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방송 23개사 치열한 취재 경쟁 향우회 모임 잇따라 고향사랑 과시 군민 대거 부산행 시내 썰렁 부작용도
`제2회 의령소싸움 부산초청경기'가 성황리에 끝났다. 이번 경기는 9월19일부터 25일까지 7일간 부산 벡스코 야외 특설경기장에서 개최됐다. 행사 기간동안 6만5천여명의 관람객이 몰려 행사장은 성황을 이뤘다.
`의령소싸움 부산초청경기'는 KBS 2TV 인간극장 5부작의 주인공 `범이'(우주 하영효)의 출전 등에 힘입어 100년 전통 소싸움의 본고장 의령군을 전국에 알리고, 중앙과 지방의 방송 및 언론, 인터넷에 연일 보도되면서 1억2천400만원의 입장료 수입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체형 변화도 관전 포인트
○…강용기(김해투우협회 회원) 아나운서는 소싸움 기술과 함께 싸움소의 순차적인 체형 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좋은 관전 포인트라고 소개하면서 재치 있는 말솜씨를 구사해 관객의 흥미를 돋우는데 한몫 했다는 중평. 싸움소는 힘에 부치면 먼저 침이 흐르거나 혀가 나오고, 이어 긴장하면 쨈(변)이 흐르고, 지치면 뒷다리 사이 망태(고환)가 처지고, 마지막에는 가운데 수도꼭지(오줌)가 터지는 등 체형의 순차적인 변화를 보인다는 것. 강 아나운서는 싸움소의 뿔이 상대의 급소를 건드릴 때마다 움찔움찔 놀라는 모습도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라고 첨언. 이번 초청경기에서는 갑종 `범이'와 `장군이'의 결승전에서 이러한 체형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첨단시설을 갖춘 벡스코에서 순화된 원시성을 그대로 드러내 민속과 첨단의 조화를 만끽하는 자리였다는 평가들.
거우 '화악산' 싱거운 한판
○…KBS 2TV 인간극장 5부작에 출연한 `범이'가 시범경기만 보인 지난해와는 다르게 14연승에 도전하면서 초청경기 내내 `범이' 중심의 대진표가 짜여져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슈퍼스타 `범이'의 위상을 실감. 지난 19일 개회식 이후 `범이'가 오후 3시30분 첫 대진인 갑종 16강전에서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체중 1천50㎏을 자랑하는 청도의 골리앗 `화악산'과 맞붙어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 그러나 `화악산'이 머리를 부딪치는 탐색전을 벌이고는 이내 떨어져 날카로운 기 싸움 끝에 40초만에 등을 보이는 고수의 싸움 방식을 선택하면서 범상치 않은 `범이'의 실체를 초반부터 입증.
조명없이 야간경기 강행
○…이어 24일 오후 6시37분 `범이'는 시간에 쫓겨 피켓걸의 싸움소 소개도 생략한 채 어둠 속에서 청도의 `골드'와 8강전에서 맞붙어 특기인 목감아돌리기와 만만치 않은 되치기를 주고받으며 이날의 하이라이트를 장식. 일부 관중이 기립한 채 12배까지 치솟은 승부 도박판을 벌이고 어둠에 싸움소의 식별조차 어려워지자 조명등을 켜라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오후 6시55분 인근 이수건설의 타워크레인 조명등이 켜지면서 이내 흥분의 도가니에 묻히는 분위기. 오후 7시1분 골드가 등을 보이면서 경기는 마침내 마무리. 이처럼 늦어진 이유는 지난해 조명시설에 800만원을 들인 경비를 절약하고 시간도 1시간 앞당겨 오후 1시에 시작해 너끈하게 일몰 전에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뛰어난 기량의 싸움소의 대거 참여에 힘입어 경기 시간도 그만큼 길어졌기 때문.
'범이' 결승전에서 '쨈' 흘러
○…`범이'는 대회 마지막 날인 25일 4강전에서 김해의 `충성'을 물리치고, 창원의 `장군이'와 결승전을 치러 14연승을 거두는 대업을 이뤄 스타중의 스타라는 사실을 대내외에 과시. 이날 `범이'는 오후 6시5분 경기장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동안 지치고 긴장했던지 쨈이 흐르고, 오후 6시36분 부쳤던지 혀가 나오는 등 힘겨운 싸움을 벌여 혹시 패하지 않나 하는 우려와 함께 마지막까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범이'는 끝까지 버텨 1분 뒤인 오후 6시37분에 31분만에 `장군이'가 등을 보이며 달아나도록 만드는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관중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안전지대에 자리 잡기 경쟁
○…행사장에는 소싸움을 관람하기 위한 관람객도 찾지만 박진감 넘치는 소싸움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사진작가들도 붐벼 소싸움이 시작되기 전부터 사진작가들은 안전지대 속 자리잡기에 혈안이 돼 꼼짝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모습들. 사진작가들은 좀더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싸움소의 움직임에 따라 카메라를 이동시키다가 숨을 멈추고 셔터를 연신 눌러대는 데 열중. 마지막 날 소싸움에서 코너몰이에 몰린 소가 안전지대를 급습해 사진작가들이 지키던 안전지대가 위험지대로 돌변하기도.
한복차림 피켓걸 첫 등장
○…소싸움장에서는 잠깐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곳을 보게 되면 생김새가 비슷한 소를 구별하기가 어려워 자신이 응원하던 소가 어느 쪽인지 놓치기가 일쑤로 “이 소가 그 소 같고 그 소가 이 소 같다”며 옆 사람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없어진 첫 대회를 기록. 이번 부산 초청경기에서는 이러한 관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국 최초로 싸움소 어깨부위 양쪽에 이름을 새겨 경기를 운영했던 것. 또 운동경기에서나 볼 수 있었던 피켓걸이 고운 전통한복 차림으로 입장해 출전하는 소 이름이 쓰인 피켓을 들고 소싸움장을 한 바퀴 도는 독특한 장면을 연출.
관객에게 망개떡 서비스
○…이번 대회에서는 관객에게 망개떡과 땅콩을 나눠주는 서비스 프로그램과,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아나운서의 진행방식이 돋보여 눈길. 지난 20일 오후 3시30분 을종 `들개'는 동편 관중의 대표, `고집'은 서편 관중의 대표로 나눠 이긴 쪽의 관중에게는 망개떡을, 진 쪽의 관중에게는 땅콩을 서비스하기로 해 `들개'가 이기면서 동편 관중들이 망개떡을 차지. 또 지난 20일 병종 `벼락이', `건달이' 시합에서 `벼락이'가 이기자 우주 김용수씨 부부는 아나운서의 요청을 경기장 즉석에서 받아들여 승리의 뽀뽀를 나누며 막춤 춤사위를 선보여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기도.
"소싸움 보면서 노래는 처음"
○…국민가수 현철도 도심 속에서 개최된 소싸움이 궁금했던지 공연 30분전에 행사장을 도착해 소싸움을 관람하고 현철의 노래에 맞춰 소싸움 판에서는 병종 1위를 차지한 `벼락이' 우주 부부는 신명나는 춤사위로 관중들을 즐겁게 하는 등 민속소싸움의 축제분위기를 드러내 눈길. 이에 현철은 “고만 비비대라∼”, “소싸움 보면서 노래 부르기는 처음이다”라고 멘트를 날리며 자신의 히트곡을 시작. 현철의 `봉선화 연정'과 함께 갑종 결승전이 시작돼 관중들은 귀로 노래를 듣고 눈으로는 소싸움을 관람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일부 관중들은 무대 가까이서 손을 뻗어 현철의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려 애쓰는 한편 노래하는 장면을 담기 위해 휴대폰을 들고 촬영을 하기도. 이날 현철은 `봉선화 연정', `사랑의 이름표' 등 앵콜송 4곡을 불렀다.
집중 보도에 홍보는 대박
○…언론 매체들의 취재도 치열해 제2회 의령 소싸움 부산초청경기는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아 홍보 대박을 터트렸다는 자평들. 부산 mbc, kbs vj특공대 및 6시내고향 등 방송국 5개사와, 의령신문 등 신문사 18개사에서 취재에 나섰고, 인터뷰 3회, 녹화 중계 방송 2개사 2회, 보도현황은 방송국 5개사 6회, 신문사 16개사 25회를 기록. 특히 9월30일자 의령신문 보도를 비롯해 9월30일 kbs vj특공대도 방송 보도를 예정하고 있어 제2회 의령 소싸움 부산초청경기 홍보는 이달 말까지 이어질 전망.
내부 향우회 모임 잇따라
○…부산을 찾은 읍·면민에게 식사 등을 대접하는 향우회의 움직임이 줄을 이어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 전국 의령군향우회(회장 정영조)는 20일 향우 만남의 광장에서 한우상 군수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군 실·과장에게 광안리 수변공원 횟집에서 저녁식사를 제공한 데 이어 재부의령군향우회(회장·정영제)도 22일 군 실·과장 10여명에게 광안리 수변공원 횟집에서 저녁식사를 제공했다. 재부의령읍향우회(회장·박희석)는 22일 의령읍 이장단에 저녁식사를, 김재수 고문은 23일 별도로 의령읍민에게 식사를 제공했고, 재부유곡면향우회(회장·최계옥)는 23일 오전 11시 사상시외버스터미널 앞 권순조 순두부맷돌식당(대표 임경섭·유곡면 향우)에서 유곡면민 50여명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한 것을 비롯, 재부 용덕면향우회(회장·강출구)는 22일 오후 6시 벡스코내 지하식당에서 용덕면민 80여명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했으며, 특히 이 자리에는 서울거주 정갑영 용덕초등학교 총동창회장과 한우상 군수 등도 참석했다. 이밖에 재부칠곡면향우회(회장·허만석)은 22일 칠곡면민에게, 재부지정면향우회(회장·조규석)는 23일 지정면민에게, 재부낙서면민향우회(회장·최판두)는 21일 낙서면민에게, 재부정곡면향우회(회장·전병선)는 22일 정곡면민에게 성금과 성품을 전달했다.
사회단체 봉사활동 전개
○…행사장에는 소싸움 외에도 부대행사로 우수 농·특산물 전시 및 판매, 의령 망개떡과 쇠고기국밥 등 전통 음식점을 운영, 의령홍보관 및 관상조류, 시, 그림, 사진, 및 농경유물 전시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 의령문인협회(회장 윤재환)는 시화전을 열어 장동재 시인의 `붉은 고추'를 비롯 13명의 시인들이 농촌풍경을 주제로 한 13점의 시화를 선보이고, 시화전의 작품들을 엮어 `시골시인들의 가을 여행'이라는 시집도 만들어 판매했다. 여성단체 협의회(회장 남두연)는 행사기간동안 회원단체들이 교대로 행사장을 찾아 음식봉사를, 의령군 해병대 전우회는 교대로 매일 10여명의 회원이 행사장에서 교통정리 등 안전 관리 봉사활동을 하기도.
"정액할인권 있었으면..."
○…이번 대회에서 주변의 편의시설인 화장실, 세면시설 등이 전년에 비해 많이 개선된 반면 관람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많은 관람객들이 모인 날에는 오랜 시간 동안 줄을 서있지 못하고 주변의 잔디밭에 그대로 노상방료 하는 일이 벌어져 화장실 앞쪽에 있는 관람석에서는 많은 관람객들이 악취로 인상을 찌푸리기도. 경기장을 찾은 부산 해운대구 박모씨는 “전부터 소싸움이 좋아 매일같이 친구들과 경기를 보러오는데 입장료 할인 등의 서비스가 없어 사실상 부담이 많이 간다”며 “나같이 자주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정액할인권 등을 발행해 주었으면 좋았을 뻔했다”며 아쉬운 표정을 보이기도.
부스 경기장 분리 의견도
○…부산에서 열린 이번대회에서 의령의 문화체험이나 먹거리·풍물 등을 홍보하는 부스들이 여러 곳에 설치돼 있었으나 막상 볼 것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입장료을 내고 경기장내로 들어와야만 의령을 간접 체험할 수 있어 이번 대회동안 경기장을 찾은 많은 관광객들이 그냥 돌아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25일 경기장을 찾은 부산진구 강모씨는 “아이들과 함께 모처럼 해운대를 찾아왔는데 마침 의령소싸움 경기를 하고 있어 경기는 사람이 많아 볼 수 없고 음식이라도 먹어 보려했지만 입장료를 내야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해 그냥 돌아간다”며 “의령을 홍보하는 입장에서 소싸움경기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겠지만 단지 음식이나 볼거리 제공 등은 입구에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해 줬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관청 썰렁한 분위기 연출
○…지난해 1회 대회 때 관중 동원으로 썰렁한 추석분위기를 겪은데 이어 올해 대회경기 일정이 2배로 늘어나 강제동원이 없었다지만 각 사회단체 및 기관단체들이 관광버스를 동원해 대거 부산으로 진출하는 바람에 추석분위기뿐 아니라 대회기간 장날 또한 조용해 지난해와 다를 게 없었다는 뒷말이 무성. 공무원들이 부산경기에 교대로 행사장에 가 민원실을 제외한 실과에는 담당계장만 남아있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해 썰렁한 분위기의 군청 및 기관을 찾은 민원인들은 멋쩍은 모습들. 의령읍 A음식점 주인은 “평소 점심시간이 되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소싸움 경기 때문인지 의령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장날에 시장을 찾아도 장날 분위기도 나지 않는다”고 설명. <김창현·최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