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전격적 은퇴식
1시간 동안 진행돼 배려
유명세 범이이름 따라서
민속경기장 명명 여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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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7년 9월 비호와 통합 챔피언전을 벌이고 있는 범이(왼쪽). |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다.
싸움소의 지존 범이의 은퇴식이 오는 10월 4일 제6회 추석맞이 의령 소싸움대회에서 전격적으로 개최된다.
21일 의령군은 범이가 마지막으로 오는 10월 3일 이벤트경기를 펼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범이는 의령의 싸움소와 싸움소로서는 마지막 경기를 펼친다. 은퇴식은 다음날인 10월 4일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 동안 진행된다고 의령군 관계자는 말했다.
14일 먼저 범이가 입장하고, 기록영상물이 상영된다고 한다. KBS 인간극장에서 소개된 범이의 영상물 등을 챙겨 현재 기록영상물을 제작하고 있다. 우주 하영효(71)씨는 기록영상물에 전국 소싸움대회 19연속 우승 등 범이의 역사를 집약적으로 담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주 하영효씨에게 기념패를 수여하고, 싸움소의 지존 범이에게는 꽃목걸이 및 휘장을 증정한다. 그리고 그동안 의령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범이에게 전폭적인 성원을 보내주신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전달하는 기념퍼레이드를 펼친다. 여기까지 3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나머지 30분 동안은 축하공연으로 범이 은퇴식을 마무리한다.
의령군 관계자는 범이가 의령의 위상을 대외에 널리 알린 공로를 고려해 그에 걸맞은 은퇴식을 배려했다고 했다.
은퇴식과 관련, 우주 하영효씨는 범이가 지난 4월 의병제전 의령소싸움 준결승에서 귀를 찢기고 바르르 떨며 패배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이제는 은퇴시켜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사실 갑종 범이는 지난 2007년 의령소싸움에서 빅 이벤트로 당시 전승을 달리던 신진강호 을종 챔피언 비호와 통합 챔피언전을 벌이면서 다수의 우려를 불식하며 승리를 낚아채 백전노장의 기력을 한껏 발휘했다. 관객 만여명의 기립박수를 받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 없는 법. 범이는 지난 2008년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범이 나이 15, 16세. 사람으로 치면 60대 후반이나 70대 초반이라고 했다. 범이를 진주에서 데려다 키우기 시작한 게 지난 98년. 그해 6월 청도대회 일반을종부문에 처음 출전하면서 12년 가까이 부모자식 같이 지내왔다. 더 이상 무리하게 경기를 시킬 수 없었다고 했다. 범이가 많은 영광을 안겨주었듯이 범이에게 그에 걸맞은 예우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하영효씨는 대회 때마다 관객이 범이를 죽으면 어쩔 거냐고 물어 묻어줄 곳이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범이의 은퇴을 생각하면서 아예 자리를 봐두기로 했다고 한다. 하영효씨는 자신의 과수원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고 범이를 위해서는 서로 바라보이고 범이의 평소 연습장소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를 잡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예 아들에게 그 자리를 확인 시키고 훗날 범이를 묻을 때 꼭 그렇게 예우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하영효씨는 이번 범이의 은퇴식 때 이러한 내용도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영효씨는 의령에서 범이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하듯이 범이는 의령을 전국에 알리는데 일등공신이라고 자부했다. 하영효씨는 민속경기장 이름도 범이의 이름을 따라서 명명해야 한다는 일부 여론을 고려해 의령의 명성을 이어나가는 방안을 모색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유종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