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으로 뭉친 고향 사람들
(60돌 기념, 재경의령군향우회 출판 기념회를 끝내고)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60년이면 강산이 여섯 번이나 변할 수 있는 긴 시간이다. 청양의 해인 올해는 ‘재경의령군향우회’가 60돌을 맞는 해이다.
참혹하고 지루했던 한국전쟁의 상흔이 가시기도 전에, 초대 문교부 장관이셨던 안호상박사(초대 향우회장)께서 1955년, 전국 최초로 재경향우회를 발족시켰다. 먹고살기에도 팍팍하던 그 시절에 향우회를 발족시킨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아마 그것은 정(情) 때문이지 않았을까? 그럴 것이다. 그건 분명 정(情)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구나의 가슴에 면면히 흐르는, 동향인끼리 공유할 수 있는 그 끈끈함이야말로 지금까지 우리 향우회를 지켜오고 키워온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지난 9월 ‘재경의령군향우회보 60년사’가 출간되었다. 대장정의 역사서에 버금가는 그 작업은 실로 많은 사람의 합작품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향우회의 밑거름이 되셨던 역대 향우회장님, 현 강완석 향우회장(19대)님의 뚝심, 치밀한 기획력으로 편집위원장직을 맡으셨던 전 배재대 박강수총장님, 향우회보 출간 및 출판기념회의 경비 조달을 위해 마당발로 뛰신 이수재 편집위원님, 그리고 서울과 의령을 수차례 오가며 작업에 참여하신 의령신문 박해헌 사장님, 구성과 이미지를 멋지게 꾸며주신 강홍도 사장님, 그 외 많은 자료와 글을 주신 향우님들과, 또 함께 편집을 맡았던 편집위원님들의 훌륭한 합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10월 세종문화회관의 메인홀인 세종홀에서 향우회보 60년사의 발간을 축하하는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그날 모인 약 600여 명 향우의 모습에서, 우리는 누구나 동향인 사이의 끈끈한 정을 느끼고, 또 의령출신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으리라 생각한다. 바로 그것이 정(情)이 아니었을까.
이처럼 회귀성의 본능을 가진 물고기에 연어가 있다.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가서 5∼6년을 지낸 뒤, 산란을 위해 애당초 자기가 부화한 강을 찾아온다. 먼 바다에서 설악의 남대천까지 생명의 근원을 찾아 알을 낳으러오는 연어!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이 불가사의한 연어와 같은 회귀성이 우리에게도 있을 것이다. 본능적인 이 회귀성 또한 고향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정(情)일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고향 의령이 어떤 곳인가? 작지만 큰,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늘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큰 인물이 많이 배출 된 지역이 아니던가.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재경의령군향우회보 60년사’에 실린 저의 축시 한편으로 대체할까 한다.
복되고 늘 푸를 의령이여
55년, 폐허 위에 뿌린 씨앗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
그리워 보듬고 껴안아 다독이며
청양의 해 60돌을 맞았네
자굴산 토해내는 그 물줄기
남강이 돌아쳐 남해로 흐르고
깊은 골 둘러 뿜어내는 정기는
충(忠)과 사랑으로 우릴 감쌌네
둥둥둥, 현고수(懸鼓樹) 북소리에 몰려든 의병(義兵)
동서로 왜구를 몰아낸 망우당(忘憂堂) 곽재우
눈보라에 삭풍 에던 강점기 세월
독립 위해 애국 혼 태운 백산(白山) 안희제
톨쌀 조차 귀하던 전쟁의 상흔 위
경제 부흥 앞장선 호암(湖巖) 이병철
한국교육 터전 잡은 안호상 박사
손잡아 장학사업 이끈 관정(冠井) 이종환
아, 우뚝 선 자굴산이여
도도히 흐르는 남강이여
너는 기억하며 또 새기리라
선각자의 고장, 인물의 고장 의령을
그 혼(魂)과 정(精) 이어받아
뭉치고 가꾸고 다듬어
영원토록 푸르고 빛나거라
복된 우리 땅, 의령이여.
(재경의령군 향우회보 60년사 402p발췌)
향우 한 사람 한사람의 애정이 모여 역사를 쓰고, 그 힘이 우리의 고향 의령과 국가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쓰여져 왔듯이, 재경향우회 60돌을 맞아 앞으로도 70돌, 80돌…. 또 다른 역사서에 비중 있는 페이지로 장식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