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덕면 관정 이종환 회장의 교육관광시설 준공식에 가기 위해 기자는 11일 오후 1시 의령읍에서 버스를 탔다. 현장에 내리자 맞은편에서 김채용 군수를 비롯한 의령군 관계자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점심 먹으러 가자고 했다. 기자는 현장을 한번 둘러보겠다며 사양했다. 그들은 도로 건너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때는 몰랐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준공식은 끝나고 식사가 뷔페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기자도 그곳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이날의 주인공 이종환 회장이 오찬 및 여흥이 벌어지는 현장에 나타났고 박희태 전 국회의장, 권철현 전 주일본대사관 대사가 이종환 회장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했다. 돈의 위력은 저런 것이구나, 하고 속으로 감탄했다.
그리고 이종환 회장의 교육관광시설의 하이라이트인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전통적인 조형기법에 따르면서도 조형미를 새롭게 해석하여 독창적으로 창조됐으며 민간정원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하다.’고 하는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의 보도자료 내용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 정자 안을 봤다. 식탁 위에 음식 접시가 가득했다. 오찬을 마친 자리였다. 그 순간 기자는 생각이 복잡해졌다. ‘그때는 몰랐던’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이날 행사 주최 측은 김채용 군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뒤늦게 인근 식당에 들어간 김채용 군수를 다시 모셔오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행사 인쇄물을 보면 김채용 군수가 이날 축사를 하고 그리고 이 지역의 최고 어른인데 왜 그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다시 여흥이 벌어지는 행사장으로 갔다.
여기저기서 낯선 사람들이 선물을 챙겼다. 우사에서 행사 주최 측이 선물을 다발씩 낯선 사람들에게 건넸다. 기자 눈에는 서울 등지에서 온 사람인 것 같았다. 선물을 주면 왜 의령사람들에게는 안 주지, 왜 그렇지, 기자의 머리가 또 복잡해졌다. 우사 가까이 가서 하나 달라고 해봤다. 안에서 하나를 건네줬다. 기자를 아는 지역주민이 하나 얻어달라고 했다. 저기 가서 하나 달라고 해라고 했다. 그도 딸과 함께 이날 선물을 하나씩 챙겼다. 하지만 기자 주변 의령사람이 선물을 챙기는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다발씩 선물을 챙겨가고 있었다.
왜 이렇지, 오늘은 의령이 키워낸 동양 최대의 장학재단을 세운 기업가를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날이 아닌가, 그런데 정작 의령사람은 왜 이렇게 대접받지 못하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왜 이렇지, 하는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지난 6월 22일 상량식 때 기자는 현장을 뒤늦게 찾았다. 현장에는 지역주민들에게 막걸리 한 잔과 고기 한 점을 주는 자리가 아니었다. 관계자들만 있었다. 그때 현장에서 기자는 ㈜그린스페이스 건축사 사무소 김석쳘 대표에게 보도를 위해서 자료를 요청했고 그는 6월 25일까지 자료를 보내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의령고등학교 장학금 삭감사건, 농협 예금인출 사건 등 지난 사건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 장학재단기금 1조원을 목표로 하는 등 ‘통 큰’ 행보를 거듭하는 관정이 왜 유독 고향에서는 ‘작은 것’에서 그렇게 인심을 잃는 행보를 거듭하는지 참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