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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에 걸친 오랜 작업으로 『김기호 시 묵묵옹집』 펴냄

애국지사 김기호 시 362편
손자 김복근 시인 번역 출간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4년 05월 08일
“내 한 몸을 보더라도 어째서 ‘묵묵(默默)’이 이처럼 많단 말인가? 묵묵에서 나고, 묵묵에서 자라고, 묵묵에서 늙어 가니, 외롭고 쓸쓸한 나의 옛 모습은 할 말이 없어 앉아 있고, 버쩍 야위어서 피골이 상접[鳴骨]하여 말이 없어도 행하니, 집안사람들이 묵묵옹(默默翁)이라 일컬어 동네 사람들도 묵묵옹으로 부른다.”

대일항쟁기, 애국지사 김기호 선생은 말할 수 없는 시대 상황을 『묵묵옹집』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 독립운동가김기호선생
                                         ⓒ 의령신문
 
김복근 시인은 묵묵옹 김기호 선생 탄신 131주년을 맞아 시집 『묵묵옹집』을 번역하여 출간했다고 밝혔다. 1919년 3⸱1 만세 운동에 참여하여 옥고를 치른 김기호 지사는 육영사업과 청년운동을 하면서 울분을 시로 승화시킨 362편의 시를 썼다. 

1927년 약 10여 개월간 조국 강산을 답사하고 시를 써 남기기도 했다. 이를 ‘묵묵옹 자서’, ‘양이재 김공 유고집 서문’, 선생의 한시를 우리말로 옮겨 자연 찬미 83편, 인물 송가 85편, 반도기행 155편, 축하・애도 39편으로 나누어 편집했다. 부록으로 김황의 김국형 묘표, 안호상이 쓴 김기호 공 추모비문, 옮긴이의 해설 등을 담아 신국판 584쪽의 양장본으로 펴냈다.

1945년 가혹한 일제의 강압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이하게 된 우리나라는 과격할 정도의 흥분 상태에서 수많은 정당과 사회단체가 난립하게 된다. 이런 혼란 속에서 미국 본토와 하와이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초대 임시정부 대통령 이승만李承晩 박사가 귀국했다. 이를 기리어 ‘하늘에 달 뜨니 학이 함께 깃들고/ 두 땅에 구름 돌아오니 솔개와 짝하네./ 삼십육 년간 망명객의/ 큰 뜻이 당당하니 훌륭한 이름 거두리라.’라고 노래했다.

YMCA 운동과 신간회 활동을 주관한 월남 이상재 선생을 ‘오랫동안 그리운 사람의 긴 울부짖음/ 우리나라 나랏일에 언제나 분망했다네.’라고 읊었고, 백산 안희제 선생을 ‘영남에서 뛰어난 당당한 선비/ 마음에 큰 뜻 품어 역시 호걸’이라 했다. 남저 이우식 선생 시혜비를 보고 ‘쌓은 덕과 공훈을 새겨 많은 일 돌아보니/ 오랜 세월 사람들 입으로 이 비를 찬양하리.’라고 읊기도 했다.

김복근 시인은 김기호 선생의 유고를 우리말로 옮기면서 행동하는 시인이며, 지성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구용九容과 구사九思를 학문의 요결로 삼아 대학과 중용, 역경을 상고하면서 경서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면서 시를 통해 성정을 바로잡고 사회의 혼탁함을 경계하면서 사상과 철학, 윤리관을 풀어나갔다. 사물을 대할 때는 의리를 전제하면서 학문의 근본을 세웠고, 이치를 궁구하면서 윤리적 실천을 지향했다. 

양친 봉양과 나라 사랑의 본을 보이며 강습소와 서당, 학교를 개설하여 의[義]로움과 어짊[仁]을 가르쳤다. 양잠과 권농, 부업을 장려하면서 자립정신을 강조하며 궁행躬行을 꾀하기도 했다. 일제 탄압의 엄혹한 시기를 살면서 자신의 꿈과 포부를 펼치기 위해 지사적 삶을 도모하면서 범처럼 높은 기상을 따르려는 의지를 보이고, 학처럼 고고한 풍모를 보였다고 한다.

자신의 힘으로 할아버지의 시를 옮겨 펴내고 싶어 한 김복근 시인은 경남문협 회장과 거제교육장을 지냈으며, 현재 국립국어사전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공동대표와 《문학인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겨울 매화 [冬梅동매]
묵묵옹 김기호

1.
마을 앞 빼어난 밤빛이 희미하고
설월雪月은 빈 숲 그림자를 서로 의지하네.
음창吟窓하는 매화는 가련하고 수척한데
침상서 꿈꾸는 매향은 은밀히 멀리도 나는구나.
지난 섣달에 다시 만나 새로운 자태로 바꾸니
맞이한 바람에 한 웃음 향기가 옷을 떨치네.
많은 꽃 소식은 그대에게 먼저 알리니
이로부터 봄빛은 차례로 머물리라.

2.
겨울 깊으니 고사高士의 속정은 희미하고
적막한 산 집에 도착하여 발자취를 의지하네.
정정하게 늘어진 가지는 섣달을 맞아 깨뜨리고
조각조각 내린 눈은 온 하늘에 나는구나.
달 가운데 가녀리게 선 맑은 매화는
숲 아래서 꾸미고 오는 담백한 흰옷이로다.
차가운 자태의 너를 보고 시흥이 동하여
아침에 읊고 저녁에 읽으니 돌아갈 길 잊었다네.

ⓒ 의령신문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4년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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