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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을 묵힌다’는 말을 아시나요?

의령문화원, ‘의령의 언어와
문화’의 여덟 번째 이야기
‘의령의 혼례문화’ 발행 배포

부림 강수기·의령읍 옥쌍선
부림 이상순·화정 임옥이
화정 조정수 등 어르신 5명
증언… 의령의 혼례 이야기
가슴 아리게 ‘생생’ 담아내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589호입력 : 2022년 04월 14일
 ▶옥쌍선 어르신은 쌍둥이 여동생과 같은 날에 결혼식을 올렸다. 쌍둥이가 같은 날에 결혼을 한다는 소문이 어디까지 났던지 넓디넓은 바깥마당이 사람들로 차서 발 딛을 틈이 없었다.
                                                                                                            ⓒ 의령신문

 ‘혼인을 묵힌다’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혼례식을 올린 뒤 달을 묵혀 신행(新行)을 하면 ‘달묵이’라 하고, 해를 묵혀 시댁으로 가면 ‘해묵이’라 했다. 신부가 해를 묵혀 신랑 집으로 가게 될 때면 이미 아이를 출산해 아이와 함께 시가(媤家)에 가는 경우도 있었다. 혼례식을 올리고 신랑이 신방을 치른 뒤 신부를 친정에 두고 혼자 집에 가는 것이 1950년대 말, 1960년대 전통 이었다.

 의령의 혼례문화에 대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의령문화원의 ‘의령의 혼례문화’가 발행됐다. 이 책은 시리즈 ‘의령의 언어와 문화’의 여덟 번째 이야기 이다. 의령문화원은 최근 이 책을 회원들에게 배포했다.

 부림면 신반리 강수기(1944년 생), 의령읍 동동리 옥쌍선(1940년 생), 부림면 막곡리 이상순(1950년 생), 화정면 화양리 임옥이(1941년 생), 화정면 화양리 조정수(1941년 생) 등 모두 5명의 제보를 받아 꾸민 이 책은 의령지역 어르신들의 혼례문화 전통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조사 마을의 환경과 배경으로 마을 들여다보기, 일생의례로 제보자의 출생과 성장, 결혼하기까지의 과정,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 시집살이에 대한 경험담, 혼례로서 혼례절차, 혼례음식, 혼례일반, 혼례금기사항 등으로 항목을 나눠 질문하여 제보자 어르신을 매개로 하여 의령의 혼례문화를 글로 복원하려 애썼다. 이번 저술 작업에는 경상국립대학교 박용식 교수를 비롯하여 강현주 박성경 박성희 팀이 함께 했다.

 성수현 의령문화원장은 발간사에서 “요즘은 결혼식이 일관된 예식장 문화로 정착되었지만 50∼60년 전까지만 해도 마을마다 집안마다 혼례 풍습이 다르게 이어져 왔습니다. 집안의 전통이나 형편에 따라 혼례를 대하는 생각도 달랐고 절차나 방식도 조금씩 다른 면모를 보였습니다”라며 “그러나 전통 혼례 방식이 사라지면서 지역이나 집안에서 지켜오던 고유의 풍습이 함께 사라져 가는 것에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이에 우리는 문화가 변화하는 경계에 있는 세대로서, 사라져 가는 우리의 혼례문화를 기록하여 후세에 남겨야 할 책무를 무겁게 실감하며 이 책을 간행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이 책의 말미에는 의령읍 동동리 옥쌍선 어르신의 기증 자료로 혼례 축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예전에는 결혼 축사를 적은 글이 많을수록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축하를 받은 결혼이라는 증명이 되었다고 한다. 옥쌍선 어르신은 혼례 날 받은 축사를 지금껏 간직하고 있었다고 했다. 옥쌍선 어르신의 혼례 날 단기 4292년 그러니까 1959년 1월 26일 우인 대표 일동 축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온 고상(苦上)의 자태는 행복(幸福)을 수레에 실고와 이 자리와 앞날을 화려하게 하며 앞집 개도 뒷집 소도 묵묵히 영화(榮華)를 빌며 절개를 자랑하는 사철나무는 이날을 맞이함이 한갓 희망(希望)이었으며 찬란하게 어울려 주는 오늘의 태양(太陽)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한스러운 일이 어-이 어찌 과언(過言)이리오.’

 ▶ 옥쌍선 어르신이 제공한 결혼식 축사.                                                      ⓒ 의령신문

 축사에 앞집 개, 뒷집 소, 사철나무, 태양빛도 등장했다. 이 대목에서는 기자도 정말 깜짝 놀랐다. 이보다 더 감동스러운 축사는 들어보기 쉽지 않다. 우리 어르신들의 감성 세계에는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 있음에 틀림없다. ‘의령의 혼례문화’에서 또 다른 재미를 확인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천지도 모르던 열아홉 나이였지만 그날 옥쌍선 어르신은 행복했겠구나, 하고 기자는 생각했다.

 이 책의 머리에 박용식 강현주 박성경 박성희 저자들은 ‘의령의 혼례’ 4. 마무리 글에서 이렇게 적었다.
 ‘증언을 해주신 제보자 분들은 모두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에 전통혼례를 치른 여성이다. 혼례 절차니 형식은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된 내용들이 있었다. 모두 열여덟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으며 혼례 결정에 본인 의사를 피력할 수 없었다. 결혼한 상대를 만나 이야기도 한 번 못 나눠 본 채 예식을 올리고 첫날밤을 치러야 했다. 혼례를 치르고 1년 가까이 친정에 살면서 결혼을 묵힌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혼례를 치르고 며칠 만에 시집을 가야 했다. 태어나 살던 집과 가족을 떠나 전혀 모르는 곳으로 처음 보는 시집 식구들과 평생을 살라며 보내졌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이 더 깊이 아려올 만큼 그 시절 농촌 여성들에게 결혼은 가혹한 것이었다. 그 시절을 떠올려 증언 제보자들은 모두 혼례에 대한 감정으로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가장 크게 드러내었다.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사랑의 감정으로만 충만한 요즘의 결혼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 과거 혼례는 고통을 동반한 그야말로 통과 의례였던 것이다.’

 의령문화원은 그동안 시리즈 ‘의령의 언어와 문화’로 1-의령소바와 의령망개떡(2015), 2-한국전쟁의 기억(2015), 3-의령의 서낭당(2016), 4-의령의 산업(2017), 5-의령의 전통시장(2019), 6-의령의 제례문화(2020), 7-의령의 상례문화(2021) 등을 발행했다. 유종철 기자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589호입력 : 2022년 0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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