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3년이나 남아
1년 동안 고심한 듯
정권용 농업기술센터 소장이 전격적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는 12일 김채용 군수 면담과 행정절차를 거쳤다며 이 같은 사실을 기자들에게 확인해줬다.
이달 말까지 근무하고 7월 1일부터 야인으로 돌아간다는 것.
정년을 3년이나 남겨둔 시점에서 급작스럽게 농업기술센터 수장자리를 내놓아 의아함과 함께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물러난다는 소식이 알음알음으로 알려지면서 지인으로부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며 걱정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그는 후임자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명예퇴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겉으로는 급작스럽게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오랜 시간을 두고 고심하고 준비과정을 거친 끝에 이뤄진 결단이라고 덧붙였다.
왜 그는 이 길을 선택했을까. 향후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농업기술센터 수장자리를 그렇게 쉽게 내놓을 수 있을까.
후임자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라니 무슨 말인지 궁금했다. 그는 그 이상의 발언은 삼갔다. 후임자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명예퇴직을 하는 것은 나의 일이지만 그 이상 인사 등 문제는 인사권자의 일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자는 13일 농업기술센터 사람들과 점심을 했다. 물론 그 궁금증을 풀고 전후사정을 보충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내용은 이랬다. 후임자에게 길을 터준다는 것은 문경주 농업기술과장, 허수영 농업육성과장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었다. 정 소장이 정년을 3년, 문 과장이 정년을 6개월, 허 과장이 정년을 1년 남겨 둔 시점에서 정 소장이 남은 정년을 그대로 다 채운다면 문 과장과 허 과장은 과장으로서 공무원 생활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 소장과 문, 허 과장은 1∼2살 차이로 직장에서는 상하관계이지만 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 사이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후임자리를 문, 허 과장에게 배려하려고 오랜 동안 고심했고 이러한 내용을 1년 전부터 사석에서 간혹 내비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소장의 바람대로 문, 허 과장에게 후임자리가 배려되면 지역사회에서 인화단결로 더없이 좋겠지만 잦은 수장의 자리바꿈으로 농업기술센터의 업무에는 영향이 없을지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이 우려에 대한 답을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글에서 간접적으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15일자 의령신문 칼럼 ‘현고수 명상’에서 “엊그제 우리군 생활개선회 임원과 농촌지도자 임원이 자리를 함께 했다. 지난번 합동 이사회의에 이어 두 번째로 모인 자리로서 지금까지 매년 별도로 개최해 오던 행사를 올해부터 행정력의 낭비도 줄이고 유기적인 친선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함께하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의례, 예산 등의 사소한 문제 등으로 난항을 보여 어렵게 되는가 했더니 서로가 한발씩 양보를 함으로써 합의를 도출해 냈다. 오찬까지 하면서 화기애해한 분위기 속의 연출이었다. 실제 우리군은 인구 등에서 작은 군에 속하지만 단체는 없는 것이 없어 늘 행사가 이어져 소모성으로 비추어지고 있다. 이번에 이루어낸 두 단체의 합의된 취지가 다른 단체까지 파급 효과가 미침으로서 더욱 화합하는 계기를 이루어 군정의 목표 ‘하나 된 의령, 더 큰 의령’으로 거듭나는데 커다란 역할이 되었으면 한다. 세너지(senergy)효과보다는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가 훨씬 더 클 것으로 기대해 보면서 말이다.“라고 했다.
합의와 화합이 ‘하나 된 의령, 더 큰 의령’을 만드는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는 치밀하게 이번 일을 준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오래 전부터.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그날 기자는 그에게 “소장님, 잘 하셨습니다. 명예퇴직을 축하드립니다”라고 했다. 그와 소주잔을 기울인 그날 기자는 오랜만에 곤한 잠을 잤다.
한편 정 소장은 지난 1979년 국가직 7급 농촌지도직 공채에 합격해 공직에 첫발을 디딘 후 95년 국가직 5급(농촌지도관) 승진시험에 전국 최연소로 승진해 합천군농업기술센터 기술개발과장, 의령군농업기술센터 농업육성과장을 거쳐 2009년 의령군농업기술센터 소장에 취임했다. 유종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