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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에 큰 고기가 없다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22일
맑은 물에 큰 고기가 없다

ⓒ 의령신문
후한(後漢) 초엽, 반초(班超)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매우 신체가 건장하고 호방담대 용맹활달 했다. 그러나 그의 집안은 모두 학문에 뛰어나 그의 아버지 반표는 역사가로서 많은 업적을 남겼고 그의 형 반고 또한 한서의 저술을 비롯하여 학문과 문필을 겸한 인물로 이름을 떨쳤으며 누이동생인 반소 또한 문학에 출중하였다. 그 중에서 유독 그만이 이질적으로 태어나 용맹스러웠던 것이다.
반초는 집안이 워낙 씻은 듯이 가난하였으므로 관청의 말단 서기로 취직을 하였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그나마 쫓겨나게 되어 방랑길에 나섰다. 몇 해에 걸쳐 오랜 방랑 끝에 명제(明帝)의 영평(永平) 십칠 년에 드디어 좋은 기회가 그에게 찾아왔다.
그리하여 가사마(假司馬)라는 관직에 올라 서역으로 진출하여 선서국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며 서역 생활 삼십 년을 지냈었다. 반초의 위세에 눌린 서역에 널려 있는 여러 약소국들은 모두 한나라를 두려워해서 그 아들을 낙양(한나라의 수도)에 볼모로 보내어 한나라에 복종할 것을 서약하게까지 되었다.
반초는 화제(和帝) 때 다시 서역의 도호(총독)가 되었으며 얼마 뒤에는 다시 정원후(定遠侯)에 봉해짐으로써 오랫동안의 숙원과 포부를 달성하게 되었다. 그 뒤 영원(永元) 십사 년에는 귀국하고 싶다는 청원이 허락되어 팔월에 모든 사람들의 선망과 환호를 받으며 금의환향했으나 애석하게도 불과 달포 만에 병에 걸리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러한 반초가 총독을 그만두고 물러날 때에 그의 후임으로 임명된 임상(任尙)이라는 자가 사무인계 차 반초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서로 인사가 오고간 다음에 임상이 입을 열어 간청하였다.
“저에게 서역을 통치하는데 기요 적절한 요령을 부디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보아하니 귀관은 매우 성격이 엄격하고 참을성이 적을 것 같구려. 원래 물이 지나치게 맑으면 큰 고기는 몸을 숨길 곳이 없어 살지 않게 마련이오. 정치도 그와 같아서 너무 엄하고 성급해서는 만사가 원만치 못한 법입니다. 일견 대범하고 둥글둥글하여 모가 안 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요.”
번초가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 주었으나 임상은 그저 마주 앉은 자리라 마지못해 고개를 끄떡일 뿐인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상은 반초의 성의와 친절을 무시하고 만나는 사람에게 마다 적반하장 격으로 그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내 나름으로는 반군(班君)을 만나면 반드시 기발한 책략을 일러 줄 것으로 잔뜩 기대를 안고 찾아 갔었는데 막상 만나보고 나니 그의 말이란 모두가 상식 이하의 것이더군. 고작 수신 교과서 따위를 놓고 누굴 설교하려는 투란 말이야.”
이런 식으로 반초를 경멸하던 임상에 의해 마침내 변경의 평화는 온통 깨어져 버리고 말았다.
임상이라는 인물은 오늘날의 일부 메마른 인텔리들과 매우 비슷한 점이 있다. 줏대가 있고 결벽한 것은 좋으나 너무 아는 체하고 그것이 또한 지나쳐서 타인이 가까이 하려들지 않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혼자 따돌려져서 고독하게 지내야 하는 타입이다.
“물이 맑으면 대어가 살지 않는다.”
라는 말으누 임상과 같은 사고와 삶의 방식을 은근히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라 하겠다.
또한 <공자가어(孔子家語)에서도
“공자 가라사대 물이 지극히 맑으면 물고기가 없느니라. 사람이 지나치게 통찰하면 곧 따르는 무리가 없느니라.”
라고 하였다.
이런 말들이 후세로 전해지며 따라 차차 변하여
“물이 맑으면 고기가 살지 않는다.”
라는 말까지도 나오게 되었다.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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