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희 대표이사 전격사퇴
지난 3월 출범한 의령군-농협공동사업법인의 이훈희 대표이사가 지난 26일 건강상의 이유를 내세워 사전 통보도 없이 전격적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또 의령군이 3일 뒤인 지난 29일 토요애 브랜드 농산물 전문 유통회사를 설립하고, 의령군-농협공동사업법인의 운영방식을 개선하여 유통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의령군-농협공동사업법인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문제점만 드러낸 채 좌초되는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농협에서 제기돼 주목되고 있다.
이훈희 대표 전격사퇴
이훈희 대표이사가 지난 26일자로 건강상의 이유를 내세워 사표를 제출했다고 의령군-농협공동사업법인 황규백 과장이 지난 28일 법인을 찾은 기자에게 밝혔다.
이 대표이사는 과로 스트레스 위궤양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황 과장은 설명했다. ‘이 대표이사는 사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사전에 이사회에 통보하는 등의 절차를 밟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황 과장은 “그러지 않았다”고 답변해 이 대표이사의 사퇴는 전격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의령군청 농정과 김수진 유통지원담당도 지난 3일 “당혹스러웠다”고 밝혀 이 대표이사의 사퇴는 전격적으로 이뤄졌음을 뒷받침했다.
앞서 지난 3월8일 취임한 이 대표이사는 “종전의 끌려 다니는 판매가 아니라 대형유통업체가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농가를 위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형유통 바이어들과 접촉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다부진 포부와 함께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사퇴의 배경과 문제점
이 대표이사가 건강상의 이유를 내세웠지만 법인의 적자운영, 매출액 달성부담 등이 압박요인으로 작용했을 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법인 관계자들은 ▲의령농협 동부농협이 5천만원씩 모두 1억원을 출자해 자본금 규모가 영세하고 ▲직원도 농협중앙회 의령군지부 2, 의령농협 1, 동부농협 1명 등이 파견돼 조직운영이 경직됐고 ▲농산물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포전매매 상인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이사는 입지를 마련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다 의령군청에서 요구한 연간 100억원 규모의 매출액을 달성하는데도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을 거라고 법인 관계자들은 덧붙였다. 현재 법인의 매출액은 35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법인의 이사회는 현재 의령농협 조합장, 동부농협 조합장, 사외이사로 농협중앙회 의령군지부장을 포함한 2명 등 모두 4명으로 구성돼 있다.
토요애 전문 유통회사
의령군-농협공동사업법인의 운영이 파행을 겪고 있는 와중에 지난 29일 의령군이 토요애 브랜드 농산물 전문 유통회사를 설립해 지역농산물 마케팅을 주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혀 의령군-농협공동사업법인의 성패와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보도자료를 통해 군은 △매출액 1천억원 규모 이상 △전문 CEO 중심 책임 경영이 가능한 독립법인 △군, 농협, 농업인, 기업이 참여하는 민관합작 투자 형식의 100억원 자본금을 목표로 설계되는 상법상 주식회사 형태의 명실상부한 농산물 전문 유통 업체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농림수산식품부의 미래 농정 5대전략 과제의 하나인 1시·군 1유통회사 설립과 정책을 연대하여 지역정서와 현실에 적합한 방향으로 추진하게 되고, 군은 현재 지역농협이 출자 설립한 ‘의령군-농협공동사업법인’의 운영방식을 개선하여 유통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시험대 오른 법인실험
이 대표이사의 전격적인 사퇴이후 농협이 파견직원에게 돌아오라고 구두로 통보하는가 하면 신임 대표이사 선임도 여의치 않아 어수선한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법인의 운영이 사업주체인 농협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추진되다 사실상 해체수순을 밟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령군청 농정과 김수진 유통지원담당은 “농협 역사상 산지 농산물 유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경우는 처음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령군-농협공동사업법인을 설립했다”며 제도를 처음 시행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발생하기 마련이며 이를 개선해 산지 농산물 유통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종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