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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희 씨의 호떡으로 빚은 이웃 사랑법

20일 의령복지마을에서 30개 만들어 나눠줘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1년 12월 03일

 


2개월에 한 번씩 찾아


이미순 문협 회장 동행


 


“난 말이야 똥을 퍼도


내 철학만 있으면


되는 것이거든.


호떡을 팔든 어묵을 팔든


내가 즐겁게 일하고


이문을 남겼으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경남은행 앞에 차려진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먹기 위해서였다. 은행 셔터 문이 내려질 때 들어가서 겨우 카드대금을 입금시키고 허기를 달래기 위함이었다. “아줌마 떡볶이 1인분만 주세요” 했더니 그녀는 철판 한가득 만들어 놓은 떡볶이가 눈앞에 있는데도 없어서 못준다고 했다.


“그럼 이건 뭔데요” 했더니 그녀는 대뜸 “그건 공부하고 나오는 학생들한테 줘야 해서 못 팔아요” 하는 것이었다. 공부하는 학생이나 어른이나 돈 내고 사먹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고 묻는 내게 그녀의 답은 명품이었다. “공부한다고 얼마나 배가 고프겠냐”고 하면서 “이거 먹으로 왔는데 없으면 그 허기는 몇 배 더 커지기 때문에 팔수 없다”는 말에 속으로 놀랬다.


그리고 두 번째 놀란 것은 평범해 보이는 포장마차의 호떡 굽는 아줌마가 외국인과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해가 가고 두해가 가면서 나와 그녀 사이가 가까워졌을 때 내게 툭 한 마디 던진다. “자기 일요일 날 뭐해”. 왜 그러냐고 묻는 내게 “호떡봉사 가는데 약속한 차량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가게 됐거든”. 그렇게 내 생전 첨으로 봉사활동에 참석해본 계기를 만들어준 그녀였다.


가례면 개승리에 있는 의령복지마을(원장 박종석) 그곳이 그녀가 두 달에 한 번 가는 봉사 장소고 다른 한 달은 혜광학교로 같은 봉사를 10년 넘게 가고 있다.


지난 20일 일요일. 원래는 가족봉사였는데 차편으로 인해 가족은 빠지고 이미순(의령문인협회장) 씨가 다과를 준비해서 동행했다. 저녁시간이 되기 전에 그야말로 호떡집에 불나듯이 구워 내야하는 호떡이었다. 돈 받고 파는 호떡보다 두 배는 큰 호떡이 자동화 기계처럼 밀려나오고 어묵이 김을 피워 올릴 때 배달이 시작됐다. 날이 추워서 배달은 담당 직원들이 거들었고 호떡을 먹고 난 생활자들은 식당으로 찾아와 “엄마” 하면서 품에 안기기도 하면서 “아들은 아들은” 하면서 그녀의 가족을 찾는 것을 보니 오랜 시간 많이 정이 들었을 법도 했다.


우민애 영양사는 “시장에서 쉽게 사먹을 수 있는 호떡이지만 이곳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은 정신지체나 신체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외출이 어렵기에 쉽게 접할 수 없는 귀하고 소중한 것” 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짧은 시간에 300개가 넘는 호떡을 빚느라 그녀의 어깨가 통증으로 내려앉을 무렵 반죽통도 바닥을 드러내고 저녁을 짓기 위한 주방의 분주함이 다시 시작되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녀는 내게 “난 말이야 똥을 퍼도 내 철학만 있으면 되는 것이거든. 호떡을 팔든 어묵을 팔든 내가 즐겁게 일하고 이문을 남겼으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해” 라고 했다. 나의 세 번째 놀람이었다.


명문대를 나오고도 밭고랑에서 호미자루 던지고 맨발로 나온 것처럼 투박한 그녀. 난 그녀가 참 좋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사는 모습과 계산되지 않은 삶을 존경한다. 지나가는 학생의 뒤통수를 슬쩍 건드리면서 “호떡 하나 먹고 가” 하는 말투나 추운 날 지나가는 어르신들한테 어묵 한 컵 떠 드리는 그 투박한 손이, 세상을 긍정적이고 아름답게 보려는 그 눈빛이 순수한 그녀. 그녀 이름은 안선희(60)다. 배민숙 시민기자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1년 1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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