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470년생 정곡 감나무 KBS 신년특집 주인공 선정
“내가 어릴 적에는 친구들캉(친구들과) 소 몰고 가다 이 감남개(감나무)서 놀았지! 원래는 남개 가운데 구멍이 있어 올라갔다 구멍으로 나오고 했는데 지금은 다 마키쓰(막혔어)”
의령군 정곡면 백곡리 중촌마을 입구에 서 있는 474년생 감나무가 KBS 2006 설기획 `HD다큐멘터리 감나무, 자서전을 쓰다'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KBS외주제작팀이 지난 5월부터 몇 차례 백곡리 중촌마을 감나무를 촬영해 갔으며 오는 16일 중촌마을 영묘제에도 촬영이 계획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관계자는 “KBS는 감나무를 한국인과 함께 살아온 가장 한국적인 나무로 내세웠다. 한국의 산하와 4계를 가장 아름답게 해준 주인공이 감나무”라며 “가족처럼 우리와 함께 살아온 감나무의 신비한 생태를 통해 고향과 가족을 생각해 보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 알려진 감나무의 수명 상한선인 250년을 훌쩍 뛰어넘어 현재 살아 있는 감나무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고 큰 이 감나무는 키 28m, 가슴높이둘레가 4.8m나 된다.
이 감나무는 가까이 다가가 확인하기 전까지는 감나무라고 확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여느 감나무와 달리 잔가지가 많지 않은 대신 굵은 가지가 도드라지게 발달해 있다.
길 옆 논 가장자리 창고로 쓰이는 가건물 옆에 서 있는 이 감나무는 무엇보다 땅에서부터 올라온 원줄기가 굵으며, 2.5m쯤 높이에서부터 가지가 여럿으로 갈라졌다.
지난 11월 1일 마을 입구에서 만난 전모(73) 할아버지는 감나무를 보며 어릴 적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은 마을마다 느티나무가 있어서 마을사람들이 느티나무 그늘에서 놀지만 내가 어릴 적엔 이 감나무 아래서 마을 사람들이 땡볕도 피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하는 장소였지!”라며 “또 어린 우리들한테는 놀이터가 되기도 했고…. 한번은 겨울에 추워서 친구들이랑 불장난을 하다가 나무 가운데 불이 났었는데 그때 화상을 입은 친구도 있었다. 불이 잘 안 꺼지니깐 어른들이 흙으로 불을 끄더라. 지금은 나무가 자라서 그 구멍이 막혔지”라며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전 할아버지는 가지가 잘라진 자리를 가리키며 “저 자리에서 가지가 하나 있었는데… 추석이나 되면 그 가지에 끈을 달아 그네를 타고 놀기도 했다”고 이었다.
나무에 대한 특별한 설화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무는 그렇게 꾸준히 마을 사람들과 추억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전 할아버지는 “지난해는 고사 직전까지 갔었다. 지난해 8월 그네를 매달았던 가지를 자르고 나무 전문의들이 와서 영양제를 주면서 다시 살아났다”며 “올해도 감이 열 개 남짓 열리긴 했는데 까치가 먹었는지 지금은 흔적도 없다. 그래도 나무 밑둥치에서 잔가지가 나기 시작해 새로운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또 “경북상주에서 감나무를 재배하는 사람들이 감나무 소문을 듣고 씨를 받아가기 위해 찾아오기도 했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나 수백 년 동안 줄곧 주민들과 함께 살아온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감나무로 지난 82년에 보호수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수를 알리는 입간판 하나 없이 고사위기에까지 처해 2004년 회생 외과 수술을 실시하기도 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최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