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회 창립 100돌 기념행사
고영근 서울대 명예교수 주장
한글학자 이극로(지정면 두곡리) 박사가 1920년대 일본의 한국 침략을 규탄하는 독립운동사 자료가 최근 잇따라 독일의 도서관에서 발견돼 공개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한글학회 창립 100돌 기념행사 중 연구발표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의령신문에서 뒤늦게 입수해 점검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611돌 세종날·한글학회 창립 100돌 기념 전국 국어학 학술 대회가 지난 5월 10일 한글학회 얼말글교육관에서 열렸다.
이날 고영근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 극로의 어학사 상의 위치’라는 제목의 발표문에서 “고루(이극로 박사의 아호)가 베를린 유학시절에 남긴 업적은 학위 논문의 주제인 중국의 생사공업(Die Seidenindustrie in China)(1927)과 일본의 한국 침략을 규탄하는 2권의 저서를 들 수 있다”며 “전자는 그 질적 우수성이 인정되어 학교 당국으로부터 출판 보조금까지 받았다. 후자는 조선의 독립운동과 일본의 침략정책(Unabhängigkeitsbewegung und japanische Eroberungspolitik)(1924), 한국과 대일독립투쟁(KOREA und sein Unabhängigkeitskampf gegen den japanischen Imperialismus)(1927)이다”고 밝혔다.
특히 고 교수는 “앞의 책은 일본의 정치적 침략 행위를 고발한 것으로 수년전에 글쓴이가 공개한 바 있으며, 뒤의 책은 일본의 경제, 문화 방면의 침략 행위를 규탄한 것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공개하는 바이다”고 했다.
이에 따라 고 교수는 “고루는 1948년 북행 이후 남쪽에서는 근 40년 동안이나 잊혀 있었다. 이름도 ‘李○○’식으로 감추어져 있었으니 무슨 일을 하였고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 알 수 없었다”며 “근 90년 동안 독일의 도서관에서 잠자고 있었던 독립운동사 자료 두 건이 햇볕을 본 마당에 적어도 일제 강점기의 행적에 국한하는 일이 있더라도 문화인물로 지정하여 생애와 업적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고 교수는 “고루는 국어학자 내지 언어학자라기보다는 사회사상가이다”며 “이 극로는 문화 민족주의를 등에 업고 우리의 말과 글을 수호하고 긍극적으로는 우리 민족 전체가 이용할 수 있는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는 데서 민족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어문운동을 전개하면서 고루는 이를 뒷받침하는 메타이론으로서 우리말의 음성과 문법을 연구하여 그 나름의 견해를 수립하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문에서 김하수 연세대 교수는 “이 극로의 위치를 논한다는 것은 오로지 국어학 혼자만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며 “이 극로의 활동을 국어학이라고 하는 창문을 통해서 보면 훌륭한 업적을 쌓은 지식인이요, 역사라는 창문을 통해서 보면 당시의 시대정신을 구현하려던 수많은 계몽주의자 가운데 한 사람일 것입니다. 또한 사상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또 다른 유형의 인물됨의 모습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고 했다.
또 김 교수는 “이 극로는 철저하게도 ‘현실의 문제’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던 사람이라고 봅니다. 식민지 시절이나 북에서의 시절, 한결같습니다. 그리고 동시대의 사회와 대중이 자신들의 모어를 바탕으로 하여 어떻게 사회적 소통을 이루어낼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며 “현실의 언어 문제에 대해 한시도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은 오늘날의 국어 연구자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삶의 거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고 덧붙였다. 유종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