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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고수 명상> 연꽃처럼


원담스님 기자 / 입력 : 2001년 09월 25일
산빛이 곱게 물들어가는 산중에 코스모스꽃이 한창이다. 산에는 꿀밤줍는 동네 사람들이 간혹 보이고, 석축아래는 떨어진 홍시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국화꽃망울이 며칠 이내로 필 것처럼 꽃색이 보이는데 수련은 아직도 꽃을 보이지 않으니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생긴다. 여름에 가끔씩 법당에 들려 참배하던 거사님이 심어 주고 간 수련을 아침마다 들여다 보아도 소식이 없으니 수련이 어디가 아픈게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여름이면 아예 시간을 내서 연꽃보러 멀리까지도 갔었는데, 올 여름은 사중일로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작은 물동이에 수련을 심어 놓고 보니 큰 연못이 부럽지 않고, 어서 수련이 꽃 피울날만 기다려지는 중생의 마음이다. 꽃보다 사람이 아릅답다고 하던 노랫말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을 보면 지혜롭지 못한 사람들이 못나 보인다.
 보랏빛 수련이나 홍련, 백련이 물에서 나서 물에서 자라났음에도 수면 위로 솟아올라 물에 젖지 않는 것처럼, 여래는 이세상에 태어나 세속에서 자라났으나 거기 초연하여 물들지 않은채 세상에 머문다. 연잎 위의 물방울처럼 바늘끝의 겨자씨처럼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사람 그런 이를 참 바라문이라 부르네!
 이처럼 세상을 물에 견주고,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에 연연하지 않는 깨달은 이의 초세속적인 태도를 연꽃의 생태에 비유하였나 보다.
 또한 깨달은 이는 이렇게 시궁창에 피면서도 더러운 물에 젓지 않는 연꽃처럼 세속에 물들지 않으며, 참 수행자는 연잎에 내린 빗물이나 바늘끝의 겨자씨처럼 세상에 매달리거나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착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줄 알면 고쳐야 하는데, 머리로는 알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몰라서 집착하기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연꽃을 보고 배우라고 하고 싶다. 어디 연꽃만 보고 배우겠는가? 모든 자연이 다 스승임에 부족할 것이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은 내것이라는데서 집착이 생기고, 하나서부터 열까지 가지려는데서 병이 생기고,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데서 탈이 나는 것을 알면 그 자리에서 집착(고집)을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이 어려움이 닥쳐도 거기에 순응하며 극복해 나가는 지혜로움을 통해 행복하기도 하고 즐겁지 않겠는가?
 또 다시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길목에서, 지구 저편에서는 힘없는 사람들이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나고 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그래도 희망도 있고 괜찮은 땅에 살고 있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자연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소리를 들어보라. 구절초 하얗게 핀 산기슭에 앉아 시간이 물처럼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면, 가을이 주는 큰 선물에 잠시라도 바쁜 일상을 떠날 수 있으리라.
원담스님 기자 / 입력 : 2001년 0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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