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함안군에 있는 처녀 뱃사공 노래비 비문 내용을 싸고 의령군과 함안군이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공방은 의령군의회 김봉남 의원(가선거구, 국민의힘)이 지난 11월 25일 제263회 의령군의회 제2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처녀 뱃사공’의 진실을 밝히자, 하는 내용의 5분 자유발언을 하면서 본격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공방은 지난 10월 14일 의령신문 제577호 8면에 ‘처녀 뱃사공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신경환 경남향토사의령지회장 겸 경남향토사이사의 기고가 게재되면서 표면화됐다.
기고에서 그는 “‘처녀 뱃사공’은 1959년 황정자의 노래로 발표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대중가요인데 이런 국민 애창곡을 두고 2008년부터 남강을 사이에 둔 의령과 함안에서 이 가요의 작사 배경과 관련하여 자기들의 관내에서 발생한 일이라 서로 주장하다 마침내 함안군에서 먼저 ‘처녀 뱃사공’ 노래비를 세우고 함안천 주변을 관광지로 만들었다”며 “필자는 의령군 공무원으로 재직 시 이에 대한 진위를 밝히고자 노력했지만 마무리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 올해 9월부터 의령향토문화연구소 허영일 소장과, 김진수, 이석대 연구위원의 협조를 받아 이 문제에 대하여 진실을 밝히고자 당시 처녀 뱃사공이었던 이필남 여사를 수소문 하여 만나 그 증언을 청취하고 북실나루와 그 일대를 함께 돌아보며 당시 상황을 조사하였다. 이필남 여사가 증언하고 현장에서 조사한 사항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합니다”고 했다.
의령신문 기고를 계기로 하여 지난 10월 14일 의령향토문화연구소(소장 허영일)은 함안군에 처녀 뱃사공 노래비 비문 내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악양생태공원 내 노래비 옆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노래비 뒷면 표기내용 중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정리된다. 이에 대하여 함안군은 지난 11월 21일 처녀 뱃사공 노래비 내용 수정 요청 건과 관련하여 답변을 의령향토문화연구소에 보냈다. 또 이에 대하여 의령향토문화연구소가 함안군의 답변에 대하여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지난 12월 9일 지역신문에 배포했다. 이석대 의령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를 정리하여 조만간 함안군에 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 지난 12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은 먼저 악양생태공원 내 노래비 옆 안내판 설치 문제.
의령향토문화연구소는 “함안군 대산면 서촌리 산 125-1번지에 두 번째 세운 노래비는 위치가 적합하고 비 뒷면에 작사 배경과 관련된 내용이 없고 악보만 있으니 문제 될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라며 “노래비 곁에 안내판을 세워 ‘처녀 뱃사공은 강 건너 의령군 북실나루터에 살던 이필남(당시 16세)이며, 1953년 9월 유랑극단장 윤부길 일행을 이곳에서 북실나루까지 노와 삿대를 저어 건네주었다. 처녀 뱃사공 사연을 듣고 만든 노래이다’이라는 정도로 내용을 홍보하여 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함안군은 “안내판은 우리군의 입장과 다른 내용으로 함안군에서 홍보할 내용은 아니라고 판단되며, 2000년 노래비 건립 이후 계속된 이견에 대한 우리군 입장은 함안 악양루 주변이 처녀 뱃사공 가사의 배경지라고 생각함”이라며 “2000년에 처녀 뱃사공 노래비를 건립하게 된 이유는 전 국민의 애창 대중가요인 처녀 뱃사공 작사 배경으로 확인된 악양루 주변에 이를 기념하고 관광자원화 하기 위함이며, 악양생태공원 내 노래비가 위치한 장소는 처녀 뱃사공 발원지라서 세운 것이 아님”이라고 답변했다.
의령향토문화연구소는 악양생태공원 내 노래비 옆 안내판 설치 건의 답변에 대한 반론으로 “이 위치는 두 번째 노래비가 있는데 처녀 뱃사공 노래 작사 배경 나루가 정확합니다. 처녀 뱃사공 이필남은 함안군 대산면 서촌리 다리미산 선착장에서 의령군 정곡면 적곡리 북실나루로 윤부길 악단장 일행을 노를 저어 건네주었으며, 강 건너 북실나루터에 살았던 것입니다”라고 했다. 공방을 벌이는 또 다른 내용은 노래비 뒷면 표기내용 중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
의령향토문화연구소는 “2000년 10월 2일 서촌리 산 99번지 중턱에 세운 첫 번째 노래비는 뒷면에 표기내용이 사실과 다르므로 이를 수정 또는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다수 주민들은 물론 의령향토연구소가 주장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게재된 홍보물(애니메이션 등) 내용도 허구 및 오류가 많이 나타나 있으므로 고쳐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표기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부분은 △가사의 배경이 함안천(샛강)이고 그 당시 여건상 함안천에는 처녀 뱃사공이 없었다는 의견 △군에 간 오빠가 없었다는 의견 △대산에 장터가 생기지 않았다는 의견 △이필남씨가 처녀 뱃사공이라는 의견 등으로 요약된다.
함안군은 “대체로 문헌적 증거가 없는 사실은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제반 상황이 얼마나 사실과 일치하느냐를 확인하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함”이라며 “비문 내용 중 악단이 함안군을 방문한 시기는 오류가 있지만 배삼룡 선생, 악극단 일원, 처녀 뱃사공을 불렀던 황정자 선생 아들의 증언에 의하면 함안이 노래가사의 배경지역임”이라고 했다.
의령향토문화연구소는 “의령북실나루와 함안천 나루는 약 380m 정도 가까운 거리입니다. 그 중간 지점인 함안군 서촌리 지역에 약양루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악양루는 절벽 위에 있는 건물이며, 의령 북실나루와 함안 윤외리에서 다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을 찾았던 윤부길 악단일행 일부는 의령북실나루 처녀 뱃사공 이필남이 노를 저어 건네준 것을 혼동한 것 같으며, 함안군은 관내에 있는 경치 좋은 악양루를 관광지 기준으로 정하고 북실나루 처녀 뱃사공을 함안천 처녀 뱃사공으로 둔갑시킨 것으로 사료 됩니다”라고 했다.
이렇게 의령군과 함안군에 공방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의령군의회 김봉남 의원은 ‘처녀 뱃사공’의 진실을 밝히자, 하는 내용의 5분 자유발언을 하여 진실 공방이 확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는 자유발언에서 “2008년 실존인물인 ‘처녀 뱃사공’의 주인공과 그 주변인들의 증언, 그리고 의령향토문화연구소의 노력으로 비문의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고, 무엇보다도 언론을 통해서 연일 보도가 되면서 함안군은 잘못을 인정하고 비문의 내용을 바로 잡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지금도 그 비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우리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식적으로 ‘처녀 뱃사공’의 진위를 밝히고 함안군에 그에 맞는 정당한 요구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유종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