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가 훤히 보이는데 막막하다/ 유리를 사이에 두고 휠체어를 탄 엄마는 안, 나는 바깥// 아니다, 이미 생이 저쪽 끝으로 밀려난 엄마는/ 내가 서 있는 바깥을 안쪽이라 할 것이고/ 당신은 바깥이라 할 것이다// <곽향련의 시 ‘유리문’ 일부>
‘언어 예술의 꽃’, 낭송으로 피어난 의령문인의 시.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 안과 바깥, 그 사이에 똬리를 틀고 있는 막막함. 코로나19로 병문안이 제한되었던 요양원 유리를 사이에 두고 훤히 보이는데 어미와 딸이 서로 다다르지 못하는, 의미를 매개로 하는 언어로 명백하게 전달되는 그 막막함이, 목소리가 더하여 또 다른 감성을 자아내는 자기표현으로 전개되는 시 낭송의 세계.
지난 6월 29일 의령문화원 1층 강당에서 ‘의령 감성시낭송클래스 발표회’가 있었다.
발표회의 주체는 ‘의령 감성시낭송클래스’. 올해 상반기 의령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의령문인의 시’로 감성시 낭송 강의가 진행됐다. 이날 의령종합사회복지관 강의 수강생들이 의령문인 시 낭송에 나섰다. 의령 사람들이 단체로 시 낭송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의령에서는 올해 6월 1일 의령군민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제14회 의병의 날 기념식에서 유영숙 시 낭송가와 이강진 기타리스트가 시 낭송 콜라보 공연을 보여주는 등 시 낭송 레퍼토리가 제한적으로나마 꾸준하게 개척되고 소개됐다. 이러한 의령 지역 시 낭송 문화의 개척 및 소개는 지난 2023년 10월 9일 의령군민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을 위한 ‘제1회 한뫼 안호상 전국 한글 시낭송대회’<2023년 10월 12일 의령신문 제 625호 2면 보도>를 신호탄으로 하여 강화됐다.
시 낭송 문화의 개척 및 소개 강화는 의령종합사회복지관에서 김태근 강사의 ‘의령문인의 감성시’ 낭송 강의로 이어졌고, 그 결과물이 ‘의령 감성시낭송클래스 발표회’로 나타났다.
이날 ‘의령문인의 시 낭송으로 꽃 피우다’라는 슬로건으로 의령문화원 1층 강당에서 열린 의령 감성시낭송클래스 수강생 발표회는 유영숙 반장이 진행했다. 김태근 시낭송 강사의 인사말, 박상범 의령 시낭송문학회 회장의 환영사, 곽향련 의령문인협회 회장과 김영곤 의령 시낭송문학회 고문의 축사에 이어 김태근 시인의 ‘시 한잔 하시겠어요’를 조희옥 등 8명의 수강생이 합송했다.
행사 1부 여는 시로 곽향련의 ‘유리문’을 유영숙이 낭송했다. 이어 주향숙의 ‘연필의 태도’를 정영숙, 이광두의 ‘아버지의 방’을 공종연, 양창호의 ‘그리워하는 그대’를 전창희, 윤재환의 ‘백번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를 조희옥, 김복은의 ‘말모이의 꿈’을 주소은, 이미순의 ‘일탈’을 전호자가 낭송했다. 1부 닫는 시는 김영곤의 ‘골목길’을 박상범이 낭송하며 1부 행사를 마무리 했다. 이어 유영숙 낭송가와 이강진 가수의 시낭송콜라보가 있었다.
행사 2부 여는 시로 김양채의 ‘늙어가는 일’을 이순희가 낭송했다. 이어 김태근의 ‘그대였으면 참 좋겠습니다’를 최일생 김시단 부부가 합송했다. 계속해서 윤재환의 ‘달팽이’를 남웅, 한상수의 ‘인생택시’를 김수경, 곽향련의 ‘빨래집게’를 김시정, 김영곤의 ‘밤기차를 타고’를 이강진, 정영길의 ‘국제시장’을 황동순이 낭송했다. 2부 닫는 시로 김복근의 ‘새들의 생존법칙’을 장양순이 낭송했다. 이어서 윤동주의 ‘서시’와 ‘무궁화로 피어난 님이시여’를 김태근 강사의 시낭송 퍼포먼스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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