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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로 전락한 추억의 미림탕 철거

의령 도심지 흉물 2월 철거
사업비 59억 원 국토부의
뉴딜 공모사업 지난해 선정
주민이 주체로 참여하는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 계획

50년 거주 주민 “추억의
장소 새롭게 탄생한다니 기뻐”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585호입력 : 2022년 02월 14일
 
ⓒ 의령신문

 의령군 의령읍 도심지에 흉물로 오랫동안 방치됐던 옛 미림탕 부지의 위험건축물이 철거 공사를 시작으로 첫 삽을 뜬다.
 의령군은 의령읍 중동리 394-34번지 미림탕 부지의 토지 및 지장물 소유자의 보상금 지급을 최근 마무리했고, 2월 건축물 철거를 시행한다고 지난 1월 25일 밝혔다.

 앞서 의령군은 지난 12월 중동지구 인정사업으로 2021년 국토부 뉴딜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중동지구 인정사업은 사업비 59억 원을 투입하여 도심지의 위험건축물이었던 미림탕을 공영주차장을 갖춘 도시재생거점공간으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미림탕 터는 의령 구도심 중심지에 오랫동안 흉물로 방치돼 도시 미관뿐만 아니라 안전 문제로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의령군은 이번 철거를 시작으로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운영관리 계획을 마련하고, 건축물에 들어설 시설을 구체화하는 등 지속가능한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는 공간으로 꾸밀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층별 대표시설을 살펴보면 지상 1층에는 미림빨래방, 생활체육시설, 무인카페가 2층에는 테마도서관, 3층은 교육체험프로그램실과 커뮤니티실을 갖춘 어울림 공간이 들어선다.
 특히 건립 이후 관 주도가 아닌 주민들이 주체로서 직접 참여하는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 관리할 계획이어서 더 큰 관심이 일고 있다. 가칭 중본협동조합은 관리지원사업부, 교육지원사업부, 공동체 활력사업부를 두고 빨래방, 무인카페, 헬스장 등 운영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금은 마을 공동체를 위해 지역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50년 넘게 중본마을에서 거주한 정창국 중본이장은 “미림탕 부지는 목욕탕으로, 노래방으로, 여관으로 의령사람뿐만 아니라 객지인들도 자주 찾던 추억의 공간이었다”고 회상하면서 “그렇게도 긴 세월을 흉하게 방치돼 있어 마음이 안 좋았다. 누가 와서 깨끗이 치워주길 바랐는데 정말 잘됐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현했다.

 오태완 군수는 “최근 2021년 경남사회조사를 보면 의령군 주거환경 만족도가 1위를 기록했다”라며 “이번 미림탕의 재탄생은 군민 주거환경 만족감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30년 가까이 방치된 흉물이 군민을 위한 명품 공간으로 재탄생 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군은 올해 전담조직으로 도시재생담담을 신설하여 중동지구 인정사업을 포함한 도시재생사업의 거버넌스 구축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림탕은 길 건너 바로 맞은편에 의령극장과 함께 의령 구도심 중심지에서 의령 지역의 주요 이정표 역할을 했다. 그래서 이 장소는 의령인이라면 추억과 결부된 남다른 곳이다. 어릴 때 살았던 동네를 다시 찾아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은 장소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그렇게 무수한 기억들이 서로 교차하고 때로는 경합하면서 만들어지는 곳이 바로 장소다.

 앞서 의령극장은 지난 1966년 건립돼 2014년 5월 철거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극장은 전체 대지 1천280여㎡에 연면적 1천460여㎡ 규모의 2층 건물로 인구 감소와 비디오 출시 등 시대적 변화에 떠밀려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이번에 철거하는 의령 미림탕 이야기는 다음 카페 ‘A.C.나침반’이 지난 2010년 4월 21일 소개한 연재기획물 20세기의 추억-23 동네 목욕탕 편에도 나온다. 기사 내용의 맥락을 짚어보면 이 이야기의 시점은 지난 2006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사의 내용은 이렇다.

 목욕탕에 얽힌 추억 하나쯤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요즘에는 목욕탕에서 살다시피하는 사람이 꽤 있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목욕탕 가는 일은 큰 연중행사였다. 추석, 설날 등 명절을 앞두고 찾는 곳이었다. 좁은 탕에 옹기종기 앉아 등을 밀면 국수 같은 때가 끝도 없이 나왔고, 뜨거운 욕탕에 들어가기 싫어 서성거리다 엉덩짝을 맞은 기억이 아득하다. 그때는 샤워기 대신에 바가지로 물을 떠 몸에 끼얹고, 발뒤꿈치를 바닥에 놓인 큼직한 돌에 박박 문질러 각질을 벗겨냈다.
 이제 목욕탕은 때를 씻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휴식 및 피로회복을 위해 찾는 곳이 됐다. 시설도 깔끔하고 편리해졌다. 넓고 호화로워졌지만 예전 같은 친근함이나 구수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옛날과 같지는 않겠지만 그 비슷한 모습을 갖고 있는 목욕탕은 없을까.

 경남 의령군 의령읍의 미림탕도 좋았다. 욕탕에 들어가니 바가지로 물을 떠 몸에 끼얹을 수 있는 미니 욕탕도 있었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샤워기보다 훨씬 편리하다고 해 예전 그대로 놓아두었다고 한다. 취재를 하면서 자그마한 욕탕에 혼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절로 흥감이 났다. 개인탕처럼 욕탕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많은 사람이 함께 쓰는 큰 목욕탕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주인 곽갑연(76) 할머니에게 27년간 목욕탕을 운영하면서 겪은 에피소드가 있는지 물었다. 할머니는 여탕을 훔쳐보려는 남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남자들이 여탕 창문에 매달려 훔쳐보기에 철조망으로 막아놨더니 다음날 다 뜯어놨더라. 그래서 창문을 알루미늄 새시로 했는데 돌로 창문을 깨어놓곤 했지. 다 예전 얘기지. 요즘에는 농촌에 할머니만 있는데 누가 훔쳐보겠어.”
여탕 창문에 매달려 훔쳐봤던, 철조망을 뜯어놨던, 창문을 깨어놨던 청춘들은 기억할까.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할까. 시간의 흐름을 견뎌내지 못하고 의령 구도심 중심지 역할을 주도적으로 했던 의령극장, 미림탕은 그렇게 의령인의 기억 속 추억으로 사라진다. 유종철 기자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585호입력 : 2022년 0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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