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5-20 19:05:48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향우2/문화 전체

고향의 깃대를 세우자

장 해 숙(재경 궁류면 향우회 고문)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5년 11월 26일

고향의 깃대를 세우자


 


장 해 숙(재경 궁류면 향우회 고문)


 









▲ 제목을 넣으세요


지금, 지구촌에는 6천여만 명의 난민이 새 삶의 터전을 찾아서 낯선 땅 남의 나라에서 유리걸식(流離乞食)으로 떠돈다고 한다. 지구촌의 인구가 60억이란 데 100에 한 명 꼴이 가난과 내전과 종교탄압을 피해 고향을, 고국을 버리고 죽음의 탈출행렬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 그리고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 발생하는 참상인데, 오로지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바다를 건너고 수백 km를 걸어 국경을 넘으면서 그들은 하루에도 수백 명씩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지만 탈출행렬은 멈추지 않는단다. 평화로운 관광지였던 에게 해와 지중해의 바다, 그리고 유럽과 다른 대륙을 잇는 육로들이 난민들의 생존 루트가 된 것이다. 어찌 그들뿐인가. 지금도 북한을 탈출한 동포들이 만주에서 또는 동남아에서 밀림을 헤치고 있다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들에게는 아직도 온전한 조국이 있고, 봄이면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는 고향이 의령에 온전히 있다. 참으로 복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들 2, 3세 향우들한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고향은 무슨...?!”하고 중얼거리며 생뚱맞다할 것이다.


사전적으로는 나고 자란 곳 삶터가 고향이다. 그러고 보니 그들의 태()는 의령 땅에 묻히지 않았으니... 그렇다고 생존경쟁만이 바글거리는 서울의 어느 곳 어느 골목이 신경회로망에 아름답게 입력되어 남고 싶고 가고픈 고향으로 박혔을까?


고향은 언제 찾아가도 반가워하는 사람이 있고, 언제 떠나도 서운해 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다. 오늘 가고 내일 가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맺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땅의 정()과 혼()으로 내가 점지되어 태어났고 태를 묻은 곳이기 때문이다. 배가 고팠고 헐벗었어도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가 공경하고 사랑하며 오순도순 살던 곳이다. 지금도 눈에 선한 이웃 어른들, 아옹다옹 다퉜던 꼬맹이 동무들... 모두 함께 부대끼고 살면서, 자라면서 우리의 몸에는 의령사람 냄새 물씬하게 배였고 의령사람 기질 응고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천리 밖에 나가서도 의령사람이고 만 리 밖에 나가서도 의령사람 기질 부리며 우뚝 서는 인물의 고장 의령 땅의 자손이다.


그런데 시방 거기가 전국최고의 고령화 고을로 마을도 길도 운동장도 차츰 비어가는 망실(忘失)의 땅이 되어 간다. 거기 뿐도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 출생률이 1, 2 정도라니 부부라면 두 사람이라 산술적으로는 둘은 낳아야 본전인데 한 명하고 반에 반의 또 그 반밖에 안 낳으니 참으로 밑져도 한참 밑지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감소추세를 계산하면 서기 3,000년도 되기 전에 한반도에는 사람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그 때 쯤에는 세종로 통에는 인왕산 호랑이가 어슬렁거리고 청계천에는 곰이 잉어를 잡고 광장에는 늑대랑 여우랑 달리기를 하고 청진동 골목에는 산토끼가 깡충대는가, 으리으리 하 비싸게 으스대던 높은 빌딩에는 새들이 새끼를 치고...?


지금 2030세대 중에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소위 삼포세대가 늘어간단다. 벌어먹고 살 일이 막막해서라나... 지금도 우리나라에 70여만 명의 외국청년들이 들어와서 돈을 벌어가고 130여만 명의 외국 아가씨들이 시집을 왔는데도 그렇다는 건 게으른 변명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아니면 생각해 보라, 그대들은 해방의 혼란과 6.25전쟁 통에서도 잡초처럼 모질게 살아남아 농토를 일구고 선산을 지키며 자식 낳고 공부시켜 길러냈고, 그대들의 아버지뻘이 되는 지금 5060대들은 멀다 가깝다, 춥다 덥다를 가리지 않고 5대주 6대양을 건너뛰고 달리며 돈을 벌어서 지금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의 선진국 문턱에 이 나라를 끌어다 대놨다. 그런데도 벌어먹고 살 자신이 없다니 하늘은 먹고 살 일이 없는 사람을 낳지 않는다(天不生無綠之人)”는 옛말이 허언이더란 말인가.


가끔 출퇴근 시간대에 붐비는 지하철을 타보는데 거기 젊은이들 90페센트 정도가 스마트폰 화면을 노랑부리 병아리가 콕 콕 콕 찍어 대기만 하면 거기서 오만 게임이 튀어나오는 것이 하도 재미있는 것 같아 저게 지금 직장에 일하러 가는 것인지... 저래서야 무슨 일이 되기나 하는지... 엄마가 정성껏 차려준 밥상머리에서도 저러니 무슨 맛이나 알고 먹는지... 저러하니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오순도순 가정을 꾸리는 건 언감생심(焉敢生心), “삼포일쑤 밖에...


자동차 운전 중에 잡념이 짙으면 지금 내가 뭐하고 있으며, 어디로 가는지를 깜박해서 사고 나기 십상이듯 저래서 지금 우리나라가 씨가 말라가는 중인 것이다. 공자 가라사대 맹자 가라사대 해봤자 귀에 안 들어갈 것 같으니 참 큰일이다.


아직 구제의 싹수가 있다. 지난 8월초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남북관계에 무력충돌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떨어지는 낙엽에도 조심한다.”는 말년 병장들 87명이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들을 뒤로 하고 먼저 떠날 수 없다며 전역연기를 신청했다고 하며, 예비군들은 장롱 속 한구석에 박혀있던 군복을 다리고 군화를 닦으며 나라를 위해 총을 들 준비를 했다지 않은가.


이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모태(母胎)에서 명()이 점지되면서 씨가 박히는 생물의 본능이다. 이것이 태어나 어머니의 젖을 빨면서 자라고 할아버지, 할머니, 형제자매, 그리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커지고 세월이 지나면서 뇌리에 굳어져서 연어의 모천회귀(母川回歸), 여우의 수구초심(首丘初心)에서 보듯 영혼의 마지막 귀착지가 된다. 어머니와 고향은 하나가 되는 당위다.


우리 고향 의령엔 아직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고 삼촌과 고모, 일가친척이 있고 햇살 바른 양지 녘엔 선영이 있다. 거기서는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정으로 녹아 말랑말랑 순수한 동심이 된다. 고향에서 사랑의 본성을 느끼고 깨닫게 해야 한다. 삼포는 호의호식하면서 지식교육만 했지 인성교육이 안된 결과다. 인성(人性)은 사람의 그릇이다. 그릇이 있어야 알이 담기고 그릇이 커야만 많이 담긴 알에서 열매 풍성해진다. 물이 흐르는 곳에 도랑이 생기지 않은가.


학업과 취업난에 지친 2, 3세 향우들을 고향에 자주 데려가서 고향의 물도 마시고 공기를 숨쉬며 뒷동산에도 올라서 옛 이야기도 들려주고 또 할미랑 아주머니들이랑 점당 백 원짜리 고스톱도 쳐보고, 그러다 보면 알게 모르게 얼었던 정이 풀려 흐르고 조상의 태가 묵힌 산천초목이 내뿜는 기()에 가슴이 따뜻해지리라.


고향은 영혼을 치유하는 힐링장이다. “아빠, 또 언제 고향가요?”할 때까지 고향의 깃대를 세우자!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5년 11월 26일
- Copyrights ⓒ의령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의령농협, 조합원 자녀 장학금 수여식..
의령 수월사 의령군장학회 장학금 300만원 기탁..
의령군가족센터 ‘의령박물관 및 충익사 탐방’ 진행..
의령교육지원청 진로 직업인 특강 올해로 3회째 열어..
의령홍의장군축제 성공은 `RED`에 있었네!..
의병마라톤 행사에서 함께 뛰며, 청렴봉사 활동 시간 가져..
의령소방서, 주거용 비닐하우스ㆍ컨테이너 화재 예방 당부..
오태완 군수 공약 평가...경남 군부 유일 2년 연속 `A등급`..
입식가구·생명박스·방역소독...의령군 경로당 `3종 세트` 호응..
의령군, 경남 드론측량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 수상..
포토뉴스
지역
제26회 의령군수기 생활체육 게이트볼 대회 개최..
기고
김복근(국립국어사전박물관건추위 공동대표·문학박사)..
지역사회
최병진.전형수 회장 이.취임 최병진 회장, 재경 의령군 향우회장 감사패 수상 하형순 산악회 전 회장 공로패..
상호: 의령신문 / 주소: 경상남도 의령군 의령읍 충익로 51 / 발행인 : 박해헌 / 편집인 : 박은지
mail: urnews21@hanmail.net / Tel: 055-573-7800 / Fax : 055-573-78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아02493 / 등록일 : 2021년 4월 1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종철
Copyright ⓒ 의령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4,711
오늘 방문자 수 : 5,739
총 방문자 수 : 15,77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