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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령신문 |
| ‘사람 살기 좋은 아름다운 곳’을 한마디로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각자의 가치관, 처한 여러 상황 등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자는 논어 이인(里仁)편에서 “마을의 인심이 어진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里仁爲美)”며 “어진 마을을 가려서 거처하지 않는다면(擇不處仁) 어찌 지혜롭다고 하겠는가(焉得知?)”고 말했다.
‘이인위미’는 말하자면 유교에서 말하는 인(仁)의 도리가 사회의 바탕이 되었을 때, 곧 사람 사는 마을에 인(仁)이 자리하면 세상이 조화롭고 평화로워져 아름다운 인의 마을이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것은 개인보다는 공동체 전체의 윤리를 강조하는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이인(里仁)한 곳을 알아차리는 여부가 바로 지혜를 판단하는 하나의 중요한 측도가 된다는 말이다.
공자의 ‘이인위미(里仁爲美)’는 단언컨대 의령군 유곡면 신오목마을에서 ‘능인위귀(能仁爲貴)’로 발전했다고 말 할 수 있겠다. 1913년 이전 신오목마을은 행정구역상 면(面) 단위에 해당되는 ‘능인촌(能仁村)’으로 불리어진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능인위귀(能仁爲貴)’의 사전적 의미를 더 깊이 따져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다. ‘능인(能仁)’은 불교에서 ‘인을 실천할 능력이 있는 자’, 즉 ‘자비(慈悲)와 덕을 실천하는 사람’, 더 나아가 부처님을 상징하는 호칭으로도 쓰인다.
공자의 ‘이인위미(里仁爲美)’는 인이 깃든 아름다운 공동체의 이상(理想)을 말한다. 신오목마을의 ‘능인위귀(能仁爲貴)’는 그 이상을 실현하는 인간형을 말하며, 그 기초 위에 있는 ‘능인촌’은 그들이 함께 머무는 실체적 공간, 즉 인의 가치가 삶 속에서 실현되는 실제 마을, 또는 윤리가 문화와 생활이 된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인터넷 유곡면 홈페이지에 있는 신오목의 지명유래가 이를 증명한다고 본다. 그 홈페이지에 “신오목마을의 자랑거리는 효자정(孝子亭)이라 새겨진 돌비와 정자나무다. 예부터 효자녀가 많았던 동네일 뿐 아니라 내리 자손대대로 그 전통을 이어가자는 뜻에서 세운 것이라니 자랑스럽다. 열부 밀성 박종식 씨 부인, 진양강씨 포장비각이 더 돋보였고, 조금 위에 선락장군 최장소(崔章素) 행적비가 서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최병찬 마을이장은 “한 때는 40집에 80여명이 살았으나 지금은 박씨 14집, 윤씨7집에 김.표씨가 한 집씩으로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어 23집에 43명이 남아 있습니다.”며 “그러나 선배님들께서 ‘능인촌’답게 인자함의 덕목으로 잘 다져놓은 마을 전통을 후배들이 계승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 살기 좋은 곳입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8일 오전 10시 이 ‘능인위귀(能仁爲貴)’의 신오목마을 회관 앞. 평소 조용하던 이곳이 갑자기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제16회 신오목의 날 한마음잔치 및 정기총회가 신오목의 날 추진위원회(위원장 박강묵) 주최로 성대히 열렸다. 이 마을 출신의 경향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향우들과 마을주민 등 100여명이 모여들어 서로 손을 잡고 형님, 아우, 오빠, 동생하며 인사를 나누고 정담을 나누었다. 이 행사는 매년 5월 둘째 일요일마다 그 마을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어디에 살든 다시 모여 회포를 푸는 날이다.
이것은 단순한 고향방문이 아니라 공동체의 정체성과 윤리, 즉 ‘인의 문화’가 살아 있는 증거라고 볼 수 있겠다. 이날은 단순한 동창회나 친목계 모임이 아니라, 고향이 품어 준 인의 가치를 확인하고, 다시 그 정신을 가슴에 품고 돌아가는 일종의 ‘의례(儀禮)’이기도 할 것이다. 신오목 마을, 소위 ‘능인촌’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윤리의 원형이자 작은 유교적 이상촌처럼 느껴진다.
이 행사는 1995년 5월 최계옥 박용진 박동길 씨 등 향우들이 마을경로잔치로 시작하여 평우회, 신덕회 등 주최로 개최해오다 지난해 제15회 행사부터 회칙을 제정하고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체계적인 행사로 발전했다. 이번 행사의 정기총회에서 박강묵.최창호 추진위원장 이.취임식이 있었다.
박해헌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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