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싣고 산을 오르는 소처럼/ 굽이굽이 걸어가는 나의 길/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에 넘어져도/ 나는 벌떡 일어나 다시 걷는다 질경이처럼//-시「질경이처럼」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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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령신문 |
| 지난 6월 5일 박인묵 시인(81)의 첫 시집『오후 3시에 읽는 시』가 초판 발행됐다. 시인은 유곡면 신촌리 출신 제경 향우이다. 2023년『계간문예』(2023 겨울호)에 시 ‛질경이처럼’, ‛꽃등불 켜고’로 신인상을 수상(79세)하고 시인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시 창작반에 등록, 이혜선 지도교수로부터 시작의 기본에 대한 지도를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있다. 시집은 「시인의 말」, 1부, 2부, 3부, 4부(자유시 총 60편 수록), 「마경덕 시인의 작품해설」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의 말에서 “아침 햇살에 빛나는 이슬방울과/ 봄의 아지랑이를/ 처음 본 순간// 가슴이 뛰었다// 처음 만난 시도/ 그랬다//”라고 쓰고 있다. 처음 시를 읽고 설레었던 그 마음으로 시작된 평생의 꿈, 드디어 ‛시인’이 되어 발간한 ‛첫 시집’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
책상 위에 녹슨 대못들/ 엿으로 바꿔 먹으려던 못이/ 친구와 장난치던 내 눈동자를 찔렀다// 내가 가려고 했던 길은 사라지고/ 새로운 길을 찾아 걸어야 했다// 그 길은/ 인공눈물로 가득 차 있다// (시 인공눈물 중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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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령신문 |
| 박인목 시인은 시 쓰기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위무한다. 직접 몸으로 체험한 진술은 설득력을 지닌다. 시인이 감당한 절망의 무게는 온몸으로 흘러나온다. 일상의 표면 너머에 존재하는 알 수 없는 불행이 꿈 많은 고교생을 관통해 버렸다. 반쪽을 담당한 의안, 닦아주고 보호해 준 ‛인공눈물’ 속에는 수백 개의 슬픈 ‛못’이 어른거린다. 현실의 한계에서 운명으로 받아들인 의안(義眼)은 사람이 만든 인조 안구(眼球)여서 ‛인공눈물’이 필요했을 것이다. 외눈으로 현실에 적응하려는 노력은 ‛인공눈물’로 가득 차 있다(마경덕 시인의 작품해설 중 일부 인용)
하지만 시인은 불행과 슬픔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내면에 웅크린 어느 날의 기억 한 줌을 꺼내 놓는다.
아버지가 나뭇짐에 꽂아온 진달래 한아름/ 아이들은 달려와서 꽃잎을 따먹고/ 어머니는 병에 꽂아 내 책상에 놓으셨다// 초가집 어두운 방 꽃등불 아래/ 나는 소월의 시를 읽었다// 진달래꽃 피는 밤이면/ 나는 어머니꽃등불 켜고 시집을 읽는다/ 그때처럼//
산에 만개한 봄이 “병에 꽂히기까지” 아들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극진한지 알 수 있다. ‛김소월’의 감성적인 시를 읽었던 사소한 기억은 시인에게 특별한 행복(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오래전에 소멸한 것들은 우리의 필요 밖으로 멀어진 것들이고, 삶의 언저리로 밀려난 것들이지만 기억 속의 봄은 여전히 존재한다. 따뜻한 느낌도 오래 간직하면 이렇듯 꽃이 된다. 시인이 되게 해준 어린 날의 ‛꽃 피는 고향’과 ‛어머니꽃등불’과 김소월의 ‛시집’은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 마경덕 시인의 작품해설 중 일부 인용)
박 시인의 시는 절제된 언어 속에서 깊은 여운을 남기며, 과장 없이 삶의 결을 담백하게 그려낸다. 늦게 핀 꽃이 향기가 깊다고 했던가? 박인묵 시인의 『오후 3시에 읽는 시』는 인생의 오후, 늦은 시간에 피어난 조용한 시어로 독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허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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