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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한글 수호 역사, 의령 선·후배가 신뢰로 써내

의령읍 서동행정타운 내에 ‘한글
공원’ 조성… 남쪽에 동상 세워
이우식 자금 공급, 이극로 기획,
안호상 ‘오늘날의 한글’ 정착 완성

북쪽 동선에는 세종과 훈민정음
언해본 서문 새긴 조형물 세워
세종, 소헌왕후, 세조 연결 고리
훈민정음 정착 완성 ‘역사적 평행’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6월 25일
다시 쓰는 의령 9경

ⓒ 의령신문

지난 2023년 9월 15일. 경남도교육청의 의령 미래교육원이 개원됐다. 이 때를 전후하여 거센 변화의 바람이 의령에 휘몰아쳤다. 의령읍 서동리 행정타운 건설, 의령읍 도심 재편성, 한우산·자굴산 산림관광 자원 개발 등이 지역 변화의 바람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 변화의 바람은 의령읍, 한우산·자굴산 일대에 한정적으로 집중적으로 불었다. 의령읍에서 부는 변화의 바람의 기틀이 어느 정도 잡힌 만큼 이곳을 거점으로 하여 의령군내 다른 지역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지역 균형 발전이 동시에 모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차원에서 의령신문은 지난 2007년 선정된 ‘의령 9경(景)', 즉 충익사, 자굴산, 봉황대, 벽계관광지, 정암루, 탑바위, 수도사, 백산 안희제 선생 생가, 호암 이병철 회장 생가 등을 대상으로 개별·독립적으로 조명하는 방식에 더하여 지역권역 단위와 연계하여 복합적으로 개발·발전·변화를 모색하는 ‘의령 9경 이야기’를 다시 쓰고자 한다. (편집자 주)


( 3 ) ‘의령한글공원’ 조성

ⓒ 의령신문

의령신문 취재팀은 ‘다시 쓰는 의령 9경’을 준비하면서 복병을 만났다. 당초 ‘의령 9경’과 연계된 소재를 염두에 두고 기획기사를 그동안 준비했다. 하지만 이번 6·3지방선거 유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소재가 불쑥 머리를 내밀었다. 

그 내용은 ‘한글’을 주제로 하는 소공원이 의령읍 서동행정타운에 조성된다는 것. 그것도 조성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것. ‘한글공원’은 5년 전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조형물을 설치하자는 구상에서 시작된 바 있다. 

사실 ‘한글공원’은 ‘의령 9경’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하지만 의령 제1경인 충익사에서 ‘한글공원’ 남쪽 이우식, 이극로, 안호상 동상까지 직선거리로 800m 정도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또 이우식, 이극로, 안호상 선생은 의령 근현대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선각자라는 점을 고려하여 지역권역 단위와 연계하여 복합적으로 개발·발전·변화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의령한글공원’이 기획기사 ‘( 2 ) 충익사 일대 야경’ 바로 뒤 순서에 놓이도록 긴급조치 했다.

지난 6월 8일 의령군에 따르면 ‘한글’을 주제로 하는 소공원 조성 공사의 주요 내용은 △부지 넓이 9,881㎡ △조성 내용은 1차분: 토공 V=13,456㎥ 배수공 L=429m 등 분전함 26회로 설치(접지용비닐절연전선 L=2,035m)등, 2차분: 교목식재 259주, 조형물 및 동상설치 7개소 등 보안등 15개소, 잔디등 36개소, 도로표지병 46개소 등 △공사 기간: 2024. 12. ∼ 2026. 06. 등이다. 공사 이름은 서동행정타운 소공원 조성 공사. 현장에는 ‘한글 공원’이라고 써놓았다.

현장에 가보면 동, 서, 북쪽을 꼭지점으로 출입하는 굽은 삼각형 동선이 조성됐다.

의령문화원 뒤 삼거리 로터리 쪽 서쪽 입구에는 의령이 낳은 한글의 큰 스승들, 남저 이우식, 고루 이극로, 한뫼 안호상의 동상이 세워졌다. 동선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이 소공원 정중앙에 언덕이 야트막하게 나타난다. 이 언덕에는 한글 모음과 자음으로 디자인 한 원형 조형물이 자리를 잡았다. 원형 조형물 뒤 면에는 말모이 탄생의 주역 이우식, 이극로, 안호상의 약력이 새겨졌다.

또 이 한글공원에는 남쪽 동서로 길게 연못이 징검다리와 함께 들어섰다. 이 연못에는 물줄기를 왕관 모양으로 퍼뜨리는 ‘크라운(Crown) 노즐’과, 중앙 또는 여러 갈래로 강하고 높게 물을 뿜어내는 ‘발칸(Vulkan) 노즐’의 특성이 결합된 형태인 조경용 야외 크라운발칸분수가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LED 수중등과 함께 배치·설치됐다. 서동지구우수저류시설 주차장으로도 이 한글공원으로 들고날 수 있는 편리함도 빠트릴 수 없다.

지난 6월 23일 새벽 이 한글공원을 걸어보았다. 육각정자, 파고라, 흔들의자, 목교, 그리고 앉아서 불편함 없이 책을 읽을 정도의 야간 조명, 바로 옆에 올해 들어서는 의령경찰서 청사 등이 어울려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하고 심리적으로 안전한, 다시 찾고 싶은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다가왔다.

 
ⓒ 의령신문  
이 한글공원의 주인공은 이우식, 이극로, 안호상. 먼저 이극로는 ‘기획과 실행의 중심’. 조선어학회의 실질적인 수장이자 언어독립투쟁의 총사령관이었다. 독일 베를린대학교 유학파 출신인 그는 사전 편찬의 판을 짜고, 고향 선배인 이우식에게 자금을 끌어왔으며, 후배 안호상을 학술 실무에 동참시켰다. 

프로젝트를 발의하고 이끈 핵심 브레인이었다. 이우식은 ‘정착을 가능하게 한 거대한 품'. 백산무역주식회사를 통해 임시정부에 자금을 대던 거부이자, 이극로의 절대적 지지자였다. 이극로의 제안을 받고 조선어 사전 편찬 비용을 전담했다. 

자금난으로 사전 편찬이 중단될 위기마다 거액을 흔쾌히 내놓으며, 한글 정착이라는 과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내조하고 품어준 ‘재정적 어머니’였다. 

안호상은 ‘한글의 내적 뼈대를 세운 학자'. 이극로, 이우식의 고향 후배이자 독일 예나대학교에서 철학 박사를 받은 당대 최고의 엘리트였다. 사전 편찬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운 철학, 윤리학, 논리학, 심리학 등 전문 용어의 풀이를 도맡아 한글 사전에 학술적 깊이를 더했다. 광복 이후에는 초대 문교부 장관으로서 ’한글 전용법'을 통과시켜, 대한민국 땅에 한글이 완벽히 정착하도록 행정적 쐐기를 결정적으로 박았다.

의령교육지원청 진입로 왼쪽에 있는 ‘한글공원’ 북쪽 입구 동선에는 세종대왕과 ‘훈민정음’ 한글 서문이 새겨진 조형물이 잇따라 세워졌다. 

ⓒ 의령신문

현대어로 해석하면, 우리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잘 통하지 아니하므로/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실어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라/ 내가 이것을 위하여 가엽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는 데 편안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이 서문은 한자로 세종 28년 1446년 훈민정음 해례본에 처음 공개됐다. 

그런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가 아는 한글 서문 훈민정음 언해본은 세조 5년 1459년 월인석보에 처음 공개됐다.

 
ⓒ 의령신문  
   
세종대왕은 한글의 탄생부터 반포까지 모든 판을 짜고 실행한 최고의 사령탑이었다. 집현전 학자들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애민 정신)과 자주 정신을 바탕으로 1443년 훈민정음을 친히 창제했다. 3년간의 시험 기간을 거쳐 1446년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상에 내놓으며 새 문자의 공식적인 출범을 알렸다. 

하지만 훈민정음이 반포되기 직전인 1446년 봄에 세종대왕의 부인인 소헌왕후가 서거하게 되는데, 왕후의 죽음은 세종과 아들 수양대군이 한글로 된 최초의 대형 서적들을 찍어내는 역사적 발단이 된다.

 수양대군은 어머니 소헌왕후의 죽음을 계기로, 한글이 실질적으로 세상에 쓰이도록 실무를 주도하고 제도로 대못을 박은 인물이다.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부처의 일대기를 한글로 번역한 ‘석보상절’을 1447년에 지어 올렸다. 그 뒤 세조로 왕위에 올라 ‘월인석보’를 발간하고, 책 첫머리에 ‘훈민정음’ 언해본(한글 풀이본)을 실어 일반 백성이 한글을 쉽게 배우도록 유도했다.

그러니까 이 소공원에는 이우식, 이극로, 안호상 세 인물이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이 근대적 체계를 갖춘 오늘날의 ‘한글'로 거듭나고, 일제의 말살 위기 속에서 살아남아 대한민국의 공식 국어가 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민족 지도자이자 학자들임이 간결하고 분명하고 새겨진 셈이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들고, 소헌왕후의 서거로 세조(수양대군)가 석보상절 등을 지으며 내적으로 정착시켰듯이, 20세기 한글 수호 역사에서는 이극로가 기획하고, 이우식이 자금으로 품었으며, 안호상이 학문과 법 제도로 한글의 정착을 완성해 냈다. 세 사람 사이에 흐르는 끈끈한 ‘의령인의 신뢰 관계’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쓰는 국어사전과 한글 전용 문화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와 연계하여 최근 이우식 선생 묘소가는길 개설이 의령군비로 추진돼 눈길을 끈 바 있다. 
이우식 선생 묘소가는길 개설공사 예산 1억 5천만 원이 올해 3월 9일 의령군의회 제29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원안대로 통과됐다. 사업의 위치는 의령서동주공아파트 뒤쪽 수곡소류지 일대. 사업 기간은 2026년 1∼6월. 사업 내용은 탐방로 조성(L=0.66㎞), 총길이는 660m이지만 중점 사업구간은 급경사 200m 등이라는 것. 기대 효과로 남저 이우식 선생을 기념하는 숲길 조성 및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제공이라고 의령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사는 지난 6월 16일 마무리됐고 현재 안내판 설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지난 2025년 10월 1일 오태완 군수 등은 제 579돌 한글날 기념식 행사의 일환으로 남저 이우식 선생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며, 조선어학회 활동을 통해 한글 수호에 헌신한 선열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오 군수는 “의령은 명실상부한 한글 수호의 성지로, 국립 국어사전박물관을 건립해 조상들이 지키고자 했던 얼·말·글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 의령한글공원 조성 사업은 ‘의령읍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 충익로 중심가로(전 오서방국밥집) 정비의 일환으로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조형물을 설치하기 위하여 지난 2022년 1월∼8월 의령문화원과 문화관광과가 협의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상징적인 조형물 설치가 중앙사거리 로터리 조성사업과 맞물려 공간적으로 서로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재검토되면서 조형물 설치 장소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미래교육원 인근으로 바뀌는 과정을 겪게 됐다. 이번에 조성된 의령한글공원 중앙에 설치된, 한글 모음과 자음으로 디자인 한 원형 조형물 등은 ‘의령읍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 때 추진된 내용이다. (의령신문 2022년 11월 24일 제604호 7면·2023년 7월 13일 제619호 9면 보도) 전재훈·유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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