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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봉사’ 마친 의령 봉사왕 공도연 할머니…3년 만에 영면

지난 14일 남편 박효진 씨와 함께 화장…경상국립대 생명존중실 안치
“시신 의대에 기증해라” 유언…해부학 실습·교수진 임상 연구에 활용
강윤식 의과대학장 “시신 기증, 숭고한 나눔이자 그 자체로 엄청난 봉사”
장녀 “엄마에게 봉사는 삼시 세끼 자식 밥 챙기는 것처럼 당연한 일”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17일

ⓒ 의령신문(생전 공도연 할머니)
“시신을 의대에 기증해라.”

평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놓았던 ‘의령 봉사왕’ 고(故) 공도연 할머니가 남긴 유언이었다. 의학교육과 연구를 위해 자신의 몸까지 내어놓은 공 할머니가 3년 만에 ‘마지막 봉사’를 모두 마치고 영면에 들었다.

공 할머니와 남편 고(故) 박효진 씨는 지난 14일 진주시 안락공원에서 함께 화장됐다. 화장을 마친 부부의 유골은 같은 날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생명존중실에 나란히 안치됐으며, 앞으로 30년간 이곳에 모셔진다.

공 할머니는 2023년 9월 13일 향년 82세로 별세했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시신을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했다. 이후 교육과 연구를 거쳐 화장에 이르기까지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앞서 2022년 4월 세상을 떠난 남편 박 씨 역시 시신 기증의 뜻을 밝혀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에 몸을 기증했다. 먼저 떠난 남편의 시신은 대학에 보존돼 있었고, 이후 공 할머니도 같은 곳에 기증되면서 부부는 마지막 봉사까지 함께하게 됐다.

두 사람의 시신은 지난 7월 말 의대생 해부학 실습을 비롯해 교수진의 임상 연구에 활용됐다.

강윤식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장은 “공도연 할머니가 의령에서 ‘봉사왕’으로 불릴 만큼 오랫동안 이웃을 위해 살아온 분이라고 들었다”며 “시신 기증은 의학교육과 의학 발전에 큰 힘이 되는 숭고한 나눔이자 그 자체로 엄청난 봉사다. 고인의 소중한 기증은 훌륭한 의료인을 길러내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공 할머니의 장남 박해곤 씨는 “부모님을 떠나보낸 뒤에도 자식으로서 늘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며 “이제 두 분이 하실 일을 모두 마쳤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이면서도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도 크다. 이제는 정말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어머니를 기억해준 군민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장녀 박은숙 씨는 “엄마에게 봉사는 삼시 세끼 자식 밥을 챙기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가족을 돌보듯 정말 많은 사람을 거두고 살았다”며 “사람들이 그런 엄마를 오래 기억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꿈에 엄마와 아버지가 깨끗한 옷을 입고 함께 나왔다. 돌아가시고 2년 넘게 차가운 병원에 계셨는데 이제 마지막 봉사까지 다 마치고 좋은 곳으로 가시는 것 같다”며 “엄마의 10%라도 닮고 싶다. 그것이 엄마의 뜻이라면 우리도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 할머니의 봉사 인생은 50년 넘게 이어졌다.

17살에 천막집에서 시집살이를 시작한 공 할머니는 이웃에게 밥을 얻어먹을 정도로 가난에 허덕였다. 낮에는 남의 집 밭일과 봇짐 장사를 하고 밤에는 뜨개질을 해 내다 팔며 살림을 일으켰다.

형편이 나아진 30대부터는 본격적인 사회활동에 나섰다. 새마을부녀회장으로 주민들과 농한기 소득 증대 사업을 벌였고, 사비를 들여 마을 간이상수도 설치와 지붕개량 사업을 돕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은 공 할머니의 선행에 대한 고마움의 뜻으로 1976년 송산국민학교에 ‘사랑의 어머니’ 동상을 세웠다.

1985년에는 의료시설이 없어 불편을 겪는 주민들을 위해 대지 225㎡를 직접 구입해 의령군에 기탁, 송산보건진료소가 들어설 수 있도록 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명절마다 이웃돕기 성금을 기부했으며,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소식을 들으면 쌈짓돈과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챙겨 나누는 일도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공 할머니는 오랜 세월 봉사의 순간들을 빼곡히 기록한 ‘봉사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가난해 보지 못한 사람은 가난의 아픔과 시련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잘살아 보겠다는 강한 신념이 있다면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없는 자의 비애감을 내 이웃들은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봉사는 멈추지 않았다. 80세가 되던 해에는 35㎏의 몸으로 리어카를 끌며 나물을 팔고 고물을 주워 번 돈까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놓았다.

박정희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선행과 사회공헌으로 받은 표창만 60여 차례에 달한다. 2020년에는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공도연 할머니는 평생 이웃을 위한 나눔을 삶으로 보여주시고 마지막까지 봉사로 삶을 완성하신 분”이라며 “고인이 보여준 한결같은 이웃 사랑은 우리 사회가 오래 기억해야 할 참된 봉사의 모습이다. 의령군민과 함께 그 뜻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 의령신문(고 공도연 할머니 영정 사진과 대통령 훈장)
ⓒ 의령신문(고 공도연 할머니가 평생의 봉사활동을 빼곡히 적어 내려간 ‘봉사기록일기’)
ⓒ 의령신문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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