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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국민을 위할까

박래녀
편집국 기자 / 입력 : 2012년 11월 03일











▲ 박래녀
이 가을
, 첫 서리가 온다는 상강 즈음이다. 울타리 가에 철 늦은 호박 한 포기가 싱싱하다. 심은 적도 없으니 자연산 똥 호박이다. 호박 넝쿨은 서리 오기 전에 마지막 본분을 다하겠다는 일념으로 부지런히 넝쿨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모든 것이 스러져 가는 가을빛 사이에 피어난 샛노란 호박꽃은 보기만 해도 속이 환하다. 호박 역시 한 줄기에 세 개나 달았다. 저 호박이 먹을 만큼 자랄 수 있을까.


날마다 호박의 크기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호박 세 개가 서로 키 재기하듯 탁구공만큼 자라더니 아래 위 두 개가 자람을 딱 멈추었다. 자람을 멈춘 호박새끼는 시나브로 시들어갔다. 사람 손이 가지 않아도 호박덩굴은 알아서 강하고 튼실한 것만 남길 줄 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택된 한 개의 호박은 마지막 남은 시간과 열정을 몽땅 쏟아 부어 자랄 수 있을까.


하지만 겨울로 가는 길목에 선 시간은 호박 한 개가 온전한 몫을 할 때까지 기다려 줄 아량이 없다.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 호박넝쿨은 하룻저녁에 무참히 짓밟혀 버린다. 풋풋하던 호박잎도, 호박도, 호박꽃도 한 순간 사라진다. 어디 호박만 그런가. 식물의 전반이 다 그렇다. 사람살이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요즘은 노인 평균 수명이 팔십이 넘는다지만 젊은 층이 더 많이 망각의 강을 빠르게 건넌다. 이런 저런 사고사가 하루에도 몇 건씩 뉴스를 장식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을 막을 재간은 없다.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면 인간의 욕망은 천수를 누리고도 더 누리고 싶어 할 테니까.


마침 선거철이다. 갑론을박을 하고 있는 대통령 후보들 간의 치열한 경쟁을 본다. 소소한 사적인 비밀이나 치부까지 들추어내어 만인에게 공개 된다. 그렇게 해서 대통령이 되어도 국민의 입방아를 면할 방도는 없다. 정치를 잘 했니, 못 했니, 하루에도 수십 번 도마 위에 올라 횟감이 되고, 죽었다 깨는 것이 정치인의 이름 아닌가 싶다. 정치인은 국민에게 욕을 많이 먹어 오래 살 거라는 우스개도 예삿말이 되었다. 이번에는 누가 대통령이 될까.


자연산으로 태어난 철늦은 호박 한 개가 제대로 여물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땅속의 영양분을 최대한 빨아올릴 수 있는 힘이다. 그 힘은 따뜻한 햇볕과 영양분이 골고루 든 적당한 수분이다. 하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호박넝쿨이 무성해지기도 전에 서리는 사정없이 내릴 것이고 저 싱싱한 호박잎도, 아름다운 호박꽃도 무참히 익어버릴 것이다. 저 아까운 걸 어쩌나, 애석해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호박을 위해 따뜻한 비닐하우스를 지어 줄 능력 없으면 애석한 마음조차 호박을 위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호박넝쿨을 탓하면서 내가 위로받는 방법은 있다. 호박넝쿨이 온전한 자람을 펼치려면 봄철에 태어나 뜨거운 여름을 치열하게 살다가 가을에 누런 오살 몇 개 남기고 거름으로 돌아가는 일인데. 너는 제 철을 잊고 가을에 태어난 죄라고.


우리 집 호박넝쿨과 달리 제 철이 된 선거 철, 누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든지 서민 경제에 햇볕을 줄 수 없다면 국민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를 향해 질타를 해댈 것이고 상위 1% 국민을 제외한 국민의 삶은 철 늦은 호박새끼처럼 배배꼬이면서 시들어갈 것이다. 제발 오살 하나 실하게 키워 낼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 선택은 내 손에 달려 있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정확하게 판단하자. 누가 더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할 수 있는 능력잔지 눈 크게 뜨고 정확하게 짚어보자.

편집국 기자 / 입력 : 2012년 1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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