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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과 통일전문가

서재진(통일연구원 원장)
편집국 기자 / 입력 : 2009년 06월 17일











▲ 서재진 통일연구원장
필자는 평소에 의령출신 이기 때문에 통일전문가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연인즉 이렇다. 필자는 하와이대학에 유학하면서 박사학위 논문으로 한국 재벌의 형성과 발전 및 특징에 관해 썼다. 당시 한국의 사회과학계는 재벌은 부정축재자니 뭐니 해서 이미지가 좋지 않아 학문적 분석의 대상에서 외면당했다. 80년대 한국의 사회과학은 온통 좌파 바람 일색이었고 맑시스트 바람이 많이 불어서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가릴 것 없이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은 온통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논문을 썼다. 논문 제목하면 의례히 노동운동, 노동조직, 노동상태 등의 제목을 달고 있었다. 필자가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자본가계급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한국 학계에 내놓더니 저런 사람도 다 있냐는 식의 반응이었다.


그런데도 필자가 한국 재벌에 관한 논문을 쓴 것은 의령이 낳은 이병철 삼성회장과 삼성이라는 기업 때문이다. 특히 나의 어머니가 이병철 회장님과 소꼽친구였기 때문에 내가 어릴 때 어머니께서 “병철이, 병철이” 하면서 친구이야기를 하시던 말씀을 자주 들었던 것이 나의 의식을 많이도 지배하였었다. 초등학교때 중교에 있는 고 이병철 회장님의 선친 묘소인 산정에 가을 소풍을 갔던 것도 머릿속에 너무나 깊이 간직되어 있는 추억이다.


또한 가난에 찌들어 살았던 우리 집안이 일어서고 내가 고등학교와 대학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형이 대구 제일모직에 취업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나로서는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의 견인차인 재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고 박사학위논문의 제목으로 한국 재벌의 형성, 정치사회적 특징 등에 관한 논문을 작성하게 되었다.


귀국해서는 박사논문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한국의 자본가계급』이라는 책으로 출간하였는데 그때 하와이대 사회학과의 한 한국인 교수께서 나의 책에 서문을 써 주셨다. 그 서문이 나의 인생을 바꾸는데 또 하나의 영향을 미쳤다. 그 서문에 “지난 20여년간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의 자본가 계급은 비록 남한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북한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리가 염원하는 통일국가가 미래에 성취되는 그 때에도 필경 막강한 계급으로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는 구절이 있다. 나는 이 구절을 읽고 한국의 자본가계급이 통일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 말에 당시의 좌파 학자들이 재벌을 경원시 하던 인식을 바꾸어주는 계기가 되었고 북한과 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한국의 자본가 계급이 북한땅에서도 성장하게 되면 그 때 또 한권의 책을 써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나의 책 출간과 때를 같이 하여 통일연구원이 설립되었고 북한에 자본가를 만들고 자본가 연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통일연구원에 원서를 내고 통일전문가의 길을 시작하게 되었다.


확실히 나는 의령 출신이기 때문에 통일전문가가 된 것이다. 내가 통일에 이바지 하는 것이 의령발전에 이바지 하는 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편집국 기자 / 입력 : 2009년 0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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