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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임시정부 자리 보존 운동 첫 신호

허만길 시 ‘상하이 임시정부 자리’
편집국 기자 / 입력 : 2008년 12월 16일

일본어로 번역 ‘동북아시집’ 게재


 













▲ 허만길
허만길 시인(문학박사, 소설가, 복합문학 창시자)이 광복 후 최초로 대한민국 상하이 임시정부 자리 보존 운동을 전개한 첫 신호가 되는 1990년 6월 13일 중국 상하이에서 현장 즉흥시로 읊은 ‘상하이 임시정부 자리’가 2008년 11월 1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중․일 동북아 시인 회의’ 참가 시인 시집 ‘동북아시집’(東北亞詩集)에 일본어로 번역된 ‘上海臨時政府の 遺跡’(번역인: 한국의 원로 시인 문재구)과 나란히 게재됐다.


허만길 시인은 대한민국과 중국 사이에 정식 국교가 없던 시기에 문교부(교육부) 중앙교육연수원 장학사로서 1990년 6월 7일부터 6월 13일까지 교원 국외 연수단을 인솔하여 중국을 방문하였다.


허만길 시인은 중국 방문 마지막 날인 6월 13일 연수단과 함께 대한민국 상하이 임시정부가 있던 곳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며, 그때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상하고 있다.


“전세버스는 상하이(上海)의 한 작은 거리인 ‘마당로’(馬當路)를 향했다. 나는 연수단원들과 함께 마당로에 이르러 버스에서 내렸다. 외짝으로 된 문들에 ‘馬當路 306弄 1’(마당로 306롱 1), ‘306弄 2’(306롱 2) 등의 표시가 골목 안쪽으로 계속되어 있음을 보았다.


중국의 중앙 당국에서 파견된 북경대학 한국어과 출신 중국인 안내원은 마당로 ‘306롱 1’, ‘306롱 2’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자리라고 했다. 나는 그 곳 퇴색된 조그만 집 앞에서 형용할 길 없는 감회에 사로잡히었다.


그런데 중국인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약간 혼란에 빠졌다. 내가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로부터 임시정부 자리가 상하이 마당로 ‘306롱 4’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미심스러워 중국인 안내원에게 몇 번이나 되물어 보았는데, 그는 여러 연수단원 앞에서 ‘306롱 1’과 ‘306롱 2’가 대한민국 상하이 임시정부 자리가 틀림없다고 했다.


나는 ‘306롱 2’의 집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다. ‘306롱 1’의 집 문을 두드리니, 조그마하고 어둑한 집안에서 머리가 허연 노파 한 분이 나와 나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이렇게 일제 강점기의 대한민국 상하이 임시정부 자리는 아무 표적 하나 없이 퇴색된 집으로 초라하게 상하이 마당로에 근근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곳 사람들조차 제대로 기억해 주지 않는 임시정부 자리였다.


광복된 지 40여 년이 지나도록 그 자리에 아무 표적 하나 세워져 있지 않은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나는 다시 버스에 오르자마자 연수단원들 앞에서 현장 즉흥시 ‘상하이 임시정부 자리’를 읊었다. 나의 즉흥시를 듣는 연수단원들은 숙연한 모습을 지었다. 날씨조차 몹시 무덥게 여겨졌다.


버스를 홍구공원(虹口公園) 앞에 멈추게 하여 그 안을 살폈으나, 홍구공원(虹口公園)에도 윤봉길 의사의 의로운 애국혼을 기리는 표적 하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허만길 시인은 귀국하자마자, 상하이 임시정부 자리 및 해외 애국 유적지 보존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먼저 1990년 6월 30일자로 ‘상하이 임시정부 자리를 보존․기념하려는 뜻과 지혜를 모읍시다’라는 제목으로 국민에게 드리는 ‘마음의 글’(호소문)을 각계각층에 돌렸다. 서울에서 발행하는 ‘주간교육신문’ 1990년 7월 2일자에는 대한민국 상하이 임시정부 자리 앞에서 읊었던 현장 즉흥시 ‘상하이 임시정부 자리’와 이 시를 짓게 된 배경을 실었다.


허만길 시인은 중국 상하이시장(上海市長)에게 7월 26일자로 편지를 써서, 7월 28일 오전 9시 10분경 서울 광화문 우체국에서 속달등기(요금 1,960원)로 부쳤다.


그 편지에는 일제에 빼앗긴 조국을 찾으려던 우리 애국 선조들이 임시정부를 세워 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준 중국과 중국 국민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는 내용과, 임시정부 자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매우 소중한 의미로 살아있으므로 대한민국 상하이 임시정부 자리에 어떤 표적을 세워 주시고, 또 그곳을 상하이시(上海市)에서 특별한 관심으로 보전해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았다.


“신문에서 나의 글을 읽은 국민들은 동감한다는 격려를 수없이 표시했습니다. 여러 정치인과 기업인들도 정식 국교가 없는 상태였지만, 중국의 유명 인사들과 만나면 나의 글을 화제로 올렸다고 했습니다. 내가 인솔했던 교원 연수단에 뒤이어 중국을 방문한 다른 교원 연수단원들이나 중국인 안내원들도 나의 글을 으레 화제로 떠올렸다고 했습니다.


그 뒤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임시정부 자리 보존에 대해 공식적으로 중국 정부에 의사 표시를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여러 관련 단체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나, 나는 임시정부 자리가 새로이 보수, 단장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라고 허만길 시인은 그때의 일을 회상했다.



상하이 임시 정부 자리



허만길



이만큼이나 큰


조국의 고동이도록


우렁찬 걸음이도록


세계로 지구로 뻗는


희망찬 역사의 함성이도록



먼 이국의 땅 상하이 마당로(馬當路) 306


한 낡은 자리 그리도 구석진 자리에서


우리의 옛 임들


그리도 가늘게


그리도 허덕이며


우리를 지켰을 줄이야


우리를 살았을 줄이야


우리를 키웠을 줄이야.



아, 통곡으로 피로


울며 외치며 쓰러지며


단군을, 김유신을, 세종을, 서산대사를


이어 주었을 줄이야.



이 곳 이웃들에게도


까맣게 전설이 끊어진


조그만 가게 옆 골목


한 허름한 집


집지기 백발 노파가 쓸쓸한


상하이 임시 정부 자리.



오늘 우리가 서도록


옛 임들 자빠지지 말자며


의기와 혼이 엉기던 자리


상하이 임시 정부 자리.



그러나 이제라도 조각달 뜨면


두 조각 내 나라 땅 내려다보며


임들의 한 서려 머무를 자리


아직도 숨결 시원히 거두지 못할 자리


상하이 마당로 뒷골목


고결한 보국 충정 피맺힌 자리여.



내 조국, 내 겨레 얼룩진


거룩한 자리


상하이 임시 정부 자리.


우리가 버려 둔 자리.(1990. 6. 13.)

편집국 기자 / 입력 : 2008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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