篤初誠美愼終宜令(독초성미신종의령). 처음을 돈독하게 하는 것은 진실로 아름답고, 끝맺음을 온전히 하도록 삼가는 것이 마땅하다. 지역의 서예가 도연 박경희의 개인 전시회가 의령문화원 1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11월 11일까지이다.
전시회는 지난 2000년 의령문화원 서예교실에 입회한 이후 개천미술대상전, 경남미술대전, 창원서예작가협회전, 마산미술협회전, 의령문화원 문화가족작품전시회 등 초대·단체전을 두루두루 거치면서 그 동안 평소 열심히 공부한 내용들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개인 전시회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천자문의 구절인 ‘篤初誠美愼終宜令 嗚呼愼厥終惟其始(독초성미신종의령 오호신궐종유기시)을 비롯하여 지난 시간을 가만히 돌아보며 마음이 가난한 자신을 반가이 맞이하여 그 자신의 얼굴을 용기 있게 마주하고 자리에 앉은 장면들이 유독 많다. 그래서 그 자리에는 온화한 기운이 가득하다.
常無欲以觀其妙(상무욕이관기묘). ‘늘 욕심 없이 그 미묘함을 살핀다’는 말로서 욕심을 미우고 마음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노자>
율곡(栗谷) 이이(李珥)의 시 梅梢明月(매초명월)도 읽으면 가슴이 서늘하다.
梅花本瑩然(매화본영연)/ 映月疑成水(영월의성수)/ 霜雪助素艶(상설조소염)/ 淸寒徹人髓(청한철인수)/ 對此洗靈臺(대차세령대)/ 今宵無點滓(금소무점재). 매화는 본래부터 환히 밝은데/달빛에 어리니 물과 같구나!/ 눈서리에 본디 고움을 더하니/ 맑고 찬 기운이 뼈에 스민다/ 이를 마주하며 마음을 씻으니/ 오늘 밤엔 티끌 한 점 없구나.
서예가 도연 박경희는 ‘전시회를 열며,'에서 “이 계절처럼 제 삶도 봄과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지나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을 가만히 돌아 볼 때면 게으르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며 살아왔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곤 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난 무엇을 이루며 살아왔나 자문하게 됩니다”라며 “벼루에 먹을 갈면 퍼지는 은은한 먹향 속에서 희고 정갈한 한지 위에서 한 획을 그어 나가는 순간의 기쁨과 보람이 이 삶에서 제가 이룬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라고 했다.
또 그는 “붓 끝에 실리는 감정들은 때로는 즐거움이었고, 때로는 단번에 시원하게 써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답답함이기도 했지만, 벼루에 웅덩이처럼 고인 먹물을 찍어 매일 글을 쓰는 소박한 시간들이 모여 어느새 서예는 제 삶의 중심이 되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유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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