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中有骨(언중유골)
장해숙(재경 궁류면향우회 고문)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 입력 : 2017년 08월 10일
言中有骨(언중유골)
장해숙(재경 궁류면향우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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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해숙(재경 궁류면향우회 고문) | 언중유골(言中有骨)을 한자 뜻 그대로를 풀어 보면 말 속에 뼈가 있다가 될 것 같다. 말 속에 뼈가 있다?! 계란에도 뼈가 있다는 속담이 있던데…… 하기사 계란이 병아리가 되고 닭이 되니 뼈도 아주 야무진 뼈가 들어 있으니 말 속에 뼈야 당연할 것 같다. 예컨대 우리들의 일상에서의 말 중에 알게 모르게 섞여 나오는 속담을 말 속의 뼈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속담은 그 시대 언어사회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 시대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수수만년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경험하고 깨달은 바가 수많은 인구에 회자 되면서 갈고 다듬어진 말의 보석과 같은 것이니 인생살이 中 지니고 있어야 할, 뱃사람들의 나침반과 같은 것이다, 라고 해도 되겠다. 예컨대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란 속담이 가르치는 바, “죽치고 앉아서 멀다, 어렵다, 힘들 것 같다, 고 계산만 하지 말고 지금 곧 출발하라. 그러면 닿는다.”는 선령들의 채찍과 같은 호령이니 뼈도 아주 강고하고 무서운 뼈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는 속담도 있는데 그 속에 버팅기고 있는 뼈는 “그러한즉 남과 너무 가타부타 시비하지 말라!”는 가르침일진대 얼마나 유익하고 진실함이 간단명료하게 표현됐는가. 그렇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세대가 빚어내는 이 시대의 속담은 있을까 없을까.
며칠 전 부산 친척집에 초상이 나서 할마씨하고 KTX 타고 문상가는 네 시간 가량의 무료한 시간에 나는 신문만 뒤척이다 졸고 있는데 할마씨가 내 옆구리를 쿡쿡 찔러서 돌아 봤더니 “읽어 보소!”하면서 스마트폰을 내미는데 거기 카톡에 누가 퍼다 부었는지 읽고 또 읽어도 재밌는 글이란 주석까지 붙여서 몇 개의 글이 담겨져 있었다. 메달 순위/ 딸 둘에 아들 하나 금메달/ 딸만 둘이면 은메달/ 아들만 둘이면 나무(木)메달/ 엄마의 일생/ 아들 둘 둔 엄마는 이집 저집 떠밀려 다니다 길에서 죽고/ 딸 둘 둔 엄마는 해외여행 다니다 외국에서 죽고/ 아들 하나 둔 엄마는 요양원에서 죽고/ 딸 하나 둔 엄마는 딸의 집 싱크대 밑에서 죽는다./ 남편은/ 집에 두면 근심 덩어리/ 데리고 나가면 짐 덩어리/ 마주 앉으면 원수 덩어리/ 혼자 내보내면 사고 덩어리/ 며느리에게 맡기면 구박 덩어리/ 아들이란/ 낳을 땐 1촌/ 대학 가면 4촌/ 군에서 제대하면 8촌/ 애 낳으면 동포/ 잘난 아들은 나라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 빚진 아들은 내 아들/
“에라이 불효망측한 것들… 도대체 누가 이렇게 씨부렁댔냐? 허지만 읽어보고 또 읽어봐도 각설이 타령의 사설 같이 재밌고 그럴 듯하니 웃기만 하자니 밑이 당기는 건 나만의 기우인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데 아무 근거 없이 이런 타령이 생겼을까. 어얼시구 잘 한다. 열(十)에 장자나 들고 봐라. 저 건너 장한 숲에 범이나 열 마리 들었는데 장안 포수 다 모아 그 범 한 마리 못 잡고 총소리만 내는구나.” 옛날 정치꾼들도 말만 번드르르 시끄럽고 요란했던가. 옛날 정치판을 은유적으로 비판하는 일반 서민들의 심정을 나타낸 각설이 타령의 한 부분 사설인데 그냥 그대로 오늘의 정치판 상황에 대입해도 통할 것 같은 것이 혁신정부라면서 한다는 수작이 전직 대통령과 재벌총수를 쇠고랑 채워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원전을 부셔라!, 4대강 보 철거하라!, 하고 앞집 뜯어내라는 소리만 요란하고 기업가들 팔 비틀어 끌어다가 근사한 청와대 마당에서 맥주 마시며 허허덕거리는 수작인즉 세금 많이 내시오, 그 돈으로 게으르고 머리도 없어 죽치고 있는 젊은이들 끌어다가 아무 자리에나 앉혀서 월급 주겠다며 일자리 창출이라 생색이나 내려하니…… 이야말로 “그 범 한 마리 못 잡고 총소리만 내는구나 저얼시구 잘한다 품바하고 잘한다.”
망쪼다. 앞에서 예시한 메달 순위, 엄마의 일생, 남편은, 아들이란, 같은 타령이 열사의 중동으로, 생사가 교차하는 월남의 밀림으로 뛰어다니며 돈 벌어다 오늘을 이룩한 우리들 세대가 후대에 남기는 타령이 되는가. 슬프다. 요즘 TV를 켜면 아침도 저녁도 가리지 않고 뭘 어떻게 먹어야 맛 있나 하고 지지고 볶고 하는 먹방 아니면 씰룩씰룩 먹고 찐 살 빼느라 사지육신을 이리 비틀고 저리 구기는 프로가 거반이니 언제는 못 먹어서 앙탈이더니 이제는 너무 배불러서 앙살인가. 동방의 예의지국의 요조숙녀들이 변해도 너무 무섭게 변했다. 아들이, 남편이 언제부터 이렇게 지청구가 됐던가. 女必從夫(여필종부)라 “지아비 가는 길은 죽어서도 쫓으라”, “여자의 웃음소리가 담 넘어 나가면 집안이 망한다?는 둥 남존여비적인 유교사상에 오랫동안 지눌려 살다가 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부터 시작하여 우리사회의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여성들이 직업전선으로 뛰어들면서 돈께나 만지게 되니까 수백 년 짓눌렸던 여권의 반등현상이라고 보아야 할까. 요즘 젊은 여자들 입었는지 벗었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반라의 차림으로 거리며 전철 안이며 꽉꽉 차서 활보하는 걸 보면서 국가발전의 동력이라고 생각했댔는데 그게 아니고 사람의 탈을 쓴 늑대의 무리였던가. 혼술, 혼밥, 졸혼도 유행이라니 인륜의 나사가 풀어져서 가족이 해체되고 사회가 무너지는 소리이다. 큰일 났다. 이냥은 안 된다. 새 술은 새 부대로란 말이 있듯이 새 바람이 불어 새 풍조가 돋아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다. 밑이 썩어빠졌는데 억만금을 퍼다 부운들 무슨 소용이랴. 자고로 집안의 궂은일은 노인 몫이다. 똥 누고 밑 닦아야 하듯 정화조 꼴이 된 이 사회 청소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 노인들의 책무일진대 남산에 올라서 나팔을 불어야 하나, 광장에 모여서 촛불을 들어야 하나?! |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  입력 : 2017년 0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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