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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三暮四(조삼모사)

장해숙(재경 궁류면향우회 고문. 전 ebs전속작가)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0년 05월 12일
朝三暮四(조삼모사)
장해숙(재경 궁류면향우회 고문. 전 ebs전속작가)

 
ⓒ 의령신문
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저(狙)는 원숭이랑 말이며 그 이름처럼 저공은 많은 원숭이를 길렀는데 집안 식구들의 식량을 줄여가며 원숭이를 먹일 만큼 원숭이를 좋아했다. 저공은 원숭이의 마음을 훤히 알 수 있었고 원숭이 또한 저공의 마음을 잘 알았다고 한다. 아무튼 원숭이이 수가 많으므로 그 식량만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저공은 차츰 곤란을 느끼고 원숭이의 먹이를 제한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어졌는데 그 때문에 모처럼 자기에게 길들어 있는 원숭이들을 불쾌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먼저 원숭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앞으로는 아침에 셋, 저녁에 넷을 줄까하는데 어떠냐?” 그러자 원숭이들은 성을 냈다. 아침에 세 개로는 배가 고파 못 견디겠다는 원숭이의 마음을 저공은 알 수 있었다. 저공은 속으로 됐다싶어 다시 이렇게 고쳐 말했다. “그렇다면 아침에 넷, 저녁에 셋으로 하지, 그러면 되겠지?” 원숭이들은 모두 기뻐하며 고개를 끄떡였다.
이 우화는 열자(列子)의 황제편과 장자의 제물편에 나와 있다. 허나 비유하는 뜻은 약간 다르다. 열자의 경우는
“조삼모사나, 조사모삼이나 실질적으로는 같은데도 원숭이들은 조삼에 노하고 조사를 좋아했다. 지자(知者)가 우자(愚者)를 농락하고 성인(聖人)이 중인(衆人)을 농락하는 것도 저공이 지(知)로서 원숭이들을 농락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장자의 경우는 농락당하는 자 속에 끼어들어서 “애써서 일을 이루었으나 그것이 다 같은 것임을 알지 못하고 있다. 이를 조삼(朝三)이라 한다.”라고 말하고 그 뒤에 이 조삼모사 고사를 들어 시비선악(是非善惡)에 집착하는 자가 달관을 못하면, 다 같은 것임을 알지 못하고 공연히 마음을 써서 편견이 생긴다는 비유로 삼고 있다. 허나 현재 쓰이고 있는 “조삼모사”란 말은 저공이 원숭이를 농락 했다는 데에서 “남을 농락하여 술수에 빠뜨리는 것”이라든가 “사기로서 남을 속이는 것” 등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조강지처(糟糠之妻)

“빈천할 때 사귄 친구를 잊어선 안 되고 조강지처는 내쫓지 못한다.”
이것은 <후한서(後漢書) 송홍전(宋弘傳)에 나오는 말이다. 후한의 세조(世祖)가 된 광무제(光武帝) 휘하에는 그 천하통일 뒤 쟁쟁한 인물들이 수없이 모여 들었다. 이 이야기도 광무제를 섬긴 한 인물의 의젓하고 굳건한 태도를 나타낸 에피소드이다.
광무제에겐 한 누님이 있었다. 호양공주라는 부인으로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홀몸으로 있었다.
광무제는 그 효양공주가 당시 태사고(太司空) 직책에 있는 송홍(宋弘)을 전부터 사모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황제 자신도 미망인이 된 누님을 송홍 같은 인물에게 시집보내고 싶은 뜻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황제라도 맞대놓고 누님에게 장가들어 달라고 명령을 할 수는 없었다. 송홍에게는 어엿한 아내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미리 누님인 공주를 옆방에 불러놓고 송홍을 궁중에 부른 광무제는 잡담 끝에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속담에 가멸(富)면 사귀던 친구를 바꾸고 귀(貴)해지면 아내를 바꾼다는 말이 있는데 경은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하고 넌지시 그 누님의 문제를 비쳤다. 그러자 송홍은 분명하게 대답을 했다.
“아닙니다. 신은 가난할 때 사긴 친구를 잊지 말고 조강지처는 내보내지 못한다는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송홍이 물러나간 뒤 한 대 얻어맞은 꼴이 된 광무제는 누님 공주를 돌아보고 말했다.
“말하는 걸 보니 가망이 없겠구려 허허….” 남의 남편을 새치기하려던 공주도 이렇게 확실한 태도를 본 바에야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조강(糟糠)이란 지게미와 겨를 먹으면서 고생을 함께해온 아내는 훗날 비록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었다 하더라도 버리거나 괄시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뜻이다.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0년 0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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