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으로 살지 말고, ‘어르신’으로 살자 - 45년이 지났지만 매월 한 번도 빠짐없이 모인 동창생 모임이 있다. 군복무를 마쳤거나, 갓 취업을 했을 때부터 모이기 시작한 동기 모임이다. 결혼을 한 후에는, 부부가 참석하여 지금까지 허물없이 지내는 절친한 정을 나누는 ‘부부 모임’으로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에서의 승진이나, 자녀들의 교육문제나, 재산증식 등등의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대화의 대부분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순(耳順)에서부터 특히, 종심(從心)이 되어서는, 자신감과 용기에 찼던 과거와는 달리 일생의 노년기로서 나약하며 과거 지향적 회상을 하며, 소주 한 잔에 위안을 받는 애잔한 모습이었다. 그러므로, 모임의 대화 내용도 자연히 소극적이며 자포자기적인 분위기로 기울어졌다. 그런데, 한 친구 부인이 “생산적이고 긍정적이며, 적극적이며 60/70대 나이에 걸맞은 밝고 희망차며 중량감 있는 대화로써, 대화 내용의 나침판 축(軸)의 방향을 돌리자.”는 돌발적인 제안을 하였다. 그 후부터, 자녀에 대한 이야기나 재산이나 금전에 대한 대화 내용은 자연스럽게 금기 사항이 되었다. 결국 건강생활이나 취미생활을 위시한 일상생활의 여가활동 이야기가, 주된 대화 내용이 되었다. 더 나아가서, 한 친구의 제안으로서, ‘매달 모임’이 있을 때마다, ‘작은 주제’를 정하여 한 명씩 돌아가면서 각자 주변에서 있은 ‘보통 사람들의 감동적인 생활 활동이나 모습에 대한 이야기’로써 10~20분 정도 소개(발표?)하여, 노년기의 인생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자녀들로부터 존경 받는 부모가 되자고 의견을 모았다. 정신적인 면에서나 육체적인 면에서, ‘신(新) 중년 세대’로서 자녀나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고, ‘노인’이 아닌 ‘어르신’으로 살아가자고 친구들 모두가 다짐하여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 즉, 자녀나 사회에 부담(짐)이 되는 애잔한 ‘노인’이 되지 말고, 존경받는 ‘어르신’으로 당당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신 중년 1세대’인 우리들 스스로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노력 하자는 취지의 제안 내용 이었다. ‘노인’과 ‘어르신’의 공통점은, 세상살이를 오래 산 사람으로서, 연륜의 나이테가 많이 쌓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노인’과 ‘어르신’이란 말의 어감(語感)은, 언어(낱말) 자체가 갖는 언어 주체적 표현상의 느낌과, 듣는 사람이 느끼는 객체적 느낌 즉, 어감의 뉘앙스는 사뭇 다르다. ‘노인’이란 말은, 일상어로서 자연적인 나이를 우선적으로 기준하여 일컬어지는 예사말이다. 반면(反面)에, ‘어르신’은 연륜과 경륜을 겸비한 도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존경의 대상으로 우러러보는 높임말로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양쪽이 느끼는 뉘앙스는, ‘노인’이라는 말의 어감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들 회자(膾炙)되고 있는 ‘노인의 공통적인 특징’과 ‘어르신으로서의 덕목’의 차이점을 열거 해보면, 대개 아래와 같이 요약하여 말 할 수 있다. ‘노인’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특징은, ‘첫째 세월이 지나갔으니 자신은 몸과 마음이 이미 늙었다는 무기력한 모습이며, 둘째 이제 늙었으니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사람이라고 자신의 능력을 비하(卑下)하는 사고방식이며, 셋째 자기의 생각과 옹고집을 버리지 못하여 상대를 자기 기준에 맞추어 부정적으로 말하거나 평가하는 태도이며, 넷째 상대를 간섭하고, 자신을 잘 난체 자랑하는 은연중의 오만한 태도이며, 다섯째 베푸는 것보다 받기를 좋아하고, 남의 의견을 듣기보다 자기주장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무례한 언동(言動)이며, 여섯째 고독감을 자주 느끼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의존적 사고이며, 일곱째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믿고 더 배울 것이 없다는 투(套)의 낡고 고착된 매너리즘에 빠진 사고방식이며, 여덟째 자기가 사용했던 물건을 버리지 못하며, 아홉째 나이 타령만을 하면서 공짜를 좋아하고 도움을 받으려고만 하는 의존적인 사고방식이며, 열 번째 자기 분수에 맞지 않게 지나친 호화생활을 하거나, 지나치게 졸렬하게 사는 독선적 생활태도’ 등으로서 말 할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어르신’이 되기 위한 덕목으로서는, “첫째 부족한 자기 자신을 가꾸면서 젊어지려고 노력하며, 둘째 상대에게 이해와 아량을 베풀 줄 알며, 셋째 덕담을 하면서 상대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며, 넷째 스스로 절제하여 때로는 알아도 모르는 체하면서 겸손하고 느긋한 생활을 하며, 다섯째 베풀기를 좋아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예의가 있으며, 여섯째 주변에 좋은 친구를 두고 활발한 모습으로 살아가며, 일곱째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서, 옛 것과 새로운 문화와 정보에 친숙해지려고 노력하며, 여덟째 버릴 물건을 재활용 할 줄 아는 지혜가 있으며, 아홉째 가진 것의 다과(多寡)에 관계없이 자기의 주머니를 열어서 분수에 맞게 베풀기를 좋아하며, 열 번째 많이 가졌거나 적게 가졌거나 자족(自足)하여 자기 분수에 알맞은 생활을 즐길 줄 아는 생활태도’ 등으로 집약 할 수 있다. ‘노인’이 아닌 ‘어르신’으로서 살기 위해서, 위에서 말한 10가지 덕목을 모두 갖추기란 참으로 어렵다. 또한, 사람에 따라서 그 덕목의 종류도 다를 수 있다. 위의 덕목 중에서, 절반 정도를 갖추려고 노력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성실히 노력하면서 살아도, 누구든지 자신의 인생살이를 회고해 보면, 항상 부족하고 후회스럽기 마련이다. 결국, 우리의 인생살이란 ‘미완성 작품’에 불과하다. 따라서, 필자는 ‘어르신’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일곱 번째에 언급한 ‘옛 것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혀서 앞/뒤 세대를 아우르는 신 중년의 덕목’을 중점적으로 실천하려고 한다. 옛 성현들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뜻을 바로 새기어, 배우고 익히면서 부족한 삶을 보태어가는 근면한 생활 자세의 모습은, 어느 측면에서는 후손에게 물러 줄 수 있는 값진 유산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친구들 모임에서 발표(?) 차례가 되면, 필자가 감동을 받은 자랑스러운 고향 ‘어르신’ 한 분을,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 하려고 한다. 지난 음력 8월 상정일(上丁日) 문묘석존대제일(文廟釋尊大祭日)에 참석하기 위해서, 의령 향교에서, J씨(낙서면 거주)와 함께 하루 밤을 유숙하면서 밤이 이슥하도록 유익한 대화를 많이 나눈 적이 있다. ‘J씨는, 어릴 때에 부모를 여의고 고생을 했던 어린 시절의 고생 이야기, 많이 배우지를 못한 점에 대한 아쉬움, 자수성가(自手成家)(감 재배 단지 5,000평, 논 6,000평)를 하기 위한 젊었을 때의 피나는 노력을 했던 무용담, 자녀들을 성공적으로 키운 교육 경험담, 체력을 위한 운동과 취미활동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J씨는,『논어(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3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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