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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극로, 한글과 함께한 치열했던 삶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1년 11월 19일

제565돌 한글날특집


 


이종수


(사)이극로박사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재)한글학회 감사


 


1929년 귀국 후 즉시 이극로는 조선어 연구회에서 사전편찬회를 조직하고 간사장이 되면서 드디어 자신의 뜻을 본격적으로 펼쳐 나간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1930년대를 거쳐 2차 세계 대전의 기간은 일본의 식민지 정책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모든 학교에서 한글 사용이 금지 되었으며 창씨개명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였다. 이러한 시기에 한글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운동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목숨을 담보로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 이었을 것이다. 온갖 고행이 이극로의 앞에 펼쳐졌다. 일제는 조선어학회 사업을 본격적으로 감시하고 탄압했으며 간사장인 이극로는 허다하게 끌려다니며 취조를 당했다. 해외 유학까지 한 이극로는 분명 더 편한 삶이 있었을 테지만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이렇게 가장 어려운 삶의 길을 택했다. 이극로의 당시 행적에 대해 한 지인은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일제당국의 간섭과 재정곤란 등 갖은 악조건을 극복하여 가며 백절불굴의 용기로서 목적을 위하여 매진함에는 눈물겨운 데가 있다. 그 중에서도 이극로 선생은 사전 편찬이 시작된 그때로부터 오늘까지 십칠팔 년 동안 일체의 사생활을 돌보지 않고 어두컴컴한 회관을 지켜왔으며 사전 편찬을 위한 최소한도의 경비를 얻기 위하여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구걸하러 돌아다니기도 한두 차례가 아니었다’. 부인인 김공순 여사도 그 시절을 회고한다. ‘그는 사전을 시작한 지 십여 년간 밥도 옷도 잠도 다 잊었습니다. 하루에 한 끼도 잡수고 두 끼도 잡수는 때가 많고 아침을 점심으로 점심을 저녁으로 그저 사전, 사전 하면서 다니시며 연구하는 것을 볼 때 그의 건강이 근심됩니다. 그분은 무슨 일이 닥치든지 자기 뜻을 꺾지 아니하는 사람입니다’. 공병우 박사는 그의 자서전에서 이극로와의 만남이 그의 한글 타자기 발명으로 이어졌다고 말하며 그의 한글에 대한 애정을 ‘종교적 신앙처럼 뜨거웠다’고 회고하고 있다.


이극로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월간 학술지인 ‘한글’ 발간(1932), 맞춤법 통일안 발표(1933), 표준말 모음(1936),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1941) 등 한글 연구와 역사에 가히 선구자적인 업적을 이루어 냈다.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철자법이나 띄어쓰기 외래어 표기는 당시 이극로가 만들었던 틀에 큰 변함이 없다. 이렇듯 이극로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업적은 현재의 우리의 말 속에 계속 현재 진행형으로 숨 쉬고 있는 것이다. 1942년 10여년에 걸친 사전 편찬 사업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조판을 시작했을 무렵, 일제가 조선어학회 간부들을 일제히 검거하는 조선어학회 사건을 일으키게 되면서 사전 편찬은 중단되고 관계자들은 함흥 형무소에 수감된다. 일제는 이극로는 주모자라 지목했기 때문에 독방에 수감해 갖은 고문을 자행하였다. 당시 조선어학회 간부들의 상당수가 고문으로 죽었음을 볼 때 일제가 주모자인 이극로에 행한 고문은 얼마나 심하였을까는 심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해방 후 결국 1947년 우리나라 최초로 한글 ‘큰사전’ 1권이 발간되었다. 이후 이극로는 1948년 남북통일 정부수립을 목표로 남북연석회의 참석차 평양에 간 뒤 부인의 고향에도 들르고 방언 연구도 할 겸 그곳에 더 머무르게 되다가 6․25전쟁이 나면서 그곳에 잔류하게 된다. 북한에서도 1978년 서거 전까지 30년간 우리말글 연구에 헌신하였다.


90년대 들어 월북 작가들에 대한 해금이 단행되는 등 월북 인사들에 대한 복권이 진행되면서 그동안 잊혀 왔던 이극로도 세상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극로의 자서전인 ‘고투 사십년’이 재발간 되었으며 여러 편의 논문과 단행본 그리고 전기집도 출간되었다. ‘고투 사십년’ 같은 책은 김구의 ‘백범 일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학생들의 그리고 모든 이들의 필독서로서 손색이 없다. 2008년 한글날에는 한글학회 주관으로 이극로의 생가를 복원하기위한 모금운동이 전개되기도 했으며 2010년에는 ‘이극로박사기념사업회’가 조직되면서 기념 논문집도 출간되었다. 아직은 물론 우리 국민의 대부분은 이극로를 알지 못한다. 사회적인 관심이 아직 부족한 바 그 이유는 우리가 아직도 좌우 이데올로기의 페러다임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사의 역사가 보여주듯 역사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만드는 자가 주인이 된다. 이극로의 한글 사랑은 낡은 구시대적 유물도 아니고 감정적 민족주의, 국수주의로의 회귀를 일컫지 않는다. 그것은 낡은 좌우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우리의 새로운 미래적 패러다임이 되기에 충분한 힘과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 한류를 통해서 입증되고 있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는 바로 이극로가 한 세기 전 해외 유학생활과 한글 운동을 통해 몸소 깨닫고 실천한 것이 아니겠는가.


올해 5월 각계각층의 많은 인사들이 발기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이극로박사기념 사업회’ 사단법인이 창립되고 설립허가를 받아 기념사업에 탄력을 얻게 되면서 이극로의 업적이 이제서나마 인정을 받게 되고 기릴 수 있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글학회와 경상남도, 의령군은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역사에 남을 의미 있는 기념사업을 해야 할 것이다. 우선 그 첫걸음의 일환으로 이번 565돌 한글날을 맞이하여 이극로의 고향인 의령에서 한글학회가 주최하고 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초,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글짓기 대회를 열었다. 이 행사는 앞으로 매년 할 계획이다. 이 자그마한 실천이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갈 학생들에게 이극로의 한글 사랑을 전하고 실천하는 뜻 깊은 행사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한글의 오염, 남용, 왜곡의 실태가 심각한 이 시점에 그리고 한글과 한글날의 의미가 퇴색해져가고 영어의 광풍 속에 한켠으로 밀려난 국어에 대한 관심회복이 시급한 이 시점에서 이러한 뜻 깊은 행사는 정말 반가운 일이다. 이 행사가 매년 성공리에 개최되고 훗날 꼭 의령에서 뿐만이 아니라 전국 여러 곳으로 확대되어 가서 이극로의 희생정신과 한글사랑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다면 그 의미가 더 클 것이다.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1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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