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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도 ‘인간’ 이고, ‘국민’ 이다

이헌진(초대 민선 인천광역시 계양구청장, 한일합섬 대구공장 노조위원장)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612호입력 : 2023년 0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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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의 위정 편을 보면, 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묻는다.

“선생께서는 어찌하여 정사(=정치)에 참여하지 아니 하나이까” 하자, 공께서는 “경서에 이르기를 오직 효도하며, 형제와 우애함이 즉 정치와 같으니, 효도와 우애가 바로 위정(=정치)이 아니고 무엇인가” 하고 답하여, 곧 노인을 공경하는 효는 그것이 바로 정치라 했거늘….
지금까지 나라 안 정치를 아무리 훑어보아도 노인이 참여하는 정치가 없다. 힘이 없어 공사판은 넘볼 수 없고, 정년이라는 굴레에 치여 직장에서 퇴출 되고, 핵가족 풍조로 자식으로부터 왕따 당하여 거리에서 헤매는 버림받은 존재가 바로 노인들이 아닌가.

노인들이여!

지금 우리가 피골이 상접하고, 근력이 부치지만, 춘궁을 몰아낸 업적이 있고, 6.25로 폐허가 된 강토를 재건한 위업이 있었다. 비록 앙상한 가슴이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찐득한 피가 흐르고, 젊은이들처럼 힘찬 맥박은 없지만 뇌리에는 냉철한 지혜가 쌓여있다. 그래서 우리도 입을 열고 할 말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자립 불능에 빠지고 건강조차 악화되고, 의지할 곳이 없어 거리를 헤매고 있고 변화에 적응 못해 사회에서 고립되어 돈 없는 고통(貧苦), 외로운 고통(孤獨苦), 할 일이 없는 고통(無爲苦), 병에 시달리는 고통(病苦) 속에 죽음의 그림자를 이부자리처럼 덮고 살지 않는가.

그러나 위정자들은 노인들의 권익을 지켜주고, 그들 스스로 집단 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치적 수단을 마련해 줘야 함에도 입으로만 노인을 우대한다고 수다만 떨고 있지, 당사자인 노인들을 정치권에서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정당의 얼굴인 정당들의 홈페이지에 여성위원회, 청년위원회, 청년국은 있어도 노인위원회, 노인국이 없고, 여태껏 중앙부처에 여성부, 청소년부는 있었으나 노인부가 있은 적이 없었다. 대통령 직속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었으나 노인 폄하 지도력 밑에서 위 기관은 유명무실하였다. 언젠가 지방 선거직 공직자 공천 기준에 65세 이상은 아예 배제하자는 당론이 어떤 정당에 제기되었던 일이 기억이 난다.

민주주의는 타협과 화합의 원칙이 적용되는 정치이다.

화합과 타협의 정치는 계층 간, 계급 간, 이익 집단 간에 함께 모여 서로 간 이익을 공유하고, 강자는 약자를 도와주고, 있는 자는 없는 자를 보듬어 안고 가는 정치가 아닌가. 바로 이것이 타협의 원리요, 화합의 원리인 것이다. 바로 이런 원리가 생동하는 정치가 진정한 민주국가의 가치인 것이다.

여러 말 할 것 없이 오늘의 중국이 세계를 위협하는 눈부신 번영도 그 원초적 바탕을 만든 것은 80을 넘어선 고 등소평 국방위원장의 지도력과 혜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미국에서 회자되는 ‘유능한 노인 한 사람이 죽는 것은 큰 대학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보다 더 손실이 크다’고 하는 격언은 무엇을 뜻하는지 오늘의 위정자나 사회나, 젊은이들은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싱가포르는 최근에 ‘효도법’을 만들어 경제력이 있는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을 때에는 형사범으로 고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지금 우리 형편을 살펴보면 가히 ‘효도법’이 등장한 현실에서 ‘고래장’ 법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두렵다. 노인 문제를 다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란 제명의 단편집에 수록한 ‘황혼의 반란’에는 이런 장면이 있다.

CDPD(휴식.평화.안락 센터의 약자)글자와 흔들의자와 리모컨과 꽃이 그려진 철장 버스가 골목을 누비며 젊은 대원들이 거물(net)로 노인들을 산 채로 잡아 센터(CDPD)로 압송하여 치료약이라 속이고 극독물을 주사하여 죽인다. 이렇게 생포된 노인 중 프레드라는 사람이 철망 버스를 탈취하여 젊은 정부 관료에 대항하여 싸우면서 선전 전단을 만들어 뿌리는데 그 전단 글에서 “우리 노인을 존중해 주십시오. 우리를 사랑해 주십시오. 노인들은 아기를 돌볼 수 있고, 뜨개질을 할 수 있습니다. 다리미질이나 요리도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젊은이들이 싫어하는 모든 일을 우리는 아직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호소한다. 얼마나 처절한 호소입니까.

한 노파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죠. 우리는 우리 부모님들께 그런 식으로 대한 적이 없는데…”
또 어떤 노인은 “말세에요, 말세. 어떤 집 자식들은 늙은 부모를 나무에 묶어놓고 바캉스를 떠나기까지 한데요. 부모가 따라나서지 못하게 말이에요. 그래서 늙은이가 며칠 동안 먹지도 못하고 악천후에 방치된다는 거예요. 그러다가 결국 센터로 가게 도는 거지요.”

또 정부 내 보건복지부의 포스터에는 「65세는 괜찮아요. 70세는요? 손해의 시작이죠」
늙은 주인공 프레드는 마지막에 체포되어 주사를 맞고 죽기 전에 자신에게 주사를 놓는 젊은 자의 눈을 차갑게 쏘아보면서 말한다.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게다.” 한때 거대한 세력으로 정부를 놀라게 한 소설의 주인공 프레드 같은 지도자가 대한민국에서도 탄생하기를 고대한다.

두서없는 소설의 대화 예들은 지금의 우리 노인들의 앞날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612호입력 : 2023년 0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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