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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령신문 |
| 숲속의 나무들이 가마이 서있는거겉제/ 그속에 들어가보모 온갖말이 다떠돈다/ 잎사구 주디이열고 박상틔우는 이바구꽃 『김복근 단시조집 ‘천지삐까리’에 실린 단시조 ‘천지삐까리’ 전문』
김복근 시조인의 단시조집 ‘천지삐까리’가 지난 7월 8일 도서출판 경남에서 발간됐다.
‘겡상도 토박이말로 읊조리는 단시조 100선’이라고 단시조집 앞표지 왼쪽 위에 달아 이 단시조집의 내용이 한숨에 읽힌다.
1장 ‘눈티가 반티 됐네’에 ‘니캉내캉’, ‘난리버꾸’ 등 20수, 2장 ‘박상 틔우는 이야기꽃’에 ‘천지삐까리’ 등 20수, 3장 ‘오늘이 무신날인지 아능기요’에 ‘물고매’, ‘초로草露’, ‘초로初老·1’, ‘초로初老·2’ 등 20수, 4장 ‘선머스마 마실가듯’에 ‘부석에 군불을 넣다’, ‘가아가가아가’ 등 20수, 5장 ‘고마해라 안쿠나 ‘쫌’’에 ‘에나’, ‘문디이’, ‘서울말 숭을내모’ 등 20수. 모두 100수다.
단시조 제목이 하나하나 재미있다. ‘겡상도 토박이말'이기 때문이다. 또 어려서부터 입에 배인, 살아있는 말이기 때문에 입말과 글말이 어긋나 애써서 리듬을 따라서 시를 써가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김복근 시조인의 ‘천지삐까리’는 눈길을 끌만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 국어사전을 검색하면, 천지 삐까리는 천지(온 들판)에 있는 삐까리(볏가리)란 뜻으로 많음을 강조하기 위해 같은 뜻의 말을 중복 사용하여 매우 많다는 것을 강조한 말입니다, 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의 단시조집 ‘천지삐까리’의 간판으로 내세운 단시조 ‘천지삐까리’를 보자. 숲속의 나무들이 가마이 서있는거겉제, 라고 화두를 뚝 던지며 묻는다. 하지만 그속에 들어가보모, 온갖말이, 이바구꽃이 다떠돌고, 잎사구 주디이열고 박상틔운다, 라고 읊조린다. 어찌 가마이 서있겠노. 아마도 숲속의 나무들도 분명하게 겡상도 토박이말로 박상틔우듯이 이바구꽃을 피워겠지. 겡상도 토박이말 특유의 억양이 한몫했다면 그날 밤 숲속 나무들, 잠은 다잤다???
한 가지 더. 그는 단시조 ‘천지삐까리’에서 입말을 내세워 리듬이 말하듯이 살았고, 3장 4음보의 우리 전통시조 가락이 지켜져 또 다른 차원의 시조 미학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머리글 ‘토박이말로 시조 읊조리기’에서 “이 시조집은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겡상도 토박이말을 살리기 위해 애를 썼다.
둘째, 띄어쓰기는 『노산시집』(1932)처럼 말할 때의 관습과 글쓴이의 호흡률에 따라 표기했다.
셋째, 구어체로 쓴 시조가 많아 눈으로 읽기보다 입으로 소리 내어 읊조려야 제맛을 살릴 수 있다.
넷째, 대일항쟁기, 일제의 시조와 조선어 말살 정책에도 우리말과 우리글 우리 얼을 꿋꿋하게 지켜온 문화 독립운동가들의 옥중 시조를 보면서 경외의 마음을 갖게 된다.
다섯째, 인공 지능 시대 챗GPT와 차별화되는 시조를 쓰려고 하면 토박이말 사용이 유효할 것으로 예견된다”라고 했다. 유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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