아이가 장난을 치나보다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몇 초 후 이 추운 날씨에, 더구나 초저녁 시간에, 아이가 위험한 도로변에서 장난칠 리가 있겠느냐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기사에게 차를 세우게 하여 후진으로 그 아이 가까이로 다가갔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여자아이와 그 옆에 작은 남자아이가 둘이서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얼굴은 눈물이 얼어 퉁퉁 부어 있었고, 심지어 남자아이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헉헉거리고 있었습니다.

 측은지심(惻隱之心)에 아이들을 우선 차에 태우고는 여자아이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이 남자아이는 누구니?”하고 물으니 “제 동생입니다.”고 답했다. “너는 몇 살이니?”하니 “저는 8살, 동생은 5살입니다.”고 말했다. “네가 왜 위험한 차도에서 손을 흔들고 있느냐?”하니, “차를 좀 태워 달라고 손짓을 해도 아무도 차를 태워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고 말했다.

 “여기는 왜 왔느냐?”하니, “할머니 집에 왔는데 할머니 집을 찾지 못하였습니다.”는 겁니다. “그러면 어디서 왔느냐?”니 “부산에서 아침 먹고 나왔습니다.”는 겁니다. “그럼 집은 부산 어디냐?” 하니 “어머니가 부산진역 옆에서 장사를 하고 있어요.”라고 했어요.

 그 당시만 해도 겨울옷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 아이들이 몇 시간을 낯선 길에서 떨고 있었으니 얼마나 추었겠어요?! 아이들을 그냥 두고 올 수는 없었고, 부산진역까지 태워주고 되돌아 오려하니 4시간은 족히 걸리는데 그렇게는 힘들 것 같아서 잠시 생각 끝에 여자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부산진역에 내리면 엄마를 만날 수 있겠느냐?” 하니, “예, 엄마가 역 옆에 있습니다.”며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그래서 경주역에 가니 오후 6시 30분에 부산진역으로 출발하는 열차가 있어 열차표를 사려하니 역무원이 “여자아이만 차표를 사면됩니다.”하여 그렇게 표를 샀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너무 지루하여 남자 역무원에게 아이의 사정을 말하고 “아이들을 차에 태워주려고 역에 왔는데 기다리기 지겹고 힘이 드니 당신이 차를 좀 태워 줄 수 없습니까?”고 말했습니다. 

 이에 역무원은 “이 두 아이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을 하셨는데 당연히 제가 태워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가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에 저는 “그러면 선생의 성함과 연락처를 메모하여 주시면 6시 30분 부산진역 행 열차가 출발하고 나면 확인 전화를 하겠습니다.”며 마음 놓고 귀갓길에 올랐다. 대구로 오는 도중 그 열차 출발시간 직후 역무원이 적어 준 전화로 확인하니 “잘 태워 보냈습니다.”고 말하여 안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 경주 역무원과 두 아이의 성함을 적은 메모지는 세월 따라 이제는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경주와 포항을 지나칠 때나 대화 중 경주와 포항이 나오면 그때 그 추억의 장면이 뚜렷이 나타나곤 합니다. 그 두 아이가 이제 50대 초반이 되어 어디에서든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지 가끔 궁금해집니다. 만약 그때 제가 쉽게 생각하고 도와주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면 그 두 아이는 동사하였을 것입니다. 이 일은 내 평생 가장 보람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두 아이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늘 기원합니다.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587호입력 : 2022년 0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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