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촌 사랑방> 슬픈 추석
백한이계관시인 기자 / 입력 : 2001년 09월 25일
들녘은 어느덧 황금 물결로 일렁이고 있다. 그처럼 가뭄과 폭우를 이겨내고 결실의 계절은 황금 들판으로 풍요의 환희를 가슴 뿌듯하게 안겨주고 있는데도 왜 이렇게 안절부절 가슴 조이며 밤잠을 설쳐야 하는가? 갓 태어난 아이처럼 만지면 멍들 것 같은 어린 묘를 옮겨 심으며 가뭄에 말라비틀어질까, 홍수에 잠겨 녹아 버릴까 노심초사 눈섭달을 벗삼아 논뱀이를 살피고 먼동이 트기 전에 논두렁을 맴돌며 온갖 정성을 쏟으면서 학수고대 황금들판을 염원하던 영농인의 심정을 어찌 중시 텔레(tele)나 떴다방 투기꾼이 헤아릴 수 있겠는가? `더도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하여라' 우리네 가정마다 풍성한 수확을 준비하며 올 겨울에는 아들 딸 혼인을 엮어 동네방네 큰 잔치로 `소문만복래' 노랫가락에 동산에 둥실 뜬 달을 안가슴으로 쓸어안고 동동주 용수마다 이웃집 조랑박이 활복을 하여 황금빛 미꾸라지탕에 원기를 되찾았던 그 시절이 정녕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비록 천털바지 만털치마 유리창 없는 백발집에 무수한 별이 쏟아지던 추억이 이렇게도 선명하게 울려줄 쭐이야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었다. 기름진 햇곡으로 심장을 데우고 어머니 내님같은 둥근 달이 중천에 이르려면 정자나무 그림자는 귀신처럼 영명하고 기둥잡기 숨바꼭질 잣치기가 어찌 그리 신나는지 삼단머리 치렁치렁 마을처녀 수줍게 어울리면 이승에선 다시 없을 영롱하게 푸르른 그 꿈을 생각하면 그리움이 저절로 묻어난다. 피자 스테이크 피씨 형광빛 속 원조교제 군상들에 휩쓸려 시들어가는 우리네 자식 손자가 불쌍해 눈시울을 적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함에도 어이할꼬! `추곡가 내년부터 동결인하 2004년 이후 수매제 폐지' 등등 문전옥답에 변종을 해야 한다니 산업화의 황금만능주의가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인심을 종말로 몰아가고 있는데 이제 더 갈곳이 없어진 것이 아닐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아파트 군단 출입구마저 쑤셔 넣는 주차문화, 가는 곳마다 썩어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문화, 아무데서나 몸을 내던지는 섹스문화, 법은 썩고 인성은 마비되었다. 아직 그래도 땅을 갈며 생명의 환경을 일구워 온 고향사람들에게 경작의 자유마저 빼앗아 가는 선진사회의 지향이 과연 인류에게 복지만리가 되는 길인지는 두고 볼 여백도 없는 지옥행일 것이다. 그러함에 사회여론과 의식을 이끌어 가는 방송매체나 지위에 있는 분들은 이러한 것을 두고 변해야 산다고 외치지만 그것은 한마디로 생명, 인간, 문명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비윤리적 물질만능주의로 신성한 성의 도구화와 정서의 결핍화는 결국 종말을 선택하는 깃일 뿐이다. 감성이 사악해지고 모두가 한탕 기회주의로 변해야 산다는 외침인지 아니면 근본과 토종이 숨쉬며 번영할 땅을 일구며 노동과 정성으로 내일을 기다리는 미덕으로 변해야 산다는 것인지, 뛰고 마시며 발광하며 천방지축 휘저어 색깔마저 구별을 못하는 아수라장 후미에 무작정 변해야 산다니 얼빠진 사람 아니고서야 갈피를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올 추석에는 골프채, 세단차를 버리고 대절버스에 모두 타고 네 시름 내 시름 엮으며 억순이는 가마골 시집가서 화전밭 일구며 금두꺼비 아들 딸 알뜰살뜰 잘 사는데 양순이는 서울 가서 화냥녀 되었다드라 흉도 보고 죽어나 사나 땅 지키는 우리 부모 가슴에 희망이 무엇인지를 찾아보자.
가 을 꽃
정자목 가지 끝에 쟁반같은 하얀 달이 되돌아보지 않고 달아난다 외씨 버선발 일색으로 소복치마단 묶은 시퍼런 은장도는 반딧불에 명멸하는데도 발정난 그림자가 하도 너무 영명하여 숲속으로 숨었더니 움켜진 몽둥이에 들국화 무리지어 꽃향기로 달래준다 |
백한이계관시인 기자 /  입력 : 2001년 0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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