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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에 서서

허영일(의령신문 편집위원)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6년 12월 15일

‘황무지’에 서서

 

허영일(의령신문 편집위원)

 

‘촛불민심’ 방송을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인 내가 해야만 할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하였다. ‘정치역량의 시험’은 ‘국정시스템 개혁’으로 가야하지만,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심에 뿌리를 둔 한 사람의 미혹’은 결국 ‘사람됨’이라고 생각하였다. ‘시험’과 ‘유혹’이 혼재한 현실을 보며 “청렴성과 이타심과 전문성과 합리적 시스템의 총합”이 한 나라의 수준이라고 내 나름 생각을 정리하였다. 한 공동체의 성장에는 정치도 중요하지만, 그 구성원인 한 사람의 ‘사람됨’은 정치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 ‘사람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혁신으로 대한민국을 경영하라’는 2013년 발간된 책을 다시 읽었다.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1)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등장하는 “인생은 활동이고,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에 능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한다.”는 문구를 자신의 언어로 재해석해 ‘아리스토텔레스 원칙’이라 칭했다.

“인간은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즐긴다. 또한 자신의 잠재능력이 더 많이 발휘하거나 과업이 더 어려울수록 그 즐거움은 배가된다.”

아리스토텔레스 원칙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최근 연구로 칙센트 미하이2)의 ‘몰입’이론이 있다.

그는 암벽 등반가, 체스의 고수, 현대 음악 작곡가 등 아무런 금전적 보상 없이 특정 활동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들을 연구하며 인간행복의 본질을 규명하려 노력했다.

그는 몰입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의미 있는 기쁨이라 주장한다. 칙센트 미하이는 몰입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요인으로 과제의 난이도와 자신의 능력을 들었다.

주어진 과제가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면 좌절 또는 근심하는 반면 과제가 자신의 능력에 비해 너무 쉽다면 따분해한다.

능력은 별로 없지만 용이한 과제라면 그런 과제에 특별히 관심 두지 않는다. 누구든지 해결할 수 있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제의 난이도가 높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재능을 지닌 사람은 과제 해결을 위해 몰입한다.

최상의 것을 추구하려는 욕구는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행위처럼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능력 있는 사람 모두가 위대한 업적을 남기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생각이 달라 힘 드는 과업에는 아예 도전하려 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인류역사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찰스 머리3)는 탁월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 많이 배출된 시대 및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재능 있는 사람이 수월성을 추구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삶의 목표와 자율성의 두 가지 문화적 특성을 강조한다.

첫째, 가장 재능을 갖춘 사람들의 삶에는 신성한 목표가 있고, 인생의 의미는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회는 위대한 인물을 많이 배출한다.

아무리 좋은 재능을 많이 갖고 태어났어도 인생은 허무한 것이라 믿는 사람은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없다는 것이다. 위대한 업적을 남기려면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노력”이라는 에디슨의 말대로 끊임없는 노력 없인 위대한 업적을 낼 수 없다.

신성한 목표는 물론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는 학자의 진리 탐구라든가 미술가의 아름다움을 추구 같은 목표는 신성하다고 생각된다. 국가적 소명의식을 갖고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인은 신성한 삶의 목표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축재 또는 돈벌이가 인생의 목표라면 이를 신성하다고 하지는 않는다.

둘째,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 사회는 위대한 인물을 많이 배출한다고 주장한다. 자율성은 창의성 또는 혁신의 원천이다.

즉,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한 사람들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위대한 사람들의 위대한 업적에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자기혁신을 애쓰는 사람들이 ‘집단지성’으로 ‘아름다운 공동체’를 가꾸는 길도 분명 있다.”고 정리하였다.

먼저 한 사람의 언어행실과 하는 일의 전문성과 열정이 ‘공동체의 성장’과 직결된다는 점을 깨닫고 수준을 높이려는 열정이 내 안에 있는가를 자문하였다. ‘수준’이란 ‘사람됨’을 말한다. ‘사람됨’은 전문성 즉, 지식과 인성을 통합하는 개념이다. 정신적 성장과 인간적 성숙은 한계가 없다. 김형석 명예교수의 말대로 좋은 습관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75세까지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평생 배우고 일을 찾아서 하는 생활방식이 곧 ‘성장하는 습관’이다. 억지로가 아니라 자원해서 일하며 배우기를 즐기는 좋은 습관은 아름답다.

밤늦게까지 -씰 데 없는 말 작란(作亂)- ‘촛불민심’ 방송에 피곤해 하다가 가슴 가득 밀려오는 ‘막막함’을 느끼며 청년시절 감명 깊게 읽었던 ‘거창고 직업 십계명’을 펼쳤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장래성이 없다고 여겨지는 곳으로 가라.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공동체 회복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됨’이란 무엇인가? 허허로운 황무지에 선 나를 보았다.

 

1) 존 롤스(1921∼2002): 미국의 철학자, 저서: ‘정의론’(1971), ‘공정으로서의 정의’(2001)

2) 칙센트 미하이(1934∼):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 심리학교수, 저서: ‘몰입의 즐거움’

3) 찰스 모리(1943∼): 미국 칼럼리스트, 저서: ‘인류의 업적’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6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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